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연 칼럼]AI 혁명과 자율주행차, 멈춰 있는 한국의 시계

3 weeks ago 13

인류 문명 근본 재편할 AI ‘특이점’ 머잖아
본격 체감하게 될 변화 최전선에 자율주행
美中 상용화 단계인데 韓 정치에 가로막혀
신산업 혁신 없으면 AI혁명에서 도태될 것

김도연 객원논설위원·태재미래전략연구원 이사장

김도연 객원논설위원·태재미래전략연구원 이사장
20세기 초반, 기계 산업의 발전은 인류의 삶을 크게 바꿨다. 농경 정착사회에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하루 왕복 거리인 20∼30km 이상을 이동하는 일이 평생 매우 드물었다. 그러나 자동차는 혁명적인 변화를 몰고 와 현대인은 평균적으로 매일 50km 정도를 이동하고 있다. 자동차는 인간의 물리적 활동 범위를 넘어 사고의 폭까지 크게 넓혔다. 이제 자동차를 스스로 운전해 여행하는 일은 한 인간의 독립과 자유를 상징하게 됐다.

하지만 운전은 꽤나 복잡하고 위험한 일이다. 운전자는 모든 감각과 인지능력을 총동원해 앞차, 보행자, 표지판 등 주변 상황을 분석해야 한다. 피로하거나 집중력이 떨어지면 사고 위험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바퀴 달린 쇠붙이 자동차가 최고의 문명 이기(利器)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세상의 밝은 빛은 항상 어두운 그림자와 함께하는 법이기에, 자동차는 많은 사고를 유발하는 흉기(凶器)이기도 하다. 세계적으로 자동차 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연간 약 120만 명에 달한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21세기 초반의 세상은 인공지능(AI)이 바꾸고 있다. 생각하는 기계인 AI는 이미 인간의 여러 능력에 근접했다. 비행기는 새처럼 날기 위해 발명됐지만, 새와는 전혀 다르게 그리고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빠르게 날고 있다. AI도 마찬가지로 인간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무섭게 발전 중이다. 저명한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은 최근 AI가 인간의 능력을 확실히 추월하는 이른바 ‘싱귤래리티(singularity·특이점)’ 시점을 2029년으로 예측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마치 청각장애인이 처음으로 가장 아름다운 교향곡을 듣는 것처럼 완전히 새로운 세계를 맞이하는 순간이다. 장밋빛 밝은 미래 전망이지만, AI는 온갖 사회적 그림자도 함께 가져올 것이 분명하다.

AI로 인한 삶의 변화를 우리가 본격적으로 체감하게 될 분야는 다시금 자동차에서 비롯될 듯하다. AI가 주도하는 자율주행 덕택에 인류는 운전이라는 짐을 조만간 내려놓을 것이다. 치명적인 교통사고도 현저히 감소할 것이다. 자율주행 기술은 통상 0∼5단계로 구분되는데, 현재처럼 차량 스스로가 고속도로에서 차선을 유지하거나 안전 속도를 조절하는 기술은 2, 3단계에 해당한다. 5단계는 모든 상황에서 운전자 없이 차량이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이동하는 완전 자율주행 단계인데, 이제는 여기에 상당히 근접했다.

실제로 미국과 중국 등에서는 이미 기사가 없는 자율주행차를 활발히 도입하고 있다. 특히 자율주행을 국가 핵심 산업으로 지정한 중국 정부는 시범 도시를 설정하고 자율주행 택시를 운행하면서 그 확산에 매우 적극적이다. 운전기사가 없기 때문에 요금이 절반 정도에 불과하고, 24시간 쉼 없이 운행할 수 있다. 머지않아 전통적인 택시 산업은 결국 와해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최근 한국은행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자율주행 택시 시장은 전 세계적으로 향후 연평균 50% 이상 성장해 2034년에는 1900억 달러(약 27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자율주행차는 생활방식과 도시구조도 재편할 것이다. 소유가 아닌 서비스로 자동차가 바뀌면, 요즘 흔히 겪는 주차의 어려움은 사라질 것이다. 출퇴근 이동 시간에도 업무와 휴식이 가능해지면, 더 많은 사람들이 도심을 벗어나 자연친화적 지역에 거주하는 것을 선호하게 될 수 있다. 기존의 부동산 가치에도 획기적인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하지만 당장 발등에 떨어진 문제는 택시를 포함한 수많은 운전기사들의 일자리가 빠르게 사라진다는 점이다. 과거 자동 전화교환기가 등장하면서 교환원이라는 직업이 순식간에 사라진 것과 같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자율주행에 상당히 뒤처져 있다. 엔지니어의 기술력이나 기업가의 도전 정신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자동차 관련 법이 기득권 보호에 치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전 세계 거의 모든 도시에서 이용할 수 있는 우버 택시도 우리 국회는 2020년 소위 ‘타다 금지법’으로 막아 버렸다. 이는 포퓰리즘 정치의 전형으로, 그림자를 없애겠다며 빛을 아예 차단해 버린 것과 같다. 이런 정치 상황이니 자율주행 택시는 언감생심(焉敢生心)일 듯하다. 신기술이 가져올 사회적 충격은 당연히 완화해야 한다. 하지만 그 때문에 신산업에 한 발짝도 내딛지 못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자율주행은 실용을 내세운 현 정부가 치밀하게 대처해야 할 대단히 중요한 이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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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연 객원논설위원·태재미래전략연구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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