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온난화가 일상이 된 이후로 여름에는 냉방, 겨울에는 난방 때문에 고지서를 들여다보며 한숨을 쉬어본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우리가 느끼는 불편이 단순히 에어컨과 보일러 사용 때문만이 아니라는 점에 있다. 건물에 들어간 단열재, 창호, 외벽 등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제 역할을 못 하게 되고 그 결과 냉·난방비가 필요 이상으로 불어나고 있다.
예를 들어 창호는 설치 20년 후 단열 성능이 25% 떨어지는데 이에 따라 냉난방비가 최대 55%까지 늘어난다고 한다. 처음에는 따뜻하고 시원했던 집이 세월이 흐를수록 에너지가 새어나가는 ‘구멍 난 지갑’으로 변하는 것이다. 특히 외부에 직접 노출되는 자재들은 바람, 비, 자외선, 결로 등 다양한 요인으로 성능 저하 정도가 더욱 심각하다.
이 때문에 늦게나마 건축물 에너지 관리의 중요 요소 중 하나인 단열재의 장기 열저항(LTTR·Long-Term Thermal Resistance) 측정을 제도화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새로운 제도 도입에는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장기 열저항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단열재 성능이 저하되는 것을 수치로 평가하는 지표다. 여름에는 고온 다습하고 겨울에는 한랭 건조한 우리나라의 기후와 단열재의 재료적 차이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성급히 적용한다면 오히려 왜곡된 결과와 불합리한 정책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해외에서 관련 제도를 도입한 나라는 캐나다와 미국의 극히 일부 지역에 불과하다.
단열재는 탄소 성분의 포함 여부에 따라 유기 단열재와 무기 단열재로 나뉘며, 어떤 형태로 구성되는지에 따라 다양한 특성을 지닌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한국산업표준(KS기준)을 통해 우레탄으로 대표되는 유기 발포 단열재 중 일부에 대해서만 LTTR을 평가한다. 이는 평가 대상이 된 단열재를 제외한 다른 단열재는 장기 성능이 유지된다는 오해를 야기함으로써 국가 에너지 정책에 혼선을 초래할 수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열재별 특성을 반영한 평가 기준 적용이 필요하다. 캐나다와 미국에서는 단열재의 장기 열저항을 측정해 이를 인증제도나 제품 공시 제도에 반영한다. 기밀성이 있는 재료로 마감된 단열재는 일반 LTTR 시험법을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기 때문에 6개월간 노화 시험을 통해 안정화된 열저항 값을 공식 성능으로 인정하고 있다. 단열재의 종류와 특성에 맞는 시험법으로 장기 성능을 평가하는 것이다. 이는 소비자와 설계자가 실제 성능을 현실적으로 예측할 수 있게 한다.
정책은 본말전도(本末顚倒)되어서는 안 된다. 이제 모든 단열재와 창호, 주요 설비의 장기 성능을 그 특성에 맞는 실질적인 방법으로 평가하고, 이 데이터를 기준으로 건축물을 설계할 수 있는 체계에 관해 논의할 필요가 있다. 건축물 에너지 정책은 기초부터 제대로 다져야 국민 부담을 줄이고, 미래세대의 삶도 지킬 수 있다.

1 month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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