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포스트시즌에선 ‘야성적 충동’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 나왔다. MLB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소셜미디어 피드에 ‘알고리즘’을 타고 온 ‘매드 맥스(Mad Max)’라는 제목의 영상을 한 번쯤 봤을 것이다.
무대가 된 경기는 토론토와 시애틀이 맞붙은 아메리칸리그(AL) 챔피언결정전(CS·7전 4승제) 4차전이다. 토론토 선발로 등판한 베테랑 투수 맥스 셔저(41)는 5-1로 앞선 5회 2사 주자 1루 상황에서 존 슈나이더 토론토 감독(45)이 마운드를 방문하자 눈에 쌍심지를 켜고 ‘F’ 욕설을 섞어가며 “꺼지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다. “계속 던지겠다”고 고함치는 셔저에게 슈나이더 감독은 “그럼 그렇게 하라”며 순순히 돌아선다.
다음 타자를 삼진으로 잡고 이닝을 마친 셔저는 6회에도 마운드에 올라 AL 홈런왕 칼 롤리(시애틀)를 포함해 아웃 카운트를 두 개 더 잡아낸 후 마운드를 내려왔다. 토론토는 이날 8-2로 이겼고, 5와 3분의 2이닝 2실점으로 호투한 셔저는 승리투수가 됐다.경기 후 슈나이더 감독은 “셔저가 날 죽이는 줄 알았다”고 웃으며 “보통 그런 상황에서는 숫자와 전략, 예측, 사람 등을 종합해서 판단하는데 나는 그중 사람을 믿었다. (셔저가 고함치는) 순간 올 한 해 셔저와 나눈 모든 대화가 머릿속을 스쳤다. 셔저가 잘해 낼 거라 믿었다”고 했다.
슈나이더 감독은 “셔저가 그렇게 고함쳐주길 시즌 내내 기다렸다. 멋졌다”고도 했다. 물론 그가 기다렸다는 게 이성의 끈을 놓은 채 눈이 돌아버린 셔저는 아닐 것이다. 그가 기대한 ‘매드 맥스’는 절체절명의 순간 ‘감히 나를 바꿔?’라며 감독을 쏘아붙일 만큼 공을 던질 준비가 된 셔저였다. 그날 슈나이더 감독의 판단에는 단순한 순간의 감정이 아닌, 셔저와 함께 한 올 시즌의 전 과정이 녹아 있었던 셈이다.
야구는 기본적으로 ‘확률 게임’이다. 하지만 매년 가을야구 무대에는 정규시즌 데이터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상황이 종종 발생한다. 흔히 말하는 ‘미친 선수’에 의해 시리즈 향방이 좌우되곤 한다. 감독들이 자주 언급하는 ‘흐름’이니 ‘기세’니 하는 것 역시 이성과 논리로는 쉽게 설명할 수 없는 요소다. 이날 승리한 토론토는 2패로 시작한 시리즈를 2승 2패 원점으로 돌린 뒤 4승 3패로 32년 만에 월드시리즈(WS)에 올랐다. 하지만 케인스는 야성적 충동도 튼튼한 이성이 바탕이 될 때만 경제에 활력이 된다고 강조한다. 과도한 기대심리는 버블로 이어지고, 거품이 꺼지면 찾아오는 것은 공황이다.가을야구도 마찬가지다. 내일이 없는 이 무대에서 감독들은 이성과 야성적 충동 사이에서 최적의 균형을 찾아야 한다. 이 모험에서 성공한 자는 우승컵을 든다. 하지만 욕심도, 두려움도 과하면 이성적 판단마저 흐릴 수 있다. 정규시즌과는 또 다른 가을야구만의 매력이다.
임보미 스포츠부 기자 b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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