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당 합당 뒤 거대여당 마주한 피해의식
집권하고도 못 버린 채 대통령 의제 흔들어
자칭 진보, 오만과 독선으로 “내란청산” 골몰
정권 재창출 실패한 문 정권 따라갈 텐가

물론 대통령실은 필요한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굳이 시래기가 올라간 ‘이재명 피자’ 홍보가 아니어도 대통령이 보여준 일상의 회복은 소소하고도 소중하다. 야당으로선 때맞춰 공격거리를 만난 셈이지만 여당도 야당 대표 등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한 것은 지나쳤다. 민생법안 처리 같은 협치 가능성을 깨고 멀쩡한 국민도 불안하게 만드는 점 역시 사실이다.
뜻밖에도 방영 다음 날 아침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상기하자 12·3 비상계엄! 잊지 말자 노상원 수첩!”이라는 ‘상기하자’ 시리즈를 페이스북에 올렸다. 이 난국에 대통령이 웬 예능 프로냐, 꼭 야당이 공격하는 것처럼 읽힌다. 물론 그날 오후 정청래는 대통령의 냉부해 출연을 극찬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나 “상기하자 6·25”를 연상케 하는 구호는 ‘내란 청산’과 투쟁을 독려한다. 조용한 개혁을 원하는 대통령실과 달리 민주당은 내란 청산과 부역자 척결을 끝까지 몰아붙일 태세다. 적폐 청산에 골몰하다 높은 대통령 지지율에 압도적 국회 의석을 갖고도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문재인 정권이 어른거린다.암만 박수 속에 퇴임한대도 자기 당 후임 대통령을 낳지 못한 대통령은 성공했다고 하기 어렵다. 그러고 보면 우리나라가 ‘실패한 대통령’만 갖게 된 것도 대통령들만의 잘못은 아니다 싶다. 실패한 대통령을 만들겠다는 정당 간 경쟁이 대통령들의 불행을 재촉했다. 5년 단임 대통령제 아래선 야당이 국회에서 대통령 의제를 계속 좌절시켜야만 정권교체 가능성이 커진다고 믿기 때문일 터다. 특히 민주당은 집권하고도 실패한 대통령 만들기 DNA가 보인다는 점에서 기이하다.
이유는 첫째, 1990년 초 3당 합당으로 거대 여당이 탄생한 뒤 민주당에 피해자-‘포위된 요새’ 인식이 박혀서다. 정치 분야는 유독 경로의존성이 심한 동네다. 탄핵당한 대통령을 둘씩이나 가진 국민의힘은 여당 때 제왕적 대통령에게 꼼짝 못 하다 ‘파면 DNA’를 갖게 됐다고 해도 할 말 없을 거다. 이에 비해 민주당은 여당 때도 대통령 의제를 흔들어대는 DNA를 못 버리고 있다. “당이 명령하면 따라야 한다”는 스탈린주의가 나온 심리적 기반도 포위된 요새 신드롬이었다.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을 놓고 청와대에서 속도조절론이 불거졌을 당시도 정청래는 강경 일변도였다. 입으로는 “성공한 대통령을 만들겠다”면서도 입법 독주에 나섰고 결과적으로 민주당은 정권교체 10년 주기론마저 깨고 2022년 대선에서 패했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 열린우리당도 다르지 않다. 2004년 신생 여당에서 당청 간 갈등 사안을 놓고 “계급장 떼고 논쟁하자”며 붙었던 전례가 있다. ‘4대 개혁입법’을 밀어붙이다 민심을 잃은 건 물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동의까지 거부해 결국 정권 교체 뒤에야 처리될 수 있었다.둘째, ‘우리가 옳다’는 자칭 진보의 오만이 뼛속까지 새겨져 있어서다. 문 정권 초 여당 원내대표였던 우원식은 “(박근혜 탄핵 이후) 우리 힘만으로 할 수 있다는 오만에 빠졌다”고 2023년 시사인 인터뷰에서 인정했다. 탄핵에 찬성했던 야 3당과 함께 연합정치를 했어야 하는데도 지지율만 믿고 ‘적폐 청산’에 급급했다는 것이다.
문 정권과 민주당이 그리 도덕적이지도, 정의롭지도 않다는 사실은 2019년 조국 사태 때 이미 드러났다. 그럼에도 ‘코로나19’가 뒤덮은 2020년 총선에서 압승하자 민주당은 ‘임대차 3법’등 좌파 경제로 독주했고, 1987년 체제 이후 처음으로 5년짜리 정권이 됐다.
셋째, 아는 게 그것밖에 없어서다. 젊은 날 ‘구국의 강철대오 멘털’에 갇힌 그들은 정치의 기본인 대화와 타협을 변절로 본다. 노란봉투법과 더 센 상법을 단독 처리하면서도 보완입법을 더불어 할 줄 모른다. 설령 민주당이 대통령 연임제 개헌을 강행한대도 정청래처럼 내달리면 달라질 게 없다. 오히려 4년짜리 실패한 민주당 대통령만 만들어낼 수도 있다.
이 대통령이 만에 하나 실패한다 해도 정치권에선 아무렇지도 않을지 모른다. 민주당도 자신들이 선거에만 이길수 있다면 상관없다는 것처럼 보인다. 다수 국민은 그렇지 않다.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민주당은 망국의 DNA를 버려야 한다.
김순덕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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