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 넘는 범죄, 국제 경찰 공조가 답이다[기고/유재성]

3 weeks ago 8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
보이스피싱으로 불리는 전기통신금융사기는 디지털 문명화에 편승해 국경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인신매매와 노동착취를 일삼는 괴물로 진화하고 있다. 이제는 단순한 금융사기를 넘어 가상화폐나 소셜미디어, 온라인 메신저 등 디지털 기술을 악용한 국제 범죄 생태계로까지 확대됐다.

최근 캄보디아 내 이른바 ‘스캠 단지’에서 발생한 우리 국민 감금·폭행 사건은 이러한 초국경 범죄의 실상을 여지없이 보여줬다. 단일 국가의 역량만으로는 이 같은 도전을 극복하기 어렵다. 서로 간의 협력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지금, 선언적 협력을 넘어 실질적 연대를 구축하는 국제적 공감대를 넓혀가야 한다.

경찰청은 20일부터 서울에서 제5회 국제경찰청장회의(IPS)를 개최한다. 2015년 출범한 IPS는 4차 산업혁명과 초불확실성 시대의 치안 전략 등 미래 치안에 대한 논의를 선도해 왔으며, 전 세계 경찰의 소통과 협력을 이끄는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번 회의에서는 각국 경찰 총수들이 전 세계가 직면한 초국경 범죄를 근절하기 위한 실질적인 글로벌 연대 방안을 함께 모색한다. 초국경 범죄가 빠른 속도로 진화하고 있는 만큼 전 세계 경찰의 대응은 더 빠르고, 더 정교하며, 더 강력해야 한다.

경찰청은 이에 대한 해법으로 전 세계 경찰의 실시간 정보 공유와 공동작전을 축으로 하는 실질적 글로벌 연대를 제안한다. 공동작전이 국가 주권과 상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으나, 명시적 합의와 현지 법령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추진된다면 주권과 조화를 이룰 수 있다. 오히려 상호 신뢰에 기반한 공동작전은 책임 있는 주권 행사를 통해 공동안보를 강화하는 길이 될 것이다.

국경을 통과할 때 여권 검사, 비자 발급 등을 면제하는 ‘솅겐 협정’을 근거로 이동이 자유로워진 유럽에서는 회원국 간의 필요와 이해를 바탕으로 다양한 형태의 공동작전이 진행되고 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지난해 12월 리투아니아에서 현지 경찰과 함께 가상자산 탈취 사건을 수사하며, 증거물을 압수하고 피의자를 검거한 사례는 이러한 국가 간 공동작전의 가능성을 보여주기에 충분하다. 피해자 구조와 증거 보전, 범죄수익 추적·환수, 범인의 국경 이동 차단·검거까지 관계국이 함께하는 공동작전이야말로 스캠 단지와 같은 범죄 거점을 무너뜨릴 가장 효과적인 처방이다. 이번 IPS에서는 전 세계 30여 개국의 경찰 수장이 모여 초국경 범죄의 심각성을 다시금 인식하고, 선언적 협력을 넘어선 ‘경찰 실천연대(Police Alliance)’ 구축의 필요성에 뜻을 모을 것이다. 각국의 굳은 의지는 공동선언문 형태로 채택돼 국제사회와 시민에게 약속될 예정이다.

이번 회의를 계기로 각국이 상시 협력할 수 있는 국제 경찰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첨단기술 공유, 범죄 분석 역량 강화, 현장 대응 훈련 등 실질적 교류를 이어가야 한다. 지속가능한 협력구조를 마련해야만 이번 약속이 일회성 선언에 그치지 않고, 각국 치안 현장의 구체적 변화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이달 서울에서 공표될 글로벌 치안 연대의 약속이 세계 각국의 협력 강화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대한민국 경찰은 앞으로도 세계 경찰과 손잡고 초국경 범죄 생태계에 맞서는 실질적 연대의 길을 걸어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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