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현의 테크와 사람] 〈79〉부동산 정책, 인공지능을 활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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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현 성균관대 교수김장현 성균관대 교수

새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과연 어떤 그림을 갖고 있을까. 많은 이들의 관심이 쏠려있는 요즘이다. 최근 정부는 아파트 구입시 대출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하고 일시적 2주택 기간 인정도 엄격하게 하는 등 강력한 정책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 청년들의 미래 설계에 있어 큰 부담이 되어버린 주택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언가를 하려 한다는 것은 높이 살 만 하다. 특히 대출 의존도가 높은 투기 목적의 주택 구매자에게 강력한 신호를 보낸다는 점에서 귀추가 주목되는 조치다. 만약 강남을 중심으로 한 고가 아파트 시장에서 과열 현상이 완화되면, 중저가 아파트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지 모른다. 다만 그 영향이 수요의 이동으로 인한 풍선효과가 될지 아니면 실수요 중심으로의 수요 재편이 될지는 예단하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어떤 부동산 정책을 시행하느냐 이전에 더 중요한 문제가 있다. 어떤 데이터에 근거한 의사결정이냐 하는 점이다. 우리의 부동산 데이터에 대해서는 많은 문제 제기가 있어 왔다. 이곳저곳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미분양 주택 수치가 그 좋은 예다. 2024년 7월 현재, 정부 공식 통계에서 미분양 주택(아파트 포함) 수치는 약 7만 가구였고, 1년이 지난 지금도 공식 데이터베이스를 검색해 보면 비슷한 수치로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이 수치가 각 업체의 자발적 신고에 근거한 것이라는데 문제가 있다. 실제 미분양 물량을 그대로 보고할 경우 저 아파트는 팔리지 않는 곳이라는 낙인효과가 생길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일부 업체들은 실상을 있는 그대로 보고하는 데 소극적이라는 보도다.

미분양 물량을 일종의 영업 비밀로 간주하는 업계의 관행이 소극적 태도를 감싸고 있는 보호막이 되고 있다. 이러한 보호막이 가능한 데에는 지난 수십년간 선분양제도라는 관습을 형성해 버린 우리 부동산 시장의 거래 관행이 자리잡고 있다. 모델하우스와 실제 건축에 사용된 소재나 집의 구조가 달라서 논란이 생기는 것도 흔한 일이다. 지역주택조합이나 재건축의 경우에는 완공될 때까지 실제 입주자가 부담해야 하는 총금액이 얼마인지도 확정되지 못하는 희한한 거래 관행이 계속되고 있다. 이런 불투명성 때문에 한 번 갈등이 생기면 법적 분쟁으로 비화하는 것은 순식간이고, 돈을 내고도 입주를 못 하는 마음은 찢어질 듯 아프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다른 의미에서 고통의 시간이다. 부동산 시장이 거품속에 허우적거리는 데에는 믿을 수 없는 데이터라는 근본 원인이 있다. 시장에 참가하는 행위자 모두가 자신의 실상을 그대로 노출하는 고통을 감수함에 거리낌이 없어야 한다. 지자체마다 미분양을 정의하는 방식도 다르고, 국토부가 투명한 제도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도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만들고 있다.

우리의 부동산 정책은 불투명한 거래 관행, 믿을 수 없는 데이터, 그 위에 정치인들의 선심성 정책 등이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난맥상 때문에 항상 실패의 길을 걸어왔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업계와 이해관계자의 눈치를 보며 소극적으로 데이터를 수집하는 정책에서, 필요시 직접 현장에 나가 점검하는 능동적 부동산 빅데이터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

부동산 빅데이터를 첨단 인공지능(AI)으로 다루는 프롭테크 기술에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등기부 데이터베이스를 프롭테크 기술로 분석해 보니, 미분양 실제 수치가 기존 데이터보다 훨씬 높았다는 언론보도도 있었다. 이해관계자들에게 둘러싸여 불투명한 시장일수록, 첨단 빅데이터 분석과 AI를 활용하면 돌파구가 열릴 수 있다. 정부와 관련 제도의 과감한 혁신으로 투명한 데이터에 기반한 부동산 정책이 수립되었으면 좋겠다.

김장현 성균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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