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K컬처 250억달러 수출, 게임산업에 달렸다

1 month ago 14

황성기

황성기

이재명 정부는 ‘새 정부 경제성장 전략’을 통해 2030년까지 K컬처 수출 규모를 250억달러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현재 수출액이 132억달러 수준임을 고려하면, 앞으로 임기 동안 두 배 가까운 성장이 필요하다. K팝과 드라마, 웹툰 등 다양한 콘텐츠 분야가 있지만, 그중 핵심은 게임산업이다. 게임은 이미 2023년 기준 약 83억9400만달러를 기록하며 K컬처 수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정부가 목표한 250억달러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게임산업이 두 배 가까운 성장을 이뤄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 청사진을 어떻게 현실로 만들 수 있을까. 그 출발점은 국내 시장의 활성화다. 해외에서 성공하는 게임은 언제나 자국 시장에서 검증된 작품이다. 최근 국내 모바일 게임시장만 보더라도 중국 대형 게임사들이 자국에서 검증된 게임으로 매출 상위권을 장악하고 있다. 한국은 중국과 같은 인해전략(人海戰略)을 쓰기는 어렵다. 하지만 한국 게이머들은 세계적으로도 손꼽히는 얼리어답터로, 새로운 장르와 서비스에 빠르게 반응하며 산업 발전을 견인해왔다. 한국이 글로벌 게임 강국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은 여기에 있다.

국내에서의 성공이 곧 해외에서의 성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교훈은 분명하다. 이를 위해서는 업계의 자기 성찰이 선행돼야 한다. 그동안 국내 게임산업은 과도한 확률형 아이템과 불투명한 과금 구조로 단기 수익에 치중하며 이용자 신뢰를 훼손하고 ‘한국 게임=과금 유도형’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확산시켰다. 이제는 이용자를 존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혁신적인 재미와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고, 보호 장치를 강화해야 한다. 이용자 만족에 기초한 과금 구조가 정착되지 않는다면, 정책 목표는 공허한 선언에 불과하다.

K컬처의 주무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를 비롯한 정부 차원의 규제 정비도 필요하다. 글로벌 시장에서 통하는 게임은 재미뿐만 아니라 개인정보 보호, 결제 시스템, 청소년 보호 장치 등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문제는 한국만의 갈라파고스 규제가 글로벌 진출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 게임시장이 국제 기준에 부합할 때, 해외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정부가 제시한 목표를 달성하려면 단순히 투자를 확대하는 것만으론 부족하다. K팝이 세계인의 사랑을 받기까지는 음악인의 역량과 더불어 팬을 존중하는 문화, 글로벌 기준에 맞춘 기획, 정부의 전략적 지원이 있었다. 게임산업 역시 다르지 않다. 국내 시장을 단단히 다지고, 업계가 체질을 개선하며, 정부가 글로벌 기준에 맞는 제도적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 그 길은 쉽지 않으나 한국 게임이 세계를 선도하며 K컬처 250억달러 수출 목표를 실현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길이다.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