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연구용 원자로, 종주국 美에 역수출…차세대 원전 주도권 잡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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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초이 미주리대 총장(왼쪽 세 번째부터)과 토드 그레이브 미주리대 이사회 의장, 한국원자력연구원 주한규 원장과 임인철 부원장, 현대엔지니어링 손명건 플랜트 사업본부장과 이재훈 미국지사장이 미주리대에서 차세대 연구로 초기 설계 계약을 마치고 기념촬영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문 초이 미주리대 총장(왼쪽 세 번째부터)과 토드 그레이브 미주리대 이사회 의장, 한국원자력연구원 주한규 원장과 임인철 부원장, 현대엔지니어링 손명건 플랜트 사업본부장과 이재훈 미국지사장이 미주리대에서 차세대 연구로 초기 설계 계약을 마치고 기념촬영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한국이 원자력 기술 종주국인 미국에 차세대 연구용 원자로를 수출한다. 1959년 미국에서 기술을 이전받은 지 66년 만의 역수출이다. K원전 기술의 산실인 한국원자력연구원과 상업 원전 설계에서 40여 년간 경험을 축적한 현대엔지니어링으로 구성된 ‘원팀’이 달성한 쾌거다. 차세대 원전으로 꼽히는 소형모듈원전(SMR) 분야 선두 주자인 뉴스케일 등을 제쳤다는 점에서 미래 원전산업에서 한국의 위상이 높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민관 K원전 ‘원팀’의 저력

미주리대 차세대 연구용 원자로 노심집합체 개념도.

미주리대 차세대 연구용 원자로 노심집합체 개념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한국원자력연구원, 현대엔지니어링과 미국 엔지니어링 컨설팅 기업 MPR로 구성된 컨소시엄이 미국 미주리대가 국제 경쟁입찰로 발주한 ‘차세대 연구로 사업’ 첫 단계인 초기 설계 계약을 체결했다고 17일 발표했다. 미주리대의 현행 열출력 10메가와트(㎿)급 노후 연구로(MURR)를 20㎿급 고성능 신규 연구로로 교체하는 게 계약의 골자다.

초기 설계에 해당하는 1단계 사업 규모는 1000만달러(약 142억원)로 추산된다. 미주리대가 밝힌 차세대 연구로 사업의 전체 예상 사업비는 10억달러(약 1조4201억원)에 달한다. 원자력연구원은 이번 초기 설계에서 원자로 설계 개발 및 핵연료 공급을 담당하기로 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이 사업 관리와 종합 설계를, MPR은 미국 규제위원회에 대응하는 역할을 맡았다. 지난 40여 년간 원자로 설계 사업을 해온 현대엔지니어링은 230여 개 원자로 설계 관련 사업 경험을 보유한 베테랑 기업이다.

연구용 원자로는 실제 대형 원전을 도입하기 전 테스트용으로 쓰이는 장비다. 미주리대는 우선 의료용 동위원소를 생산하는 데 사용하면서 최종적으론 1966년부터 운영한 기존 원자로(MURR)를 대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연구용 원자로 교체 수요 ‘폭발’

韓 연구용 원자로, 종주국 美에 역수출…차세대 원전 주도권 잡나

이번 계약이 주목받는 이유는 차세대 원전 분야에서 한국이 주도권을 잡을 결정적인 계기가 될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원전 종주국인 미국이 선택했다는 점이 다른 나라로의 수출에도 도움이 될 것이란 얘기다. 한국은 아르헨티나 인밥, 미국 뉴스케일 등 7개 컨소시엄을 제치고 계약을 따냈다. 주한규 한국원자력연구원장은 “세계 유일한 고성능 핵연료 기술과 한국형 연구용 원자로인 하나로를 2009년 요르단에 수출하는 등 경쟁력을 인정받은 결과”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연구로 시장만 해도 신설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이달까지 전 세계 54개국에서 총 227기의 연구로가 운용되는데 이 중 70% 이상이 40년 이상 된 노후 연구로로 분류된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향후 20년간 30~50기 정도의 연구로 교체 수요가 발생할 것”이라며 “한국의 연구로 설계 기술력을 선보인 만큼 세계 각국에서 많은 수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미국 에너지부(DOE)가 한국을 민감국가 리스트(SCL)에 올린 것과 관련해서도 이번 계약이 불씨를 어느 정도 잠재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과기정통부와 DOE는 차세대 원전을 포함해 합성생물학, 핵융합, 차세대 배터리 등 4개 분야에서 공동 연구를 진행 중이다. 이창윤 과기정통부 1차관도 이날 “(이번 계약은) 민감국가 지정이 한·미 과학기술 동맹을 훼손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미국 측 입장이 구체적으로 드러난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원자력연구원을 비롯한 과학기술계는 미국과의 협력 강화에 총력을 기울이며 민감국가 지정 해제를 위한 정부 교섭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안정훈 기자 ajh632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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