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바이오 뉴프런티어 (9)] 넥스아이 "면역치료 불응 해결할 차세대 기술 개발…면역항암제 부흥 이끌 것"

4 hours ago 2

윤경완 넥스아이 대표가 서울 문정동 본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넥스아이 제공

윤경완 넥스아이 대표가 서울 문정동 본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넥스아이 제공

"면역항암제의 최대 난제 가운데 하나인 불응성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 항암치료에 새로운 해법을 제시하는 글로벌 리더가 되겠습니다."

윤경완 넥스아이 대표는 최근 서울 문정동 본사에서 인터뷰를 갖고 이같이 말했다. 올해로 설립 5년차인 넥스아이는 면역치료 불응성 인자 연구에 특화된 바이오텍이다.

넥스아이는 지난해 깜짝 스타로 떠올랐다. 세계 최초로 PD-1 타깃 면역항암제를 상용화했던 일본 오노약품공업이 면역항암제 불응성 해법을 모색할 파트너로 넥스아이를 지목하면서다. 면역치료 불응성은 키트루다 옵디보 등 기존 PD-1 타깃 면역관문억제제가 암환자의 70~80%에게서는 효과를 내지 못하는 현상이다. 제약·바이오 업계에선 이 문제를 해결할 열쇠를 찾으면 항암치료 시장의 판도를 단번에 바꿀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넥스아이가 주목 받는 배경이다.

암 진화 연구하다 차세대 면역항암제 발굴

고려대 생명과학부를 나온 윤 대표는 미국 하버드 의대에서 박사후연구원을 지내면서 면역항암제 연구를 시작했다. 그가 쓴 면역관문억제제 관련 연구논문이 세계적 학술지인 '사이언스'에 게재될 정도로 연구성과를 올렸다.

지놈앤컴퍼니에서 항체 신약 개발을 이끌던 윤 대표는 2021년 4월 넥스아이를 설립했다. 신개념 면역항암제를 개발해보고 싶어서였다. 그래서 차세대 면역치료제(next generation immunotherapeutics) 개발사가 되겠다는 포부를 담아 사명을 넥스아이로 정했다.

넥스아이의 경쟁력 원천은 독자적으로 구축한 면역치료 불응 모델과 이를 토대로 한 임상 연관성 검증 시스템이다.

면역치료 불응 모델은 기존 면역관문억제제가 듣지 않는 암세포가 이식된 마우스다. 불응 모델은 반복적인 마우스 실험을 통해 만든다. 종양세포를 이식한 마우스에 면역관문억제제를 치고, 여기에 반응하지 않는 암세포를 채취해 다른 마우스에 다시 이식한 뒤 면역관문억제제를 치는 과정을 여러번 반복한다. 이런 방식으로 지금까지 구축한 마우스 모델은 수십종에 이른다.

넥스아이는 면역치료 불응 모델을 구축하면 이를 검증하는 절차도 거친다. 암 환자의 혈액과 조직으로 바이오마커를 확인하고, 빅데이터 분석 등으로 수차례 검증을 한다. 비임상에서 관찰된 결과가 실제 임상에서 재현될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넥스아이가 면역치료 불응 마우스 연구에 집중한 것은 암의 진화 과정을 밝혀내기 위해서였다. 윤 대표는 "불응성 암세포가 어떤 유전자를 발현하는지, 어떤 단백질을 분비하는지 등을 추적하면서 이것이 T세포 같은 암세포를 공격하는 면역세포들과 어떤 메커니즘을 갖는지를 탐색했다"고 했다.

이런 노력 끝에 넥스아이는 암세포가 분비하는 수많은 물질 가운데 면역치료 불응성을 유발하는 신호전달물질을 새롭게 찾아냈다. 넥스아이는 이들 신호전달물질에 온코카인(ONCOKINE)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암 유발(oncogenesis)과 사이토카인(cytokine)을 합쳐 만든 명칭이다.

윤 대표는 "마우스에 이식한 종양세포에 온코카인을 처리한 뒤 T세포의 암세포 공격이 억제되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입증 과정을 거쳤다"며 "이렇게 확보한 여러개의 온코카인을 기반으로 파이프라인을 꾸준히 늘려나갈 수 있게 됐다"고 했다.

넥스아이는 온코카인 검증을 위한 빅데이터도 확보했다. 흑색종 등 총 14개 암종에 대한 빅데이터를 보유 중이다. 면역관문억제제 치료 암환자의 종양조직 전사체, 혈액 단백체 등의 데이터들이다. 윤 대표는 "불응성 유발 단백질들이 각각 어떤 암종에 맞는 바이오마커인지를 이들 빅데이터를 통해 검증하고 있다"고 했다.

창업 3년만에 빅파마에 기술수출

넥스아이는 지난해 3월 면역항암제 후보물질 'NXI-101'을 오노약품공업에 기술수출했다. 계약금 마일스톤 등은 비공개였지만 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받았다. 창업한지 3년 밖에 안된 새내기 바이오텍이 비임상 단계에 불과한 면역항암제 파이프라인을 면역항암제 시대를 연 주인공에게 팔았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오노약품공업은 혼조 다스쿠 교토대 특별교수가 발견한 PD-1의 작용원리를 기반으로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과 손잡고 세계 최초로 PD-1 타깃 면역관문억제제 '옵디보'(성분명 니볼루맙)를 개발한 제약사다. 2014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받았다.

PD-1은 T세포의 표면에 있는 단백질이다. 암세포 표면에는 면역회피물질인 PD-L1이 있는데, 암세포 표면의 PD-1과 결합해 T세포가 암세포를 공격하지 못하게 한다. 옵디보, 키트루다 같은 PD-1 억제제는 PD-1 수용체에 달라붙어 PD-L1과 결합하지 못하게 하는 방식으로 암세포의 회피 기능을 억제한다. 반면 PD-L1에 붙어서 암세포의 면역회피를 차단하는 게 PD-L1 차단제다.

지금까지 FDA 허가를 받은 PD-(L)1 타깃 면역관문억제제는 6종이다. PD-1 억제제는
미국 머크(MSD)의 키트루다(펨브로리주맙), 옵디보(니볼루맙), 리네네론의 리브타요(세미플리맙) 등 3종이다. PD-L1 억제제는 제넨텍의 티센트릭(아테졸리주맙), 아스트라제네카의 임핀지(더발루맙), 화이자의 바벤시오(아벨루맙) 등 3종이다.

하지만 이들 면역관문억제제는 면역치료 불응 문제를 안고 있다. 암환자의 20~30%에만 효과가 있고 나머지 환자에게는 듣지 않는다. 이런 불응 문제 해결을 위해 현재 전세계적으로 병용을 포함해 6000여개의 면역항암제 파이프라인이 임상을 진행 중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이렇다할 성과를 내는 약물은 나오지 않고 있다.

한때 TIGIT, CD40, CD47 등이 PD-(L)1의 면역 불응성을 타개할 타깃으로 주목받았지만 대부분의 임상시험이 실패로 끝났다. 기존 면역관문억제제와의 병용 임상도 지지부진한 상태다. 최근 항체약물접합체(ADC) 등으로 관심이 옮겨가고 있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오노약품공업이 NXI-101을 낙점한 것은 효능도 효능이지만 차별화된 작용기전 때문이다. NXI-101은 기존에는 없던 새로운 타깃의 면역항암제 후보물질이다. 암세포가 분비하는 이 타깃은 면역치료가 먹히지 않도록 방해하는 불응 인자다. 면역억제세포들을 종양미세환경 내로 유도하고 활성화해 T세포, NK세포 같은 암세포 공격수의 전투력을 떨어뜨린다. 게다가 암세포 스스로 자신의 사멸을 막는 신호로 작용한다. NXI-101은 이런 일련의 과정을 억제하는 기전으로 약효를 발휘한다.

오노약품공업은 최근 NXI-101의 글로벌 임상 1상 시험을 시작했다. 업계에서는 전 세계적으로 약물과 타깃 모두에서 이렇다할 진전이 없는 면역항암제 개발에 NXI-101이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윤 대표는 "오노약품공업은 누구도 가보지 못했던 길을 개척한 경험이 있는 제약사"라며 "기술이전 당시 오노약품공업 측으로부터 NXI-101이 자신들이 찾던 메커니즘이라는 피드백을 받았다"고 했다.

면역 훼방꾼 찾아내 암세포 잡는다

온코카인은 암환자에게 특이적으로 과량 발현되는 단백질이다. 건강한 사람에게서는 매우 낮은 수준으로 나타난다.

암세포는 특유의 저산소 환경과 주변 면역세포의 공격으로 만성적인 스트레스를 겪는다. 이런 혹독한 환경에도 견뎌내고, 면역세포의 공격을 회피할 수 있게 암세포는 스스로를 보호하는 물질을 분비한다. 온코카인이 그런 물질 가운데 하나다. 온코카인은 면역세포 공격을 맞아주는 방패 역할을 한다. 면역억제세포를 활성화시켜 T세포와 NK세포의 공격력을 약화시킨다.

NXI-101은 온코카인-1을 저해하는 중화항체다. 넥스아이가 찾아낸 온코카인 가운데 하나다.
온코카인-1이 줄어들게 되면 면역억제세포들의 활동이 약해지고, T세포와 NK세포의 활동이 왕성해지면서 암세포의 사멸을 촉진시킨다. 윤 대표는 "온코카인-1은 암세포의 수비벽을 깨는 통로"라고 했다.

PD-1 타깃 면역관문억제제 뛰어넘는 효능 확인

넥스아이는 NXI-101 등 온코카인 중화항체들이 흑색종 비소세포폐암 대장암 등에서 기존 PD-1 타깃 면역관문억제제보다 효과가 뛰어난 것을 확인했다. 다나파버 암연구소와 MIT대의 원천기술을 토대로 설립된 미국 바이오기업 엑스페라에 의뢰해서 비소세포폐암에 효과가 있다는 걸 확인했다.

엑스페라는 환자 유래 암조직 모델에서 MXI-101의 항암 효과를 검증했다. 비소세포폐암 환자에게서 암세포를 채취한 뒤 환자유래 유사장기 스페로이드(PDOTS)를 만들어 NXI-101과 PD-(L)1 타깃 면역관문억제제를 단독 또는 병용으로 투약했다. 그 결과, 온코카인-1 단백질이 많이 관찰된 환자에게서 NXI-101의 효능이 PD-(L)1 약물보다 유의미하게 뛰어난 것으로 관찰됐다. NXI-101과 PD-(L)1 약물을 병용했을 때는 NXI-101 단독 투여보다 효과가 더 좋았다. 윤 대표는 "온코카인-1 발현이 많은 암환자에게서 NXI-101이 기존 PD-(L)1 타깃 면역관문억제제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라고 했다.

다만 온코카인-1에 대한 연구는 아직 초기단계다. 온코카인-1이 항암제 불응성의 영향으로 더 발현되는지, 원발암에서 더 발현하는지 등의 연구는 오노약품공업과 풀어나가기로 한 숙제다. 윤 대표는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경우 PD-(L)1 약물 치료를 받은 후 온코카인-1이 발현하면 생존률이 급격히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온코카인-1이 그만큼 유의미한 바이오마커라는 것을 뒷받침하는 것"이라고 했다.

온코카인-1은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70%가량에서 발견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RAS 변이가 생긴 환자에게서도 온코카인-1이 발현된다. 윤 대표는 "온코카인-1의 발현 여부에 대한 진단법도 개발해놓았다"고 말했다.

넥스아이 연구원이 서울 문정동 본사 연구소에서 세포 분석을 하고 있다. / 사진=넥스아이 제공

넥스아이 연구원이 서울 문정동 본사 연구소에서 세포 분석을 하고 있다. / 사진=넥스아이 제공

신규 파이프라인, 내년 美 임상 진입 목표…내년 IPO 도전

넥스아이는 두번째 후보물질인 'NXI-201'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오노약품공업에 기술수출한 'NXI-101'과 유사한 컨셉트의 약물이다. 다만 타깃 단백질, 세부 기준, 적응증이 다르다. 현재 비임상 독성실험 중이다.

넥스아이는 NXI-201을 계열 내 최초 종양미세환경 조절제로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타깃 단백질은 온코카인-2다. 세포 증식 촉진, 세포 사멸 억제, 세포 이동성 향상 등 다양한 세포 기능에 관여하는 단백질이다. T세포 등 면역세포의 종양 침투를 방해하고, 면역억제세포 등을 활성화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NXI-201은 MSS(현미부수체 안정) 대장암, 간암, 흑색종, 유방암 등에 효과가 있는 것을 확인했다. 지난 3월 초 FDA로부터는 간세포암종 치료용 후보물질로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됐다. 윤 대표는 "연말까지 독성시험을 마무리하고 내년 상반기에 FDA에 임상 1상 승인계획서를 제출할 계획"이라며 "내년 중 임상 1상을 시작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넥스아이는 내년 초 NXI-201의 기술수출을 기대하고 있다. 오는 6월 중순 미국 보스턴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바이오 행사인 '바이오 USA'에서 빅파마들과 미팅을 가질 예정이다.

넥스아이 직원은 35명이다. 대부분이 연구개발직이다. 내년 코스닥 상장에 도전할 계획이다. 윤 대표는 "불응성 인자 연구를 기반으로 ADC, T세포 인게이저 등으로 모달리티를 확장해나갈 것"이라며 "면역항암제 시장에 새로운 국면을 열어가겠다"고 말했다.

박영태 바이오 전문기자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