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R 인사이트]조직 병들게 하는 직장 내 외로움… 해법은 ‘연결 리더십’

3 weeks ago 9

팬데믹 이후 사무실 출근과 재택근무를 결합한 이른바 ‘하이브리드 근무’가 확산되면서 직장 내 외로움이 새로운 조직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비대면 근무가 일상화되면서 즉흥적인 대화가 사라지고, 팀워크와 협업의 밀도가 예전만 못하다는 하소연이 곳곳에서 나온다. 단순히 조직문화의 마찰이나 팬데믹 후유증 정도로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 그 이면에는 훨씬 심각한 문제가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외로움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팀의 신뢰와 응집력을 무너뜨린다. 조직의 성과와 혁신, 회복탄력성 등 핵심 기반이 흔들린다는 의미다. 실제로 외로움은 번아웃 증가와 생산성 저하, 높은 이직률로 직결된다. 미국 기업들은 이로 인해 매년 최대 1540억 달러(약 210조 원)의 비용을 부담한다.

덜 외로운 직장을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무엇보다 외로움을 개인의 감정 문제가 아닌 조직이 해결해야 할 과제로 인식하는 것이 출발점이다. 리더가 초기에 대응하지 않으면 외로움의 부정적 효과는 빠르게 누적된다. 처음에는 조용한 위축으로 나타나지만, 곧 조직 내 불협화음으로 번지고 결국 생산성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단순히 협업툴을 더 도입하거나 조직 강화 프로그램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사람들이 함께 일하는 방식 자체에 의도적으로 ‘연결’을 심어 넣어야 한다.

이를 위해 리더는 두 가지 차원의 연결에 집중해야 한다. 첫째는 사회적 응집력과 소속감이다. 공유된 정체성, 공동의 의례, 포용적 문화가 여기에 해당한다. 이런 요소들은 심리적 안전감을 형성하고 팀 전체에 긍정적인 에너지와 공동의 목표의식을 불어넣는다. 둘째는 의미 있는 대인관계다. 팀원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신뢰할 때 소통이 원활해지고, 문제 해결과 혁신의 속도도 빨라진다.

그렇다면 사회적 응집력을 높이고 의미 있는 관계를 만들기 위해 리더는 무엇을 해야 할까. 첫째는 정체성의 공유다. 팀 내 외로움은 대개 공유된 정체성과 소속감의 결핍에서 비롯된다. ‘우리는 한 팀’이라는 의식을 의도적으로 심어주면 구성원들은 고립감에서 벗어나 더 큰 목표와 연결돼 있다고 느낀다. 이런 연결감은 인간의 기본적인 소속 욕구를 충족시켜, 어려운 과제 앞에서도 서로를 지지하며 버티게 하는 힘이 된다.

둘째는 신뢰 기반의 협업 설계다. 업무가 지나치게 거래처럼 변하거나 개인화되면 관계의 맥락을 잃기 쉽다. 리더는 관계 구축을 단순한 부수적 활동이 아닌, 업무의 필수 요소로 다뤄야 한다. 예를 들어 신입사원에게 ‘온보딩 버디’를 배정하거나, 프로젝트 착수 단계에서 자기소개와 개인적인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갖는 것만으로도 신뢰의 씨앗을 심을 수 있다.

셋째는 인간다움을 드러내 회복 탄력성을 높이는 것이다. 심리적 안전감은 외로움을 극복하는 데 필수적이다. 리더가 먼저 자신의 감정과 상태를 솔직히 드러내고, 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를 만들면 구성원들은 ‘나의 감정을 표현해도 괜찮다’는 강력한 신호를 받는다. 예를 들어 회의 전 각자의 컨디션을 빨강·노랑·초록으로 표시해 간단히 공유하는 ‘체크인’ 활동은 서로의 상태를 이해하고 정서적 유대감을 높이는 좋은 방법이다. 넷째는 시스템과 의례의 제도화다. 하이브리드 근무 환경에서는 신뢰보다 단절감이 훨씬 빠르게 퍼질 수 있다. 연결을 강화하는 활동을 조직의 공식적인 제도나 문화적 의례로 정착시켜야 한다. 이를 통해 연결이 조직 전체의 습관으로 자리 잡으면, 외로움이 팀에 뿌리내리기 어려워진다.

마지막으로 리더 스스로 연결의 욕구를 인정해야 한다. 리더의 외로움은 생각보다 깊고, 팀 전체에 전염될 수 있다. 직급이 높아질수록 속마음을 터놓을 동료는 줄고, 언제나 침착하고 단호해야 한다는 압박감은 커진다. 하지만 리더가 자신의 고립감을 방치하면 그 불안은 곧 팀 전체로 확산된다. 리더가 먼저 연결의 중요성을 말하고, 동료에게 지지를 구하며, 때로는 취약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오히려 팀이 다시 연결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점점 더 고립돼 가는 세상에서 연결을 일하는 방식으로 받아들인 조직은 단순히 더 인간적인 문화를 만드는 것을 넘어 높은 직원 유지율과 강한 회복 탄력성, 깊은 신뢰를 얻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런 조직이야말로 진정한 혁신을 일으키고, 누구도 쉽게 따라올 수 없는 전략적 우위를 확보하게 된다. 오늘날 리더십이 직면한 가장 중요한 과제는 바로 구성원을 연결시키는 일이다.

루이스 벨라스케스 스탠퍼드경영대학원 리더십 퍼실리테이터
정리=장재웅 기자 jwoong0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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