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벌어지는 인공지능(AI) 혁명은 지난 20년간 겪은 변화와 차원이 다릅니다. AI 등장으로 정보기술(IT) 개념이 송두리째 변하고 있어요.”
김경진 한국 델 테크놀로지스 총괄사장(사진)은 21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IT 인프라 중심이 중앙처리장치(CPU)에서 그래픽처리장치(GPU)로 바뀌고 있다”며 “기업들이 얼마나 빠르게 AI 인프라를 확보하는지에 따라 생존과 도태의 갈림길에 설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1990년대 후반 ‘인터넷 혁명’ 이후 지금까지 IT산업 구조가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2007년 아이폰 등장 이후 모바일 시대가 왔지만 CPU와 메모리, 스토리지, 네트워크 등으로 이뤄진 IT의 기본 아키텍처는 그대로라는 얘기다. 하지만 AI가 나타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김 사장은 “데이터센터의 주요 워크로드에서 GPU 비중이 이미 CPU를 넘어섰다”며 “서버와 스토리지 역시 GPU 서버와 초고속 스토리지가 긴밀히 연결된 구조로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과거 IT 경쟁력은 숙련된 개발자나 소프트웨어 기술력에 달려 있었지만 앞으로는 데이터센터 용량과 GPU 성능, 이를 운용하는 전력 인프라가 더 중요해질 것”이라며 “AI 발전으로 모든 산업이 ‘장치 산업’처럼 바뀔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과 중국이 AI에 사활을 거는 것도 이 같은 흐름을 인지했기 때문이란 게 김 사장의 설명이다. 그는 “미국과 중국 빅테크 기업이 GPU 확보에 막대한 투자를 쏟아붓는 것도 AI 인프라의 중요성 때문”이라며 “한국 역시 AI 인프라 구축에 속도를 내지 않으면 글로벌 경쟁에서 크게 뒤처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AI 인프라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크 장비 등을 주력으로 하는 델 테크놀로지스도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2026회계연도 1분기(2025년 2~4월) AI 서버 주문은 120억달러(약 16조5000억원)로 지난해 총주문량을 뛰어넘었다. 최근 xAI의 콜로서스 데이터센터, 미국 에너지부(DOE) 등 대형 프로젝트를 수주하기도 했다.
김 사장은 “델은 AI PC부터 데이터센터, 클라우드까지 AI 생태계 전반을 아우르는 인프라를 선보이고 있다”며 “전 세계 3000곳 이상 기업이 델의 AI 팩토리를 도입해 운영 중”이라고 설명했다. AI 팩토리는 기업이 AI를 쉽게 도입하도록 인프라부터 플랫폼, 데이터를 준비하는 단계나 컨설팅 서비스까지 포괄적으로 제공하는 델의 서비스를 뜻한다. 한국에서도 지난 2일 ‘AI 파트너 에코시스템 라운드테이블’ 행사를 여는 등 한국 기업과 생태계 조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김 사장은 “AI는 제품이 아니라 목적을 강화하는 도구”라며 “실용적인 AI의 중요성이 갈수록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작년까지 많은 기업이 AI의 가능성을 이해하는 데 집중했다면 이제는 AI를 활용해 실질적 성과를 내야 하는 시점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예를 들어 지금까지 금융권에서는 사기 탐지에 AI를 주로 활용했지만 이제는 챗봇, 행동 분석, 초개인화 서비스 등으로 활용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며 “2028년까지 생성형 AI와의 상호작용 중 3분의 1은 에이전틱 AI가 차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에이전틱 AI는 인간이 개입하지 않고도 자율적으로 의사결정을 내리는 다수 에이전트 집단체를 의미한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