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차세대 디스플레이산업을 주도할 ‘꿈의 소재’로 불리는 페로브스카이트 대량 생산 기술을 확보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9일 이태우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사진) 연구팀이 학술지 네이처에 기존보다 생산성을 6배가량 향상한 페로브스카이트 합성 기술을 개발·검증했다고 발표하면서 “세계 최초 성과이며 디스플레이산업에서 중국과의 기술 격차를 벌릴 절호의 기회”라고 평가했다.
◇우주 시대에 더 주목받는 소재
페로브스카이트라는 명칭은 1839년 러시아 우랄 지역에서 발견된 광물에서 유래했다. 칼슘타이타네이트라는 광물인데, 당시 유명한 광물 후원자인 러시아 귀족의 이름(레프 페로브스카이트)을 붙였다. 현재는 이 광물이 지닌 결정 구조를 통칭해 페로브스카이트로 부른다. 기존 광소자 소재보다 빛 흡수율이 높아 차세대 소재로 불린다. 가장 큰 장점은 어디서든 쉽고 값싸게 화학 시약회사에서 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관건은 이를 고효율, 고수명, 대량 생산 가능한 품질로 제조할 수 있느냐다.
페로브스카이트가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를 대체할 디스플레이산업의 핵심 소재인 데다 태양전지산업에서도 ‘게임 체인저’로 불려서다.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최고경영자(CEO)가 구상 중인 태양광을 활용한 우주 데이터센터에도 페로브스카이트 생산 기술이 필수다. 이런 이유로 세계 각국이 양산을 위한 기술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중국만 해도 최대 국유 석유·가스 기업인 CNPC가 100㎿급 파일럿 라인을 올해 구축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대량 생산을 위한 실증 데이터를 쌓는 데 주력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그 어느 국가도 ‘양산의 벽’을 넘지 못했다.
현재까지 페로브스카이트 결정 구조를 인공적으로 만들기 위한 방식은 ‘핫 인젝션(hot injection)’ 합성법이 거의 유일하다. 150도 이상의 고온 용액에 소재를 주입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 방식은 화재 등 안전 위험 때문에 산소·수분 차단을 위한 부가 설비가 필수여서 공정비용이 크게 증가한다는 것이 단점으로 꼽혀왔다. 서울대 연구팀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저온 주입’ 합성법을 개발했다. 온도를 낮추면 결정 품질이 떨어질 수 있는데, 연구진은 0도 부근에서 유화 상태를 유도해 합성 속도를 정밀 제어하는 방식으로 품질과 생산성을 동시에 확보했다. 이 교수는 “생산성이 기존 대비 여섯 배 높아졌다”고 밝혔다.
◇“특허 사용료 받을 날 곧 온다”
정부가 서울대 연구팀의 이번 발표에 주목한 것은 소재산업에서 한국이 처음으로 주도권을 쥘 기회가 생겼기 때문이다. OLED 분야만 해도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매년 1000억원 이상을 미국 디스플레이 특허 기업 UDC에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교수는 “한국은 공정과 제조 측면에서는 강국이지만 재료 분야에서는 해외에 로열티를 지급해왔다”며 “원천 재료와 양산 기술을 동시에 확보하면 산업 주도권을 거머쥘 수 있다”고 말했다. 상용화에 성공하면 글로벌 기업들이 한국에 기술 사용료를 내는 구조로 전환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교수팀은 페로브스카이트 디스플레이 선점의 핵심인 원천 재료 특허 아홉 건을 보유하고 있다.
중국의 추격이 거센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한국의 우위를 가능하게 할 기술이라는 점에서도 주목받는다.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OLED 시장 점유율은 한국 67%, 중국 33%였다. 10년 전 중국 점유율이 0%대에 머문 것을 감안하면 추격 속도가 위협적이다.
이 교수는 지난 13일 과기정통부와 함께한 성과 브리핑에서 “삼성전자의 QLED TV에 사용되는 양자점 필름을 우리가 제조한 페로브스카이트 필름으로 대체한다면 1년 이내 상업화가 가능한 수준”이라며 “글로벌 빅테크가 3년 전 먼저 협업을 제안해 논의 중이며 국내 전자 대기업과도 샘플을 주고받으며 상용화를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영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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