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선] 가전양판에 닥친 위험과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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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가전양판 업계가 위기다. 롯데하이마트와 전자랜드, 양사를 합해 한때 최다 600개에 육박한 오프라인 가전양판매장이 올해 기준 400개 미만으로 급감했다. 과거 TV만 켜면 들렸던 '전자제품 살 땐? 하이마트로 가요!'라는 광고 문구가 무색해졌다. 사람들은 오프라인 매장보다 더 빠르고 간편한데다 저렴한 가격에 배송까지 빠른 이커머스 플랫폼에서 가전을 구매하는 데 익숙해졌다.

윤희석 기자윤희석 기자

롯데하이마트와 전자랜드의 매장 수 감소는 가전양판업계가 겪고 있는 불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전자랜드는 지난해 상반기 103개였던 매장을 85개로 줄였다. 롯데하이마트는 2019년 466개에서 2025년 1분기 기준 314개로 축소했다. 소비 위축과 이커머스의 압박이라는 이중고 상황에서 생존을 위해 비효율 점포를 정리한 결과다. 점포 수 감소는 곧 고객과의 접점이 줄어든다는 뜻이다. 이제는 단순히 점포 수를 줄이는 '선택과 집중'을 넘어 혁신을 통한 재도약이 절실하다.

양사는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각자의 방식으로 활로를 찾고 있다.

롯데하이마트는 1~2인 가구를 겨냥한 자체브랜드(PB) 상품 'PLUX'를 출시하고, '가전 라이프 평생 케어' 비전을 내세워 가전 구독 서비스를 도입하는 등 신규 사업 모델 확장에 주력하고 있다. 또, '하이마트 빌트인' 등 위탁 판매 대리점을 확대하면서 새로운 고객층을 확보하는 데도 힘을 쏟고 있다. 최근 1호점을 오픈한 위탁 판매 대리점 '하이마트 빌트인(Built-in)'을 연내 10개점까지 늘릴 계획이다.

전자랜드도 MZ세대를 겨냥한 디지털집약매장 'DCS(Digital Convergence Store)'를 확대하고 있다. 정보기술(IT) 가전제품을 직접 체험하고 구매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하면서 오프라인 매장 강점을 살리는 전략이다. 유료 회원에게 온라인 최저가로 특가 상품을 제공하는 '랜드500'을 강화하는 데도 주력하고 있다. 충성도 높은 고객을 확보하고 재방문을 유도하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이 같은 노력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꼭 필요한 과정이다. 하지만 매장 효율화나 PB 상품 강화만으로는 급변하는 시장에서 지속적인 성장을 담보하기 어렵다. 단순히 가전제품을 판매하는 사업 모델에서 벗어나 소비자에게 완전히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는 플랫폼으로 진화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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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컨대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한 솔루션을 기반으로 고객에게 차별화된 추천 서비스를 제공하며 만족도를 높이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고객 경험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는 데도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한다.

지난 2010년대 전성기를 누린 가전양판업계는 온라인 채널에서의 가전제품 구매 확산, 부동산 경기 침체, 고물가라는 삼중고에 직면하면서 끝없는 침체기에 접어들었다. 과거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변화하는 시장 환경에 맞춰 끊임없이 새 시도를 늘려야 한다. 그간의 경험과 많은 노하우를 최대한 활용하면서 새 판을 짜야 한다. '위기(危機)'라는 말에는 '위험(危)'과 '기회(機)'가 공존한다. 과감한 투자와 혁신으로 새로운 가전 유통의 미래를 열기를 기대한다.

윤희석 기자 pionee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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