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 주 = 한국국제교류재단(KF)의 지난해 발표에 따르면 세계 한류 팬은 약 2억2천500만명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또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초월해 지구 반대편과 동시에 소통하는 '디지털 실크로드' 시대도 열리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한류 4.0'의 시대입니다. 연합뉴스 동포·다문화부 K컬처팀은 독자 여러분께 새로운 시선의 한국 문화와 K컬처를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되고자 전문가 칼럼 시리즈를 준비했습니다. 시리즈는 매주 게재하며 영문 한류 뉴스 사이트 K바이브에서도 영문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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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 제공
◇ 서울이 무대가 된 애니메이션
2025년 개봉(넷플릭스 공개) 이후 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은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는 'K-팝'과 판타지의 결합을 넘어, 전 세계 시청자에게 '서울'을 새롭게 각인시키는 문화 아이콘이 됐다.
이 작품은 K-팝 걸그룹 '헌트릭스'가 악마와 맞서 싸우는 독특한 세계관을 바탕으로 스토리를 전개하면서도, 실제 서울의 도시경관과 랜드마크를 배경으로 생생히 담아냈다. 이 과정에서 도시는 이야기 흐름의 배경을 넘어 서사와 이미지의 핵이 돼 자연스럽게 도시 브랜딩 효과를 창출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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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케데헌'에 등장하는 도시 배경은 결코 추상적인 상상이 아니다. 서울 도심의 고층 빌딩과 네온사인, 강남대로의 디지털 전광판, 그리고 전통과 역사성을 담은 북촌 한옥마을과 낙산공원에 이르기까지 한국 수도 서울의 모습이 다양한 시선으로 입체적으로 구현됐다.
이런 방식으로 세계 관객에게 현대적이면서도 전통이 공존하는 서울의 이미지를 전달했다. 실제로 외신 보도나 문화계 여러 전문가는 "서울이 또 하나의 캐릭터처럼 애니메이션 서사에 녹아 있다"고 평가한 바 있다.
◇ 영화 속에 등장한 실제 도시와 명소
영화에 등장한 대표적인 장소는 서울 시내 전경, N서울타워, 코엑스 3D 전광판, 한강 잠실 시민공원, 낙산공원, 안동 하회마을, 북촌 한옥마을과 서울성곽 등이다.
작품 속 쓰임새를 살펴보면 서울 시내 전경은 현대적 서울의 이미지를 전반적으로 반영하면서 고층 빌딩과 네온사인 등으로 도시 역동성을 연출했다. N서울타워는 서울을 대표하는 랜드마크이며 관광 중심지였지만 작품 속에서는 클라이맥스 전투 장면의 핵심 무대로 등장했다. 코엑스 3D 전광판은 디지털 문화의 상징으로 'K-팝' 홍보의 최전선의 공간이다. 그래서인지 작품 속에서 헌트릭스의 신곡 발표 무대로 선보여 팬들과의 소통 장면에 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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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홈페이지 캡처
한강 잠실 시민공원은 평소에 시민이 즐겨 찾는 여가 공간으로 일상성과 개방성을 상징하는 공간이다. 그러다 보니 주인공들이 재충전하는 장소로 등장해 눈길을 '확' 끌었다.
강북으로 가면 낙산공원이 배경으로 나왔다. 도심 속 자연과 전통 성곽의 조화가 돋보이는 이곳은 작품 속에서 캐릭터 간 심리적 대화와 반성의 공간으로 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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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홈페이지 캡처
북촌 한옥마을과 서울성곽 역시 서울의 역사성과 문화유산을 잘 표현했다. 작품 속에서도 시각적 깊이를 배경으로 자주 활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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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홈페이지 캡처
이처럼 이 영화가 도시 브랜드에 기여한 효과는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 번째로 세계 속에 각인된 '서울'의 이미지를 들 수 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서울이라는 도시를 무대 이상의 의미를 갖도록 정교하게 설계했다. 극 중에서 서울은 악마와 맞서는 영웅이 활동하는 중심지다. 여기에 'K-팝'이라는 한국의 대표 문화 콘텐츠가 태어나고 소비되는 현대적 도시다. 이 설정은 서울을 역동적이고 문화적으로 매력 넘치는 도시로 재현하고, 세계 팬에게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줬다.
두 번째로 'K-컬처'와 'K-시티'의 결합이 눈에 들어왔다.
K-팝은 이미 전 세계적으로 높은 인지도를 갖고 있지만, 그 배경이 되는 도시, 서울에 대한 구체적인 이해는 제한적이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K-컬처와 도시 자체를 연결 지음으로써 문화 콘텐츠를 통한 도시 마케팅의 훌륭한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실제로 서울시는 이 영화와의 협업을 통해 공식 마케팅 자료로 콘텐츠 이미지를 활용하고 있으며, 관광 관련 유관 부처는 애니메이션 촬영 배경지를 중심으로 한 관광 콘텐츠 기획도 진행하고 있다.
세 번째로 소프트파워 도구로서의 활용 가능성을 꼽을 수 있다.
문화 예술은 국가의 소프트파워이자 도시의 정체성을 대외적으로 소개하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 중 하나다. 서울은 이번 애니메이션을 통해 K-팝의 중심지일 뿐 아니라, 신화적·전통적 상징도 품고 있는 도시라는 보다 깊은 메시지를 담아 세계 대중에게 전달할 수 있었다.
이처럼 '케데헌'의 성과는 애니메이션 영화의 흥행 그 이상이었다. 작품은 한국 콘텐츠의 창의적 역량을 보여줌은 물론, 서울이라는 도시를 이야기 속에 녹여냄으로써 그 자체가 한 편의 도시 브랜딩 작업이 됐다.
특히 글로벌 팬이 이 영화를 통해 서울의 랜드마크를 자연스럽게 인식하게 됐다.
이처럼 관광, 문화, 대외 이미지 제고 측면의 효과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점에서,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서울 브랜딩의 대표적 성공사례로 남을 것이다.
석수선 디자인전문가
▲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 대학원 박사(영상예술학 박사). ▲ 연세대학교 디자인센터 아트디렉터 역임. ▲ 현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겸임교수. ▲ 한예종·경희대·한양대 겸임교수 역임.
<정리 : 이세영 기자>
seva@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5년07월16일 17시21분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