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F 스타트업 이야기] 〈68〉공공의 잉여에서 시작된 문명, 스타트업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잉여, 공동체, 그리고 무너지는 생존 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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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성룡 (재)글로벌청년창업가재단 상임이사(CFP)함성룡 (재)글로벌청년창업가재단 상임이사(CFP)

“문명이 시작된 건 언제였을까.”

수렵과 채집으로 살아가던 인간이 땅에 뿌리를 내리고, 곡식을 키우며, 마을을 형성하던 그 시기. 사람들은 단순한 생존을 넘어, '어떻게 함께 살아갈 것인가'를 고민하게 됐다. 그 전환의 핵심에는 '잉여'가 있었다. 노동을 통해 만들어낸 잉여는 누군가의 생계를 보장했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예술과 기술을 발전시킬 수 있는 시간을 허락했다. 잉여는 생존 이상의 삶을 가능하게 했고, 공동체는 그 바탕 위에서 성장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이 잉여를 중심으로 한 공동체의 성장은 다른 공동체의 생존을 위협하며 이루어졌다. 잉여물과 노동력을 둘러싼 정복과 학살, 몰살이 이어졌고, 그 위에 '이념'이라는 질서가 입혀지며 국가라는 구조로 확장되었다.

'어떻게 함께 살아갈 것인가'라는 질문은 결국 '누구와 함께 살아갈 것인가'를 결정짓는 기준이 되었고, 공동체 바깥에 있는 인류는 그 기준에서 배제되거나, 파괴되었다.

오늘날의 기업, 특히 스타트업 생태계 역시 이와 유사한 구조 위에 놓여 있다. 성장은 더 이상 단순한 매출 곡선이나 투자 유치만으로 정의되지 않는다. 어떤 기업은 기술을, 어떤 조직은 사람을, 또 다른 곳은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확장해나간다. 그러나 질문은 여전히 같다.

“우리는 무엇을 위해 이 공동체의 잉여를 만들고 있는가?.”

누구의 삶을 지속 가능하게 만들며, 그 잉여를 통해 어떤 공동체를 형성하고 있는가. 이 질문에 명확하게 답하지 못한 조직은 빠르게 소멸하게 된다. 단기 수익과 생존에만 몰두하거나, 내부 구성원조차 연결되지 못한 채 각자의 '존버'만을 강요하는 시스템은 결국 버티지 못하고 무너지게 되는 것이다. 공동의 목표가 사라진 자리에 남는 것은 무기력한 생존 게임뿐이다.

지속 가능한 조직은 '잉여'를 어떻게 나누고, 어디에 다시 투자하는가로 결정된다. 이는 단순한 이익 분배의 문제가 아니다. 노동의 대가가 보장된 구성원이, 자신이 속한 공동체의 미래에 기여할 수 있는 구조가 가능한가에 관한 질문인 것이다.

'창업하면 대표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은 돈을 번다.'는 말처럼 모든 책임과 위험이 대표에게 집중된 창업 구조는 단기 성과는 가능할지 몰라도, 장기적 생존에는 취약하다. 성장할수록 책임은 무거워지고, 구성원 간의 연결은 느슨해지기 때문이다.

대안은 '연합형 조직'에 있다. 각기 다른 전문성과 생활 구조를 가진 개인 혹은 팀들이 공공의 미션에 공감하며 느슨하게 결합하고, 공동의 서비스와 플랫폼을 함께 구축해 나가는 방식이다. 이 구조에서는 각자가 자신의 노동에 대한 보상을 자율적으로 확보하면서도, 전체 공동체를 위한 미션에 일정 비율을 기여한다.

그리고 이 기여는 다시 더 많은 잉여와 연결로 순환된다. 잉여는 생존 이후의 질문을 가능하게 한다. 그리고 그 질문을 나누는 공동체가 있을 때, 조직은 비로소 생물처럼 자율적으로 진화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연합형 조직은 단일한 회사의 틀로 움직이지 않는다.

우리는 지금, 단순한 성장이나 속도의 경쟁을 넘어, '어떤 방식으로 함께 살아갈 것인가'를 다시 묻는 시점에 와 있다. 창업은 더 이상 특정 개인의 비전이나 아이디어를 실현하는 도구만이 아닐 것이고. 그 안에는 서로의 생계를 지키고, 잉여를 순환시키며, 가치를 공유하고, 가능성이 담겨 있는 연합형 공동체여야 하지 않을까?

함성룡 (재)글로벌청년창업가재단 상임이사(C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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