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 인공지능(AI) 산업 핵심 인프라 조성을 위한 국가AI컴퓨팅센터 구축사업이 좌초될 위기에 놓였다. 연장 공모 끝에 무응찰로 유찰된 것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3일 국가AI컴퓨팅센터 사업 미응찰을 발표했다. 세 달여 간 접수기간 끝에 지난달 30일 무응찰로 한 차례 유찰된 데 이어 두 번째 유찰이다. 과기정통부는 지난 2일 사업 재공고를 통해 동일한 요건으로 연장 공모를 이날 오후 5시까지 진행한다고 밝힌 바 있다.
삼성SDS가 사업 참여 여부를 놓고 막판까지 고심했지만 결국 참여를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네이버, 엘리스그룹 등 컨소시엄 구성은 물론, 사업계획, 수익성 확보 방안 등을 거듭 고민해왔다.
당초 국가 AI 컴퓨팅 인프라를 구축하고 지원한다는 상징성으로 사업 흥행이 예견됐지만 결국 무응찰로 사업이 연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과기정통부는 당초 사업 신청 기업을 대상으로 이달 중 기술평가와 7~8월 중 금융평가를 거쳐 9~10월 사업 실시 협약을 체결하고 사업을 시작할 계획이었다.
수익성 확보가 불확실하고 광범위한 사업 제안 범위와 의무 등이 유찰 사유로 거론된다. 또 열흘 남짓의 연장 공모 기한이 짧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제안서를 준비하던 삼성SDS 이외 다른 기업들이 새롭게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제안서를 작성하기에 빠듯한 일정이라는 점에서 진단이다.
두 차례 유찰로 사업은 공모 규격부터 다시 준비될 가능성이 높다. 국가 AI 핵심 인프라 사업인 만큼 기업 등의 의견을 수렴, 수익성을 높이고 부담을 낮추는 방향으로 사업이 재조정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컨소시엄 구성, 제안서 작성 등 물리적 시간을 고려할 때 삼성SDS 이외 참여할 수 있는 사업자가 없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었다”며 “사업이 재유찰된 만큼 사업의 낮은 수익성을 상쇄하고 각종 부담을 해소할 수준으로 공모 규격이 변경돼야 기업들이 참여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과기정통부는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부처와 향후 사업 추진 방향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종진 기자 trut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