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박훈상]‘웃기고 있네’, 尹 정부의 오만… 첫 국감 李 정부 반면교사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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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훈상 정치부 차장

박훈상 정치부 차장
‘웃기고 있네.’

윤석열 정부가 2022년 정부 출범 후 첫 국회 국정감사를 대했던 태도는 다섯 글자로 요약된다. 2022년 11월 8일 대통령실을 상대로 한 국회 운영위원회 국감장. 당시 김은혜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이 옆에 앉은 강승규 시민사회수석비서관의 메모지에 ‘웃기고 있네’라고 썼다가 지운 사실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그날은 이태원 핼러윈 참사로 159명이 숨진 지 열흘이 채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 정부의 무능과 부실 대응에 대한 질의가 이어지고 있었다. 김 수석은 논란이 커지자 “물의를 빚어 정말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하지만 사적으로 오간 필담이라며 작성 이유를 끝내 밝히지 않았다. 국감장에서 대통령실 수석들이 필담으로 웃음을 나누는 모습은 오만하게 비쳤다.

국민의힘 소속 주호영 운영위원장은 “2000년부터 2010년까지 네 차례에 걸쳐 태도를 이유로 퇴장시킨 예가 있다”며 두 수석의 퇴장을 명령했다. 상식적인 조치였다. 그러나 대통령실과 여당은 반성은커녕 화살을 주 위원장에게 돌렸다. 윤석열 대통령 ‘호위무사’로 불리는 한 초선 의원은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윤석열 정부 뒷받침도 못 하나”라고 했다. 민심보다 대통령의 심기를 먼저 살피는 태도 역시 오만함이었다.

문재인 정부 시절엔 대통령실의 고압적인 태도가 문제가 됐다. 2019년 11월 1일 당시 강기정 정무수석비서관은 야당이던 나경원 의원을 향해 언성을 높였다. 나 의원이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에게 “전문가가 (북한 미사일을) 막을 수 없다고 한다. 우기지 말라”고 하자, 강 수석은 본인 답변 차례가 아닌데 불쑥 끼어들어 “우기다가 뭐냐. 똑바로 하라”며 삿대질을 했다.

이재명 정부 첫 국감이 13일 시작됐다. 첫날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법원 국감은 입법부가 사법부 위에 군림하려 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증인 불출석 의견서를 낸 조희대 대법원장은 “삼권분립 체제를 갖고 있는 법치국가에서는 재판 사항에 대해 법관을 감사나 청문회 대상으로 삼아 증언대에 세운 예를 찾아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여당 소속 추미애 법사위원장은 ‘증인 아닌 참고인 신분’이라며 90분간 질의를 받도록 했다. 여당 내에서 “차분했어야 했다”는 자성론이 나왔지만 여당은 15일 대법원에 대한 현장 검증을 시도하면서 압박을 이어갔다.

조 대법원장에서 시작한 이번 국정감사는 이재명 대통령의 ‘그림자 측근’으로 불리는 김현지 대통령제1부속실장의 다음 달 6일 국회 운영위원회 대통령실 국감 출석 문제로 끝맺을 것으로 보인다. 야당이 “국민 알권리를 위해서라도 불러야 한다”고 주장하는 가운데 대통령실은 여야 합의가 되면 출석한다는 원칙적인 입장을 밝히고 있다. 국민은 김 부속실장의 출석 문제를 대하는 대통령실의 태도도 눈여겨볼 것이다. 이 대통령은 국감 시작 날 “혹여 왜곡되거나 오해가 있는 부분들은 적절하게 잘 소명하되, 낮은 자세로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 국정감사에 능동적으로 임하도록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정부 여당은 ‘웃기고 있네’ ‘삿대질’ 같은 행태에서 반면교사를 삼아야 한다. 국감 초반부에 두드러진 모습은 거대 여당의 고압적인 태도다. 여당은 혹여 “왜곡과 오해가 있었다” 항변할지 몰라도 정권을 쥔 쪽의 오만함을 더 볼썽사나워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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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훈상 정치부 차장 tigerma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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