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후보 단일화를 둘러싼 줄다리기가 김 후보의 등록과 한 전 총리 사퇴로 마무리됐다. 초유의 새벽 3시 후보 교체 논란을 겪은 후 김 후보가 대선에 출마하게 됐지만 여전히 ‘통합’을 두고 고민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지지율을 따라잡기 위해 세력을 불리는 게 절실하지만 생각이 다른 집단을 모두 끌어모으는 것이 꼭 플러스 효과만 주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통합 절실한 김문수
협상을 통해 단일 후보가 결정되는 아름다운 단일화와는 거리가 멀었지만 한 전 총리 사퇴로 이뤄진 김 후보의 등록도 일종의 단일화다. 2012년 대선 때 문재인·안철수 후보의 단일화 방식과 비슷했다.
당시 단일화 협상에서 여론조사 문구를 두고 합의하지 못한 두 후보는 협상 결렬을 선언하고 헤어졌다. 하지만 후보 등록일 전날 안 후보가 전격 사퇴하며 문 후보로 단일화가 이뤄졌다. 다만 문 후보의 유세를 적극적으로 도운 안 후보와 달리 한 전 총리는 선거대책위원장 자리를 거절하면서 상대적으로 불완전한 단일화로 남았다.
단일화 효과는 두 후보 지지율을 더한 만큼 나오지 않는 게 보통이다. 역대 성공한 네 차례 단일화에서도 그랬다. 문재인·안철수 후보 단일화는 한국갤럽조사연구소를 기준으로 문 후보가 24%, 안 후보가 20% 지지율을 얻은 상황에서 이뤄졌다. 단일화 직후 조사에서 문 후보는 두 지지율의 합계인 44%에 약간 못 미치는 43%를 확보해 대부분을 흡수했다. 하지만 동시에 박근혜 후보 지지율도 39%에서 45%로 뛰었다. 안 후보 지지층 중 보수 색채가 강한 사람이 문 후보 대신 박 후보를 선택한 것으로 파악된다.
가장 극적인 단일화 사례로 꼽히는 노무현·정몽준 후보 단일화도 마찬가지였다. 단일화 직전 노 후보는 25.4%, 정 후보는 25.1% 지지율을 기록했는데, 단일화 직후 노 후보 지지율은 43.5%에 그쳤다. 합산 지지율 50.5%보다 7%포인트나 낮았다. 이때도 경쟁자인 이회창 후보 지지율이 5%포인트 가까이 상승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어디까지 손 잡아야할까
2022년 윤석열·안철수 후보 단일화 때도 안 후보 지지율을 윤 후보와 경쟁자인 이재명 후보가 비슷하게 흡수했다. 단일화 직전 12%인 안 후보 지지율이 사라진 뒤 윤 후보는 39%에서 44%로, 이 후보는 38%에서 43%로 5%포인트씩 올랐다. 이는 대선 최종 결과의 격차와 유사했다.
1997년 DJP 연합 때는 단일화 전후로 김대중 후보 지지율이 34.3%에서 34.2%로 오히려 소폭 하락했다. 김종필 후보 지지율 3.3%로 낮아 유의미한 덧셈 효과가 없었던 것으로 여겨진다.
김문수 후보의 상황은 이전 단일화 사례보다 좋지 못하다. 한 전 총리가 선거대책위원회 합류를 거부한 데다 당내 경선에서 4강에 든 낙선자 3명 중 홍준표 전 대구시장과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등이 선거를 돕지 않고 있다. 빅텐트에 들어올 것으로 예상되던 이낙연 새미래민주당 상임고문도 등을 돌렸다. 1위 후보와의 격차도 기존 단일화 사례에 비해 큰 편이다.
이런 이유로 김 후보의 통합 행보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 전 총리, 한 전 대표 등 경쟁자들을 끌어안는 것이 급선무다. 최근 1990년생인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을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지명해 청년층을 공략하고, 계엄 사태를 사과하면서 한 전 대표와의 통합을 시도한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다만 ‘광장 세력과도 손잡아야 한다’는 입장에 대해선 득실을 좀 더 따져봐야 한다. 광장 세력을 적극적으로 끌어안으려는 시도를 불편해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어서다. 광장 세력과의 통합이 지지율을 높이는 덧셈으로 연결될지, 기존 지지층을 잃는 뺄셈으로 이어질지 고민이 더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