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엑소 카이가 더 깊고 짙어진 '카이 표 퍼포먼스'를 선사한다.
카이는 21일 오후 서울 광진구 광장동 예스24라이브홀에서 네 번째 미니앨범 '웨이트 온 미(Wait On Me)' 발매 기념 미디어 쇼케이스를 개최했다. 이날 진행은 엑소 멤버 수호가 맡아 의리를 과시했다.
수호는 "대세의 쇼케이스이지 않나. 소집해제하고 나서 이분이 모든 유튜브와 예능을 섭렵했대서 쇼케이스의 MC를 하겠다고 했다. 무엇보다 제가 소집해제하고 첫 번째 앨범을 냈을 때 카이 씨가 온라인 쇼케이스에서 MC를 해주셨다. 그걸 잊지 않고 오늘 왔다"고 말했다.
카이의 신보는 2023년 발표된 세 번째 미니앨범 '로버(Rover)' 무려 2년 만이다. 카이는 지난 2월 사회복무요원 소집해제 이후 약 2개월 만에 빠르게 팬들 곁으로 돌아왔다. 이달 초 '어덜트 스윔(Adult Swim)'을 선공개하고 각종 유튜브 콘텐츠 및 예능에 출연하며 '열일' 행보를 시작했다.
카이는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할 당시를 회상하며 "민간인으로서의 삶은 적응하는 게 그리 어렵지 않았다. 제가 살아온 방식대로 거기에 잘 녹아들려고 노력했다. 당연히 해야 하는 것들이라서 최선을 다했다"고 밝혔다.
특히 카이가 출연한 한 유튜브 콘텐츠 영상에는 미담 댓글이 잇달아 달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한 질문이 나오자 "제 미담을 얘기한다는 게 정말 쉽지 않은데"라면서도 "정말 최선을 다했다. 제가 있었던 곳이 치매센터였다. 어르신들과 함께 잊지 못할 추억을 많이 만들었다. 집에 항상 데려다 드렸고, 공부를 도와드리기도 했다. 또 치매에 대한 다양한 지식도 알게 됐다"고 전했다.
이번 앨범은 '카이 스타일'을 새롭게 정의하고 보여주겠다는 포부 아래 완성됐다. 타이틀 곡 '웨이트 온 미'를 비롯해 카이표 나른 청량미로 화제가 된 선공개곡 '어덜트 스윔', '월스 돈트 토크(Walls Don't Talk)', '프레셔(Pressure)', '라이딘(Ridin')', (라이딘), '오프 앤드 어웨이(Off and Away)', '플라이트 투 패리스(Flight to Paris)'까지 총 7곡이 수록됐다.
카이는 앨범을 준비하던 두 달을 "가장 기다려지고 설레는 시간"이라고 기억했다. 그는 "제게 2년이라는 공백은 그냥 흐른 게 아니라 좋은 것들을 잘 쌓아온 시간이라는 걸 앨범으로 보여드리고 싶었다. 많은 분이 저를 기다려주셨다는 걸 잘 안다. 저 역시도 여러분들을 많이 기다렸기 때문에 조금 더 멋진 앨범을 완성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정체성에 대한 혼란이 따랐지만, 결과적으로 "마음을 비우고 내가 좋아하는 걸 해보자"고 마음먹었다고 했다. 카이는 "어떤 모습을 보여드려야 할지 고민이 많았는데 답이 나오지 않았다. 그러다 어느 순간 가장 많이 한 생각이 '정확한 규칙 없이 마음 편하게 해보자'는 거였다.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해보자는 마음도 많이 녹였다. 앞으로의 가수 생활에서도 달라질 포인트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털어놨다.
타이틀곡 '웨이트 온 미'는 아프로비츠의 리듬을 활용한 팝이다. 타악기가 만든 절제된 그루브와 긴장감을 끌어올리는 신스 스트링 사운드가 어우러진 매력적인 곡으로, 기다림을 통해 서두르지 않고 서서히 드러내는 감정의 아름다움을 들려준다.
그간 '피치스(Peaches)', '로버'로 솔로 존재감을 확실히 각인시켰던 카이의 새로우면서도 다채로운 퍼포먼스를 만끽할 수 있었다. 카이는 섬세한 힘의 강약 조절, 한층 농익은 표현력으로 감탄을 불러일으켰다. 이날은 여러 가수의 컴백이 겹쳐 유독 가요계 행사가 많았는데, 카이는 무대 전 "지금 절 보러 와주신 걸 후회하지 않게 만들어드리겠다"고 약속했고, 실력으로 이를 당당히 증명해냈다.
카이는 '웨이트 온 미'에 대해 "가사에 맞춰서 보컬은 힘을 빼고 릴렉스한 느낌으로 불렀다. 노래 포인트는 아프로비츠 리듬이라 강렬한데, 보컬에서는 절제미가 있다. 핫하고 쿨한 두 가지의 매력을 느끼실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러면서 "그간 제 솔로 장르가 다 달랐다. 이번에도 새로운 콘셉트로 나왔다. 했던 걸 또 하면서 안주하는 모습보다는 항상 새로운 걸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밝혔다.
탄탄한 복근이 보이는 노출 의상도 눈길을 끌었다. '자기관리의 끝판왕'이라는 말이 절로 떠오르는 완벽한 비주얼과 퍼포먼스였다. 수호가 의상에 노출이 많다고 언급하자 카이는 "'웨이트 온 미'를 어떠한 모습으로 보여드리면 좋을까 싶었다. 사막이 나오고 뜨거운 바람이 느껴졌으면 했다. 나까지 (옷을) 껴입고 있으면 보는 사람들이 더울 수 있어서 스킨(피부)을 보여주면서 약간의 시원함을 드리자는 얘기가 나왔고, 그렇게 하자고 했다"고 전했다.
'월드클래스 퍼포머' 카이만의 강점을 묻자 "이번 활동을 준비하면서 과거의 것들을 한 번씩 훑어봤다. 근데 정말 안 해본 게 없더라. 다양한 콘셉트를 많이 했다. 그런 경험들이 내 강점이다. 노련미도 있고, 또 열심히 하는 것도 장점"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다만 한 가지 말씀드리고 싶은 건 팬분들이 카이에게 기대하는, 원하는 게 있지 않나. 그 기대치를 채워드리고 싶다는 생각은 있다. 언제나 노력을 빼지 않고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다짐했다.
카이는 앨범 발매 이후 5월 17~18일 서울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을 시작으로 쿠알라룸푸르, 마카오, 자카르타, 싱가포르, 타이베이, 마닐라, 방콕, 요코하마, 홍콩 등 아시아 10개 지역에서 솔로 콘서트 '카이온(KAION)'을 개최한다.
카이는 "콘서트 핑계로 전 세계 팬분들 보러 간다는 마음"이라며 각별한 팬 사랑을 드러냈다. 그는 "기다려 준 팬들에게 보답하는 시간이었으면 한다. 제 생각에는 저를 기다린 것보다 제가 팬분들을 더 기다린 것 같다. 투어를 통해 누구의 사랑이 더 큰지 비교해봤으면 좋겠다. 그런 행복한 자리가 됐으면 좋겠다. 멋진 퍼포먼스는 당연히 보여드릴 것"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어떤 모습이든 좋은 모습으로 기억되고 싶어요. 그런 게 제 동력이 되는 것 같아요. 다양한 분들에게 짧은 시간이나마 좋은 기억으로 남고 싶습니다. 이번 앨범이 기다려준 팬들에게 보답이 됐으면 해요. 좋은 추억을 함께 만들고 즐기면서 진심으로 '기다리길 잘했다'는 말이 나오게끔 만들어드리고 싶어요."
카이의 미니 4집 '웨이트 온 미'는 이날 오후 6시에 발매된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