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 측 한 인사는 정 대표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당내 세력도 없는 정 대표가 집권여당 대표가 된 데는 지지층을 결집시키며 존재감을 키워온 그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정치가 효과를 발휘한 것이라는 취지다. 실제 정 대표는 의원들의 지지를 더 많이 받았던 박찬대 전 원내대표와의 당 대표 선거에서 이기며 주목을 받았다.
정 대표는 SNS를 가장 잘 활용해 온 정치인으로 꼽힌다. 10년 전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이었던 시절 그는 “시대정신은 SNS에 있다”고 말했다. 당시 그는 ‘당 대포(大砲)’를 자임하며 박근혜 정부 시절 야당의 최전방 공격수 역할을 톡톡히 했다.
그는 지지층을 의식한 강성 발언과 행보로 당원들의 지지를 받았지만 막말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켰고 당원권 정지 1년 징계를 받았다. 당시 당내에선 “‘당 대포’가 내무반에 수류탄을 던졌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결국 그는 20대 총선 공천 과정에서 컷오프가 됐다.10년 만에 권토중래한 그는 ‘당원 중심제’를 내세우며 당 대표에 당선됐다. 하지만 여전히 “여당이 아닌 야당 대표 같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정 대표는 15일에도 조희대 대법원장을 향해 “반(反)이재명 정치 투쟁의 선봉장이 됐다”며 앞장서서 사퇴를 요구했다. 과거 ‘당 대포’를 자임했던 그의 모습이 오버랩 되기에 충분했다.
특히 최근 여야가 합의했던 특검법 개정안을 둘러싸고 정 대표는 직접 합의 파기를 선언했다. 여야 원내대표 간 합의 소식이 알려지자 강성 지지층 등 당 안팎에서 반발이 거세졌기 때문이다. 당초 여야 원내대표가 합의를 이룬 것은 금융감독위원회 신설 등 정부조직법에서 야당의 합의를 구해야 하는 여당과 특검법의 수사 기간 연장 등에 반대하던 야당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였다. 자기 권한과 책임으로 합의안을 만들었던 김병기 원내대표는 공개석상에서 정 대표에게 사과를 요구했고 결국 며칠이 지나서야 ‘여당 투톱’ 간 갈등은 수습되는 분위기다.
이번 사태는 여당의 리더십에 대한 상처를 남겼다. 앞으로도 당 지지층이 반발할 경우 여야 합의는 순식간에 물거품처럼 될 수 있다는 선례도 남겼다. 오락가락하는 여당의 모습은 국민들에게 불안감을 줄 수 있다. 따져보면 여당 내에서도 3대 특검법 개정안은 크게 실익이 없다는 평가가 많았다. 이미 주요 의혹과 관련된 피의자에 대한 구속이나 기소가 이뤄졌고 일부 의혹 수사는 진척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추가적인 수사 기간 연장이나 인력 보강은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결국 ‘더 센 특검법’이라는 상징성과 명분 때문에 야당과의 합의를 깨고 특검법 개정안을 밀어붙인 건 득보다 실이 더 클지 모른다.당 대표 이후를 바라보는 정 대표는 이제 시험대에 올라와 있다. 민주당을 일극체제로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았던 이재명 대통령도 취임 이후엔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며 통합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정 대표도 이제 지지층보다는 국민 전체를 바라보는 정치를 해야 하지 않을까. 강성 지지층만 바라보는 정치의 극단적 케이스는 지난 정부와 야당에서 충분히 반면교사를 삼을 수 있을 것이다.
황형준 정치부 차장 constant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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