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석 선배와 연기 한 번 해본다는 게 '바이러스'의 제일 큰 매력이었어요. 이십여년간 연기하며 한번도 연기 호흡을 못했고, 이번이 기회라는 조급함이 있었어요."
30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만난 배두나는 영화 '바이러스'(강이관 감독) 출연이유에 대해 김윤석을 꼽았다.
이지민 작가의 소설 '청춘극한기'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 '바이러스'는 이유 없이 사랑에 빠지는 치사율 100% 바이러스에 감염된 택선(배두나)이 모쏠 연구원 수필(손석구), 오랜 동창 연우(장기하), 그리고 치료제를 만들 수 있는 유일한 전문가 이균(김윤석)까지 세 남자와 함께하는 예기치 못한 여정을 그린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봉준호부터 워쇼스키 자매, 잭 스나이더, 고레에다 히로카즈까지 세계적인 감독들의 러브콜을 받는 배두나는 '바이러스'를 통해 또 다른 결의 캐릭터에 도전했다. 그가 연기한 택선은 소설가를 꿈꿨지만 일찌감치 재능이 없음을 깨닫고 지금은 타인의 활자와 온종일 씨름하는 번역가다. 소심하고 무기력하고 웃음기 없는 모습부터 사랑과 열정이 가득한 에너지 넘치는 모습까지 극과 극을 달리는 한 인물의 감정 변화를 그려냈다. 때로는 천진한 아이같고 때로는 사랑에 빠진 성숙한 모습까지 담아냈다.
최근 장르물에 출연해 왔던 배두나는 밝은 캐릭터에 대한 갈망으로 '바이러스'에 출연했고, 결국 해소했다고 말했다. 그는 "무거운 짐을 떨쳐버리고 싶을 때가 있는데 그때 만난 작품"이라고 떠올렸다.
배두나는 영화 '암수살인'을 보고 김윤석과 함께 연기하고 싶다는 마음을 키우게 됐다. 그는 "영화에서 주지훈과 주로 붙어 연기하는데 저도 주지훈을 알지만 굉장히 편안하게 연기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우들은 안다, 상대 배우가 그런 분위기를 조성하고 받쳐주기 때문에 그런 연기가 나올 수 있다는 걸. 그때 윤석 선배와 그의 연기에 대한 궁금증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맞붙어 보니 배두나는 '기발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애드립이나 대사를 조금씩 바꾸시는데 정말 '딱이다'라는 생각을 했어요. 스토리를 관통할 수 있게 기가 막히게 짚으시죠. 해석과 방향성에 대한 판단이 정확하고, 많은 걸 보고 배웠다기보다 옆에서 느낄 수 있었어요. 배우기엔 그 정도 능력은 안 되어서."
배두나에게 김윤석은 '존경'의 존재 그 자체였다. 그는 '바이러스' 촬영에 들어가기 전 김윤석의 영하 십여편을 하루에 세 작품씩 몰아 봤다고. "딥한 것도 있고 어두운 작품도 있지만 '거북이 달린다', '완득이' 같은 영화 너무 좋아해요. 선배님이 얼마나 하이 코미디를 하시는 지 봤고, 그래서 믿고 선택했어요. 진짜 김윤석 선배의 코미디 계보가 있더라고요. 가볍기보다는 피식피식 웃음이 나오는 블랙코미디, 제 취향입니다."
상대 배우의 전작들을 다 보고 연기하느냐는 질문에 배두나는 "안 볼 수도 있다. 신선하게 만나 연기할 수 있다. 상대 배우를 분석할 필요까진 없다. 하지만 보통 내 상대배우가 이 사람이 된다고 알게 되면 쫙 보는 편"이라고 말했다.
배두나는 차후 김윤석과 다시 만난다면 구박 받는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이번엔 보호를 받는데, 다음엔 요즘말로 혐관 같은 느낌이 되고 싶다. 너무 재밌을 것 같다"고 말하며 웃었다.
'바이러스'는 오는 5월 7일 개봉한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