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의 관세 협상에서 한국이 제일 부진하다.” 올해 7월 말 이후 한·미 고위 실무급과 정상회담에서 관세 협상이 잘됐다는 우리 분석이 아직 귓전에 생생한 상황에서 잘 이해가 되지 않는 평가다. 국민이 더 답답해 하는 것은 두 회담 결과를 확인할 공식 문서가 없다는 점이다.
한·미 관세 후속 협상에서 최대 쟁점은 대미 투자 방식이다. 유럽연합(EU)과 일본 방식 중 미국이 한국에 요구한 것은 후자다. 일본 방식을 그대로 따른다면 우리는 미국에 특수목적법인(SPC)을 세워 45일 내 3500억달러를 넣어야 한다.
수용 여부와 관계없이 대미 투자액을 어떻게 마련할지도 따져봐야 한다. 단기간에 손쉽게 마련하는 길은 외환보유액을 활용하는 방안이다. 8월 말 현재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4163억달러다. 보편적인 평가 잣대인 그린스펀-기도티 방식으로 추정한 적정 수준으로, 대미 투자 재원을 조달하면 국가신용등급이 추락하는 후폭풍이 발생할 확률이 높다.
외환보유액 다음으로 빨리 조달할 수 있는 길은 원화 표시 국채를 발행하는 방안이다. 원화의 낮은 국제화 정도, 국가 채무 급증 등으로 시장에서 소화하기 어렵다. 국내 기관을 대상으로 강제 인수시키더라도 달러화로 바꾸는 과정에서 원·달러 환율이 급등할 것으로 예상된다. 외환시장 여건상 10억달러당 약 10원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국제 국채 시장에서 달러 표시 채권을 발행하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다. 가능만 하다면 가장 좋은 방안이다. 하지만 일본과 달리 비기축 통화국인 한국은 일부 공기업과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쉽지 않다. 미국의 크레디트디폴트스와프(CDS) 금리가 한국보다 2.5배 높은 여건에서는 조달 매력도 없다.
최후 방안으로 미국과의 무제한 통화 스와프를 요구한 것이 충분히 이해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가능한 일인가 여부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NO(아니다)’다. 무제한 통화 스와프를 체결하는 주체는 미국 중앙은행(Fed)과 한국은행이다. 우리 요구를 미국 관세 협상단이 수용하더라도 Fed 승인을 별도로 받아야 한다. 우리 역시 관세 협상단이 아니라 한은이 정식으로 요청하는 것이 정상적인 절차다.
세계 제일의 기축 통화인 달러화 주조권을 가진 Fed는 적정 외환보유액 개념은 필요 없지만 제2선 외환은 필요하다. 거래적 동기, 예비적 동기, 가치 저장 기능 같은 외환 보유의 3개 기능을 확보하기 위해선 달러화만으로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달러와의 대체성으로 보면 비기축 통화국은 원칙적으로 무제한 통화 스와프 대상국이 될 수 없다. Fed는 일본, 캐나다, 영국, 유로존, 스위스와 무제한 통화 스와프 협정을 맺고 있다.
금융위기, 코로나19 사태 때 맺은 일몰 형식의 통화 스와프 체결도 쉽지 않다. 세계적으로 달러 경색이 나타나 충격을 받고 미국 경제에 파급 효과(spill-back effect)가 우려될 때 Fed는 비기축 통화국과 한시적 통화 스와프 협정을 맺는다. 대미 투자액 마련은 한국만의 문제다. 미국 경제는 앨버트 허시먼 교수의 전후방 연관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우리가 요구한 무제한 통화 스와프 체결 요구는 미국과의 협상력 증대 카드가 될지 몰라도 현실적으론 어렵다. 후속 협상을 통해 대미 투자 절대액을 줄일 수 있다면 최선이지만 어렵다면 실행 기간을 늘리고 현금 외 보증, 대출 등으로 실행 방안을 다변화해야 한다. 관세 협상과 함께 앞으로 본격화할 환율 협상의 궁극적 목표는 미국 요구를 일방적으로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 국익을 보호·증대하는 데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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