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닮아 보였던 대만은 최근 한국과 다른 길을 가고 있다. 정치적 리스크는 커졌을지 모르지만 경제는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올해 대만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3만8066달러(약 5367만 원)로, 한국(3만7430달러)을 추월할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해 대만 증시의 시가총액은 2조3320억 달러로 한국(1조5230억 달러)의 153%에 달한다.
대만 경제의 핵심 동력은 반도체 산업이다. 대만 수출에서 반도체가 40%가량을 차지한다. 반도체 산업은 중국에 위협받는 대만의 안보까지 담보할 분위기다. 카멀라 해리스 전 미국 부통령의 국가안보보좌관이었던 필립 고든 브루킹스연구소 연구원은 22일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 기고에서 “대만 최고 기업들이 생산하는 최첨단 칩을 대체할 곳은 세계 아무 곳도 없다”며 “미국은 앞으로도 오랫동안 대만 안보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을 장악한 대만의 눈부신 반도체 도약은 우수한 공대에서 나온다는 분석이 많다. 과거에는 미국 공대를 나온 유학파가 귀국해 산업을 이끌었다. ‘매사추세츠공대(MIT)가 메이드인타이완(Made In Taiwan)’이란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였다.하지만 최근 10여 년 동안 대만은 자국 공대를 집중적으로 육성하며 인재 양성 시스템 확대에 나섰다. 4년 전부터는 향후 공대 인력이 부족해질 것에 대비해 장기 전략까지 내놨다. 2021년 ‘국가 중점 분야의 산학협력 및 인재 양성 혁신법’을 제정한 것이다. 이 법에 따라 대학 9곳이 반도체 전문연구소를 신설했다. 반도체, 인공지능(AI) 등 핵심 분야 학부 과정은 10%, 대학원 과정은 15% 늘었다. 과거 유학만 보내기 바빴던 공대들은 정부의 지원을 받아 적극적으로 외국 인재를 유치한다. 한때 ‘귀신의 섬’으로 불렸던 곳이 ‘기회의 섬’으로 탈바꿈하고 있는 셈이다.
공대 교육의 체질도 변하고 있다. 대만의 공대는 일찍이 창업기지로 바뀌고 있다. 대만의 명문대로 꼽히는 국립대만대는 10년 전 ‘대만판 실리콘밸리’를 목표로 D스쿨(디자인스쿨)을 설립했다. 공대생들이 주축이 된 이곳에선 창업을 훈련한다. 교수들도 창업 기업의 대표를 겸직하는 경우가 많다. 공대의 창업 인재들은 반도체 대기업으로도 진출하지만 강소기업을 키워 저성장 공포에 허덕이던 대만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에서도 공대와 기업이 연계된 계약학과가 늘고 ‘AI’ 간판을 내건 교육과정이 유행처럼 번진다. 하지만 내실은 부족하다는 말이 들린다. 대만처럼 산학협력을 더 강화하고 정부는 장기적인 로드맵을 갖고 예산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 공대 교육을 시대에 맞게 바꾸고 인재들이 창업할 길을 잘 터주면 의대 편중에 따른 다른 사회 문제들도 더 쉽게 해결될지도 모른다.조은아 경제부 차장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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