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신수정]라면부터 호두과자까지… APEC 무대에 오르는 K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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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수정 산업2부 차장

신수정 산업2부 차장
K푸드는 이제 외국인들이 한국을 찾는 가장 큰 이유가 됐다. 문화체육관광부가 5월에 발표한 ‘2024 외래관광객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외국인 관광객들의 방한 이유 1위가 ‘식도락 탐방’(62.8%)이었다. 10명 중 6명 이상이 ‘먹는 즐거움’을 위해 한국을 찾은 것이다. 오랫동안 외국인들의 방한 이유 1위는 쇼핑이었지만 2020년을 기점으로 K푸드가 쇼핑을 제치고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글로벌 여행 플랫폼 아고다가 지난해 고객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 아시아 미식 여행지 1위로 뽑힌 곳도 한국이었다.

최근엔 한국의 주요 수출품 중 하나로도 부상했다. 냉동김밥은 미국 주요 마트에서 팔리고 있고 라면은 전 세계 130여 개국에 수출되고 있다. 일본 첫 여성 총리인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신임 총리는 “저는 한국 김을 정말 좋아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국내 농수산식품 수출액은 2021년 처음 100억 달러를 넘은 후 지난해에는 역대 최대인 130억3000만 달러(약 18조7605억 원)까지 늘었다.

27일부터 경북 경주에서 막을 올리는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주간에는 김치, 라면, 치킨 등 다양한 K푸드가 총출동한다. CJ제일제당은 비비고 컵밥과 떡볶이, 김스낵 등을 참가자 숙소와 미디어센터에 공급한다. 농심은 ‘케이팝 데몬 헌터스’와 협업한 신라면 1만 개를 협찬하고 부스를 운영한다. 교촌에프앤비는 회의장마다 치킨 제품을 내놓는다. 청년다방 떡볶이와 부창제과 호두과자도 선보인다.

K푸드는 세계 미식업계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미국 음식업계에서 오스카상으로 통하는 ‘제임스 비어드상’의 올해 최우수 셰프상은 뉴욕에서 한식 파인다이닝 ‘정식’을 운영하는 임정식 대표가 받았다. 이러한 K푸드를 APEC 정상들에게 각인시킬 수 있는 기회가 바로 31일 열리는 공식 만찬 자리이다. 만찬 메뉴는 당일 공개되는데 한국계 미국인 셰프 에드워드 리가 롯데호텔 셰프들과 손잡고 선보인다. 경주 특산물인 한우와 가자미, 참전복 등이 식재료 후보군으로 점쳐지고 있다.

APEC 기간엔 크고 작은 200여 건의 회의가 이뤄지면서 각국 정상과 수행 인원, 경제인, 정부기관 관계자 등 2만여 명이 경주를 찾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의 직접적인 경제 효과 외에 전 세계 미디어를 통한 홍보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2005년 부산에 이어 20년 만에 경주에서 열리는 APEC은 ‘가스트로 외교’(음식 외교)를 선보일 수 있는 중요한 기회인 셈이다. 가스트로 외교란 국가가 자국의 음식과 식문화를 전략적으로 홍보해 해외 대중의 호감과 이해를 높이고 국가 브랜드, 관광, 수출, 외교 관계를 강화하는 공공외교의 한 분야다.

한국 음식을 자주 접하다 보면 한국과 한국 제품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인식을 갖게 될 수 있다. K푸드 관련 수출이 증가하면 원재료인 K농산물의 수요도 늘어나 농촌과 중소기업,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좋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번 APEC은 K팝과 K드라마 인기와 함께 주목받고 있는 K푸드를 세계 무대에서 제대로 각인시킬 수 있는 기회인 만큼 민관이 협력해 한국 먹거리의 우수함과 매력을 널리 알렸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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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수정 산업2부 차장 cryst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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