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가려움에 환자 60%가 수면장애…치료제 도입 절실

1 day ago 1

밤새 긁어도 멈추지 않는 가려움증 탓에 고생하는 환자들이 있다. 평온하게 잠을 자는 것조차 사치다. 만성 수면 부족으로 낮에 직장이나 학교 등에서 생활을 하는 데도 어려움을 호소한다. 결절성 양진 환자가 겪는 일상이다. 전문가들은 이들의 고통을 줄여주기 위해 치료제 도입을 확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극심한 가려움에 환자 60%가 수면장애…치료제 도입 절실

1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남인순 의원(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결절성 양진으로 인해 우울증과 불안장애, 수면장애 진료를 함께 받은 환자는 7438명이다. 같은 해 결절성 양진 환자가 7만6558명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환자의 10%가량이 병원을 찾을 정도로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는 의미다.

결절성 양진은 피부에 수십에서 수백 개 결절이 튀어나와 피가 나도록 긁어도 극심한 가려움이 멈추지 않는 질환이다. 만성 질환인 까닭에 점차 피부가 두껍고 딱딱해지면서 검게 변색돼 지워지지 않는 흉터를 남긴다. 환자들은 불에 타는 듯한 따가운 고통, 바늘로 찌르는 것 같은 통증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국내에서 의료기관을 찾아 이 질환으로 진단받는 환자는 7만~8만 명이다. 환자의 60%는 사회·경제적 활동을 활발히 해야 하는 20~50대다.

결절성 양진 환자가 겪는 가려움의 수준은 상상을 초월한다. 가려움증 점수(NRS)가 아토피 피부염보다 높다. 환자 절반 이상이 2년 넘게 극심한 가려움증에 시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신적 고통도 상당하다. 환자의 62%는 만성적인 가려움증으로 수면장애를 겪는다. 환자의 19%가 자살까지 고민했다는 해외 연구 결과도 있다.

이런 경향은 국내 연구에서도 확인됐다. 국내 환자 3591명을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결절성 양진 환자는 뇌졸중이나 심부전 환자보다 삶의 질이 떨어졌다. 아토피 피부염, 소양증 등 다른 피부 질환자보다도 삶의 질이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20여 년간 결절성 양진을 앓은 한 환자는 “가려움 정도가 10점 만점이라면 10점을 넘어갈 정도”라고 토로했다. 장용현 경북대병원 피부과 교수는 “결절성 양진 환자는 참을 수 없는 가려움 때문에 정상적인 일상생활을 하는 데 어려움을 호소한다”며 “수면장애, 불안, 우울감 등 정신적 고통은 환자뿐 아니라 가족의 삶까지 무너뜨릴 수 있다”고 했다.

결절성 양진 병변은 주로 허벅지와 다리, 팔 등에 생긴다. 원인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병원을 찾아 진단받으면 항히스타민제와 스테로이드제 등으로 치료한다. 자외선에 노출시켜 증상을 줄이는 광선치료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 이런 치료를 해도 증상이 잘 호전되지 않는다. ‘죽지 않는 병’이라는 피부질환 특성 때문에 극심한 고통을 안고 살아가는 환자가 많다. 의료계에서 사회적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하는 이유다.

극심한 가려움에 환자 60%가 수면장애…치료제 도입 절실

최근엔 이런 환자를 위한 생물학적 제제가 개발됐다. 아토피 피부염 치료제로 알려진 사노피의 ‘듀피젠트’가 결절성 양진에도 활용된다. 질환이 생기는 근본 원인을 차단해 치료 3주 만에 환자의 60% 정도에서 가려움증이 크게 줄어드는 것을 입증했다. 치료를 계속 받으면 결절도 줄일 수 있다. 문제는 약값이다. 2주마다 주사를 맞아야 하는데 1회 투여 비용이 70만원 안팎으로 고가다.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어서다. 장 교수는 “경제적 부담 때문에 치료 시기를 놓치는 환자가 많다”며 “환자가 적절한 시점에 치료를 시작할 수 있도록 혁신 치료제의 신속한 건강보험 급여 적용이 절실하다”고 했다.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