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박성민]노벨상 수상 기대하면서 의과학자 예산 깎는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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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민 정책사회부 차장 2000년대 초 국내 유산균 음료 광고에 출연해 익숙한 호주의 배리 마셜 박사는 위염과 소화기 궤양의 주범인 헬리코박터균을 발견한 공로로 2005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다. 이전까지 위궤양 등의 발생 원인은 스트레스나 자극적인 식습관 탓으로 알려졌다. 이 연구 덕분에 위궤양은 평생 관리해야 하는 만성질환이 아니라 단기간에 치료 가능한 질병이 됐다. 헬리터박터균을 발견한 1980년대, 마셜 박사는 호주에서 위장질환을 진료하는 내과 전문의로 일했다. 그가 노벨상을 받을 수 있었던 건 학문적 호기심이나 연구 역량 외에도 관련 환자를 직접 진료한 임상 경험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마셜 박사처럼 의사면허(MD)와 박사학위(Ph.D)를 모두 취득한 뒤 질병 원인 등을 규명하는 융합형 전문가를 ‘의과학자(MD-Ph.D)’라고 한다.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의 절반가량이 의사 출신이다. 올해 공동 수상자인 칼 다이서로스 스탠퍼드대 교수 역시 학부에서 생화학을 전공한 뒤 신경과학 박사를 취득한 정신과 전문의다. 과학기술 강국인 일본은 역대 생리의학상 수상자 6명 중 3명이 의과학자다. 수련과 연구, 임상과 기초의학을 자유롭게 오가는 유연한 의과학자 양성 트랙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결과다. 상위 1% 수재들이 의대로 쏠리는 한국은 어떨까. 암 치료 등 주요 임상 분야는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기초의학은 글로벌 의과학계에서 존재감이 없다. 진료 대신 연구를 택하는 의사도 턱없이 부족하다. 미국은 매년 의대 졸업생의 3%가 넘는 약 1700명이 의과학자의 길을 가는 반면 국내에선 의사면허를 따는 약 3000명 중 1% 정도만 연구를 택한다. ‘연구하는 의사’를 키우려는 시도는 “사람 살리는 의사도 부족하다”는 논리 앞에 번번이 가로막혔다. 2024년 의대 증원 당시 서울대는 50명 정원의 ‘의과학과’ 신설을 신청했지만, 정부가 지방 의대에만 증원분을 배정하면서 없던 일이 됐다. 포스텍의 연구중심 의대 신설 계획도 ‘지역·필수·공공의료’ 강화라는 정부 기조와 맞지 않아 사실상 무산됐다. 이런 가운데 정부의 의과학자 양성 예산마저 내년에 약 17%(182억7200만 원) 삭감될 위기다. 내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의대생의 융합형 수업 등을 지원하는 학부 과정 예산(9억 원)은 전년 대비 반 토막 났고, 의과학자 글로벌 공동연구 지원 예산(200억 원)은 30% 이상 깎였다. 학계에서는 예산 삭감의 근거가 된 정부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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