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고도예]부실한 공수처 수사는 누가 보완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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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예 사회부 기자

고도예 사회부 기자
감사원 간부 김모 씨는 4년째 대기 발령 중이다. 소속 부서도, 맡은 업무도 없다. 출근하면 대기실을 오가다가 집에 가는 일을 반복한다. 월급은 기존의 40%를 받는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개시한 뇌물수수 의혹 수사가 몇 년째 마무리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김 씨가 재판에 넘겨져 유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면 즉시 퇴직 대상이 됐을 것이고, 불기소 처분이나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면 업무에 복귀할 수도 있다. 하지만 몇 년째 수사만 이어지면서 퇴직할 수도, 보직을 받을 수도 없게 된 것이다.

김 씨는 2021년 10월 감사원의 수사 요청으로 공수처 수사선상에 올랐다. 건설 분야 감사를 맡았던 그가 차명 회사를 세운 뒤 공사를 수주해 15억 원대 이익을 챙겼다는 의혹을 밝혀달라는 요청이었다. 공수처는 2년간 수사한 뒤 2023년 11월 김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하지만 법원은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김 씨의 개입을 인정할 증거가 충분치 않고, 뇌물 액수 산정도 다툴 여지가 있다”고 했다. 사실상 수사를 원점에서 다시 하라는 의미였다.

하지만 공수처는 보완수사 대신 김 씨를 재판에 넘겨달라며 사건을 검찰로 보냈다. 현행법상 공수처는 판검사나 경무관 이상 경찰에 대해서는 직접 수사한 뒤 재판에도 넘길 수 있지만, 이들을 제외한 고위공직자에 대해선 수사만 할 수 있다. 검찰은 지난해 1월 사건을 공수처로 돌려보내려 했지만 공수처는 “사건을 돌려보낼 법적 근거가 없다”며 맞섰다. 10개월 동안 이견을 좁히지 못하자 검찰은 지난해 말 직접 보완수사를 염두에 두기 시작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법원이 공수처가 수사한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의 구속기간 연장 신청을 불허하면서 상황은 또 달라졌다. 법원은 “공수처 검사가 수사한 뒤 검찰에 넘긴 사건에서 검찰이 수사를 계속할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이 논리대로라면 검찰이 김 씨를 보완수사한 뒤 기소하더라도 법원에서 “수사권한이 없는 검찰의 위법 수사”라는 판결이 나올 수 있었다.

이런 혼란이 빚어진 원인은 결국 공수처의 수사가 부실했을 때 누가 보완할 것인지 법률에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2020년 공수처법 입법 과정에서 공수처 수사에 대한 보완수사 주체와 권한에 대해 촘촘히 설계하지 못한 탓이다. 검찰이 보완수사 없이 공수처의 뜻대로 김 씨를 재판에 넘긴다면 당장 미제로 남아 있던 ‘감사원 간부 뇌물수수 의혹’ 사건은 처리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검찰과 공수처의 견제와 균형을 통해 공직자 수사를 철저히 하고 인권을 보호한다는 공수처의 설립 취지에도 맞지 않는 일이다. 내년 10월부터는 검찰청을 폐지하고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공소청을 설치하는 형사사법 체계의 큰 변화가 이뤄진다. 신설될 공소청이 중수청과 경찰의 수사에 대해 직접 보완수사를 할 수 있는지 여부도 후속 입법을 통해 결정된다. 이때 공소청이 공수처 수사 결과에 대해 보완할 수 있는지, 혹은 보완 요구를 할 수 있는지도 법으로 명확히 정해야 한다. ‘출범 5년간 6건 기소’란 초라한 성적표를 받은 공수처를 그대로 유지할 계획이라면 반드시 공수처와 중수청, 경찰, 공소청의 권한 다툼 문제를 ‘교통정리’해 줄 후속 입법이 뒤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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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예 사회부 기자 y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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