과거 폭행 사건에 대해 사과…"매일 후회했고 부끄러웠다"
지은 작가 "돌봄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어 쓴 대본"
이미지 확대
[SBS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오명언 기자 = "두 배우는 연출자에게 꿈과 같은 조합이었습니다. 그 조합이 완성되었을 때, '최고로 아름답게 찍어야겠다'는 단 하나의 생각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최근 시청자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으며 종영한 SBS 드라마 '나의 완벽한 비서'를 연출한 함준호 감독은 26일 SBS를 통해 "일상의 기적 같은 이야기를 표현하고 싶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 드라마의 기획 의도는 '보통의 작은 선의들이 모여 만들어내는 거대한 기적을 믿습니다'였다"며 "일부러 최대한 많은 분이 일상에서 자주 접할 수 있는 익숙한 공간에서 펼쳐지는 멜로를 그렸다"고 설명했다.
지난 15일 종영한 '나의 완벽한 비서'는 일 말고는 할 줄 아는 게 없는 헤드헌터 회사 CEO와 육아와 살림, 일까지 잘하는 비서의 로맨스를 그렸다.
이 작품은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의 공식을 충실하게 따르면서 클리셰(상투적인 표현)를 비튼 캐릭터 설정으로 변주를 주며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이미지 확대
[SBS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까칠한 성격의 잘 나가는 헤드헌터 회사 최고경영자(CEO) 강지윤은 한지민이, 상사를 알뜰살뜰하게 챙기는 다정한 싱글 대디인 비서 유은호는 이준혁이 연기했다.
함 감독은 "두 배우 모두 자기 캐릭터와 닮았다"며 "한지민 배우는 강지윤처럼 단단하면서도 연약한 '강강약약'인 사람이고, 이준혁 배우는 섬세하며 배려심이 깊으면서도 어린아이와 같은 순수함을 가진 사람"이라고 했다.
이어 "특히 항상 재기발랄한 아이디어를 조심스레 꺼내 놓고, 진중하면서도 코미디에 대한 강한 열망을 가슴에 품고 사는 이준혁 배우의 모습을 보며 유은호가 실재한다면 이런 모습이지 않을까 생각했었다"고 되짚었다.
함 감독은 드라마가 방송되는 가운데 재조명된 과거 폭행 사건에 대한 사죄의 뜻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2020년 주취 폭행 및 모욕죄 혐의로 입건된 바 있다.
그는 "과거에 저지른 큰 과오로 배우분들과 스태프가 최선을 다해 만든 드라마에 폐를 끼쳤다"며 "지난 5년간 매일 후회했고, 부끄러웠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이 작품이 많은 사랑을 받은 것을 보며, 개인적으로는 평생 제 잘못을 잊지 않고 하루하루 조금이라도 더 나은 사람이 되어가겠다고 다짐했다"고 덧붙였다.
이미지 확대
[SBS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나의 완벽한 비서' 극본을 집필한 지은 작가도 이날 서면 인터뷰를 통해 드라마 종영 소감을 전했다.
지은 작가는 "돌봄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이 대본을 쓰기 시작했다"고 돌아봤다.
그는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서 서로가 서로를 따뜻하게 지켜봐 주고, 너그럽게 기다려주고, 보살펴주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돌봄의 가치를 아는 유은호와 그 가치를 부정하는 강지윤의 로맨스와 성장을 통해 시청자분들이 세상을 움직이는 선의라는 가치에 대해 생각해 보기를 바랐다"고 말했다.
또한 "이런 따뜻한 이야기로 잠시나마 현실을 잊고 위로받으셨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나의 완벽한 비서'는 무엇보다도 두 남녀주인공의 호흡이 보는 재미를 더했다는 평을 얻었다. 특히 다정하고 세심한데, 일도 잘하는 남자 주인공 유은호는 뭐 하나 빠지는 것 없이 완벽하다는 뜻에서 '유니콘 남주'라는 수식어를 얻으며 여심을 사로잡았다.
첫 회 시청률 5.2%로 출발한 이 드라마는 3회 만에 10.5%를 기록했고, 이후로도 계속 두 자릿수 시청률을 유지했다. 최종회에서 자체 최고 시청률 12.0%를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이미지 확대
[SBS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지은 작가는 "유은호라는 캐릭터는 '내 옆에 이런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는 제 판타지로부터 만들었다"고 떠올렸다.
그는 "그를 완벽한 남자로 만든 건 사실 일상에서 중요하지 않다고 치부되는 것들"이라며 "다정함, 배려, 정리 정돈 능력, 공감 능력 등을 갖춘 은호를 통해 이런 가치를 지키고 사는 사람이 얼마나 근사한지 말하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지은 작가는 이 드라마가 시청자들에게 어떻게 기억됐으면 좋겠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지친 하루 중 누군가 건넨 별것 아닌 다정한 인사에 위로받았던 기억이 있어요. '나의 완벽한 비서'도 지친 여러분의 일상에 찾아와 다정한 인사를 건넸던 온기 가득한 드라마로 기억되면 좋겠습니다."
이미지 확대
[SBS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coup@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5년02월26일 15시28분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