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총액 779조원.’ 중국의 거대 정보기술(IT) 기업 텐센트의 13일 기준 규모다. 1999년 PC용 메신저 서비스 QQ로 시작한 이 기업은 게임과 SNS ‘위챗’부터 클라우드, 콘텐츠 플랫폼까지 아우르는 종합 디지털 생태계 회사로 급성장했다.
흥미로운 건 이 거대 기업의 지배구조다. 텐센트 1대주주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 본사를 둔 미디어 기업 내스퍼스다. 내스퍼스는 텐센트 창업 초기에 투자해 대박을 터트렸지만 “텐센트의 독립적인 운영을 보장한다”는 방침을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네덜란드 자회사 프로수스를 통해 내스퍼스가 보유한 텐센트 지분율은 약 24.6%다. 2대주주(약 8%)는 텐센트 창업자인 마화텅 회장이다.
텐센트는 비(非)중국계 최대주주라는 점을 무기로 세계 곳곳을 파고들었다. 이 과정에서 피투자 기업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한국 게임사와의 협업 과정에서도 게임 공동 제작, 퍼블리싱 권한 확보, 클라우드 인프라 제공 등 전략적 영역에 깊숙이 개입했다.
마 회장의 ‘경영 관여 의지’에 우려도 크다. 그는 텐센트의 핵심 투자 및 파트너십 방향을 최종적으로 조율하는 ‘최고 결정권자’로 통한다. 텐센트가 투자한 기업과의 협업 과정에서 마 회장의 의중이 전략적 결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얘기다.
텐센트는 한국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도 콘텐츠·플랫폼 기업 투자를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미국 게임사 라이엇게임즈와 핀란드 슈퍼셀 인수에 이어 프랑스 유비소프트, 독일 크라이텍 등 유럽 게임사에도 지분 투자를 단행했다. 직접 경영권을 쥐진 않지만 ‘초기 지분 투자→전략적 협업→영향력 행사’의 방식으로 주도권을 넓혀간다는 점에서 글로벌 게임·콘텐츠 생태계를 조용히 장악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텐센트는 틱톡 운영사 바이트댄스와 함께 중국의 소프트파워를 상징하는 기업으로 꼽힌다. 자본 투자와 기술 협업을 통해 다른 나라의 핵심 산업 생태계에 침투하고 이를 바탕으로 문화·경제적 영향력을 넓히는 식이다. 텐센트가 게임, 음악, 웹툰, 영상 콘텐츠 등 글로벌 대중문화의 주요 유통망에서 지분을 확보한 만큼 한국 콘텐츠산업의 대(對)중국 종속성이 날로 심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안정훈 기자 ajh632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