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톡]국정자원 화재, 공무원의 '미필적 고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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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흔적. 27일 대전 유성구 국가정보자원관리원 5층 전산실 창문이 리튬이온 배터리 폭발 화재로 불에 타 있다. [사진=연합뉴스]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흔적. 27일 대전 유성구 국가정보자원관리원 5층 전산실 창문이 리튬이온 배터리 폭발 화재로 불에 타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가 핵심 정보기술(IT) 시스템을 다루는 데이터센터 1층에 식당이 있다는 게 이해되나요? 식당에서 화재나 폭발이 발생했으면 이번 사고보다 더 큰 상황이 생겼을 수도 있습니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대전 본원에서 발생한 화재에 대해 업계 전문가는 이렇게 말했다. 이번 사태가 단순 배터리 화재만의 문제가 아니란 의미다. 국정자원 대전 본원은 20년 된 노후화된 건물인데다, IT시설용도가 아닌 일반 건물을 임차해 사용하면서 이미 각종 문제에 노출돼 있었다.

이 같은 문제 인식은 20년 전 대전 본원이 처음 건축될 때부터 있었다. 당시에도 연구용도 시설을 활용(KT 연구동 건물을 장기 임대해 계약)하는 것은 안 된다는 반대 여론이 있었지만, 시의성 등을 따져 우선 건축하는 방향으로 결정됐다.

잘못 채워진 단추였다. 그럼에도 지난 20년간 이 분야를 거쳐간 공무원 모두 이를 묵과했다. 지난해 대전 본원을 포함한 인프라 전반 개선 연구와 회의가 열렸다는 것은 사태 심각성을 모두 인지하고 있었다는 의미다.

화재 전인 지난 달 초, 행정안전부가 만든 '디지털정부 인프라혁신전략(안)'에는 “대전센터는 일반 건축물을 리모델링해 화재 등 재난에 취약한 구조”임이 명확하게 표기됐다. 그러나 행안부는 신규 예산 확보의 필요성, 사안의 중차대함과 시급함을 정부·국회 등과 공유하지 않았다. 대신 2030년 8월까지 KT와 건물 임대 연장 계약을 택했다. '5년 간 시간을 벌겠다'는 꼼수다.

이번 사건은 지난 20년간 거쳐온 여러 공무원의 '미필적 고의'로 봐야 한다.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을 인지하면서도 '나 있을 때만 아니면 된다'는 식의 공무원적 자세가 빚어낸 총체적 결과다.

국가AI전략위원회와 대통령실 등에서 TF를 구성, 11월까지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인프라 중심 대책이 우선되겠지만 공무원 전반 인식 개선과 전문성 강화를 위한 대안도 함께 고민돼야 한다.

김지선 기자 rive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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