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 6월 25일 북한군이 38선을 넘어 남침했을 때 캐나다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유엔의 부름에 응답했다. 3만 명이 넘는 육해공군 병력을 파병했고, 이 중 516명의 장병이 대한민국의 자유와 평화를 수호하다 목숨을 잃었다.
가평 전투에 투입된 프린세스 퍼트리샤 연대는 압도적인 적군에 맞서 전략적 고지를 사수하여 부대 표창을 받았다. 캐나다 해군은 전시 험난한 한반도 해역을 순찰했고, 캐나다 공군은 북한 미그기를 격추하고, 막대한 병력과 전쟁 물자 수송을 도맡았다. 이 같은 혁혁한 기여는 21개 유엔사 회원국과 함께 대한민국의 주권을 지켜내는 결정적 요소로 작용했다.
1953년 정전협정 체결 후에도 캐나다 병력은 3년간 한반도에 남아 정전 감시 임무를 수행했다. 이는 유엔사가 비무장지대 감시와 긴장 완화 임무를 안정적으로 이어갈 수 있는 기반이 되었다. 오늘날에도 정전협정 이행을 보장하는 유엔군의 임무는 지역 위협이 고조됨에 따라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현재 유엔사는 18개국이 참여하는 다국적 체제로 진화해 정전협정 이행 보장, 우발 상황 대응, 군사 소통 유지 등 핵심 임무를 수행 중이다.전장에서 맺어진 두 나라의 유대는 세대를 넘어 이어지고 있다. 가평 전투 참전 용사 윌리엄 크라이슬러는 1970년대에 한국으로 돌아와 대한민국의 재건을 돕고, 이곳에서 결혼했으며 올 4월 부산 유엔기념공원의 전우들 곁에 안장되었다. 그의 이야기는 단지 한 명의 군인의 역할을 넘어 대한민국 국민을 위해 싸우고, 대한민국 사회의 일부가 된 수많은 캐나다인의 사례를 잘 보여 준다. 매년 겨울 한국전 참전 캐나다 연대 대원들이 주최하는 ‘임진 하키 클래식’ 하키 경기는 참전용사들의 헌신과 노력을 잊지 않고, 양국이 함께한 희생과 우정을 기리는 살아 있는 전통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 75년 동안 유엔사는 전시 연합체에서 한반도와 세계의 평화 안정 유지를 위한 다국적 핵심 전력으로 진화해 왔다. 현재 18개 회원국은 다양한 자원과 역량, 전문성을 제공하고 있으며 이는 유엔사가 침략 억제와 위기 대응, 국제 규범 수호를 위해 긴밀히 협력할 수 있는 토대가 되고 있다. 또 집단 안보 약속에 기반한 확고하고 신뢰할 수 있는 방위 태세 유지 능력 향상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북한의 군사적 능력 확장과 국제 규범 위반 활동 등 도전 과제에 맞서 캐나다의 지속적인 유엔사 지원은 한반도 평화 안정과 세계 안보가 불가분의 관계임을 잘 보여 주는 사례다. 유엔사 창설 75주년은 공동의 희생을 되새기고, 지속 가능한 평화를 향한 국제 연대의 가치를 되짚는 이정표가 될 것이다.데릭 매콜리 유엔군사령부 부사령관(캐나다 육군 중장)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좋아요 0개
- 슬퍼요 0개
- 화나요 0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