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김호경]장밋빛 SOC 공약 내기 전에 가덕도 신공항 교훈 되새겨야

1 week ago 7

김호경 산업2부 차장

김호경 산업2부 차장
부산 가덕도 신공항의 2029년 12월 개항이 사실상 무산됐다. 우선협상대상자인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공사 기간을 입찰 공고(7년)보다 2년 더 늘려야 한다는 기본설계서를 국토교통부에 제출하면서다. 국토부가 보완을 지시했지만, 공사 기간 연장이 불가피하다는 컨소시엄 입장은 확고한 상황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개항 연기는 예견된 사태였다고 입을 모은다. 가덕도 신공항 사업은 시작부터 정치 논리에 휘둘리며 무리하게 추진됐기 때문이다. 가덕도는 2006년 노무현 대통령의 지시로 시작된 동남권 신공항 후보지 중 한 곳이었다. 이명박 정부 때 사업 자체가 백지화됐다. 신공항 건립을 재추진한 박근혜 정부는 유치전이 극심한 지역 갈등으로 번지자 세계적인 권위를 인정받는 프랑스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에 사전 타당성 연구용역을 맡겼다. 그 결과에 따라 신공항을 짓지 않고 김해공항을 확장하기로 결론지었다.

가덕도 신공항이 부활한 건 문재인 정부 때였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2021년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김해공항 확장안을 백지화하고 가덕도 신공항 건립을 밀어붙였다. 야당인 국민의힘도 동조했다.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하는 ‘가덕도 신공항법’ 제정안도 여야가 합심해 일사천리로 국회를 통과시켰다.

윤석열 정부는 2030년 부산 엑스포 유치 일정에 맞춰 원래 2035년 6월이던 개항 시기를 2029년 12월로 5년 넘게 앞당겼다. “산을 깎고 바다를 메우는 고난도 공사라 공사 기간이 촉박하다”는 전문가 우려에도 정치적 판단에 따라 무리수를 둔 것이다. 엑스포 유치 실패로 서두를 이유가 사라졌는데도 무리수 우려를 극복할 방안을 찾지 않고 그대로 일정을 밀어붙였다.

사업비 10조 원이 넘는 가덕도 신공항 입찰이 네 번 유찰된 것도 무리한 공사 기간 탓이 크다. 결국 수의계약으로 전환하고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면서 가까스로 첫발을 뗐지만 공사 기간에 발목이 잡힌 상황이다. 국토부는 재입찰까지 검토하겠다고 하지만 새로 사업을 맡으려는 건설사가 있을지 의문이다. 자칫하면 사업이 표류할 수도 있다.

이번 대선 후보의 공약을 보면 가덕도 신공항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는 불안감을 떨치기 어렵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는 4기 신도시 조성을 수도권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전국 확대를 대표 공약으로 내세웠다. 수도권 주택난과 출퇴근 지옥을 해결하겠다는 취지겠지만, 기존 국책 사업들도 지지부진한데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는 게 타당한지 의문이다.

3기 신도시는 토지 보상 등 문제로 분양 시기가 애초 목표보다 1, 2년 밀렸다. 택지 입찰, 반납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건설 경기 침체와 공사비 인상 여파로 팔리지 않는 빈 땅이 늘고 있다는 뜻이다. 2019년 개통한다던 GTX는 A 노선만 부분 개통했다. B 노선은 이달 착공할 예정이다. C 노선 착공은 아직 기약조차 없다. 신도시 조성과 철도 등 사회간접자본(SOC) 건설에는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다. 가덕도 신공항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경제성, 실현 가능성 등을 꼼꼼히 검증하는 게 필수다. 그러려면 대선 후보들의 공약부터 달라져야 한다. 기약 없는 장밋빛 미래로 어물쩍 검증을 피할 게 아니라 구체적인 청사진을 내놓고 국민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 그게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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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경 산업2부 차장 kimh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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