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르는 것은 초록창에 검색하라”라는 말은 이제 옛말이 됐다. 생성형 인공지능(AI)과 대규모언어모델(LLM)의 발달로 AI는 단순 정보 검색을 넘어 복잡한 의사결정, 진로 상담까지 인간의 언어를 깊이 이해하며 다양한 삶의 영역에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비단 개인의 삶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최근 대형 정보기술(IT) 기업이 AI 중심의 조직개편과 AI 알고리즘 기반 사업 전환 속도를 내는 가운데, 지자체 역시 AI 도입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점에 도달했다. 행정의 혁신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이며, AI를 통한 지역혁신 행정 구현은 지자체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부상했다.
기존 민원 시스템은 전화, 방문, 서면 접수 등 아날로그 기반으로 구성돼 있어 응답 시간 지연과 처리 효율성 저하 문제가 있었다. 그러나 자연어 처리(NLP) 기술과 음성 인식 기반 AI 챗봇을 도입하면, 민원 응대는 24시간 실시간으로 가능해진다. 특히 자연어 생성(NLG) 기술을 활용하면 AI가 주민의 의도를 이해하고, 맥락에 맞는 정제된 문장으로 응답할 수 있어 응대 품질도 향상된다.
예를 들어, 텍스트 분류와 의도 인식 모델이 탑재된 챗봇은 다층적 분류 알고리즘으로 민원 유형을 자동 식별하고 하이퍼파라미터 튜닝(Hyperparameter Tunning)을 통해 응답 정확도를 지속 개선한다. 이는 단순 반복 업무를 넘어 주민 맞춤형 서비스로 연결되며 행정 신뢰도를 높인다.

지자체 행정은 문서 분류, 승인 처리, 통계 작성 등 반복적이고 규칙 기반 업무가 많다. AI 기반 업무 자동화(RPA), 광학문자인식(OCR), 문서 요약 알고리즘 도입으로 대량 문서의 자동 분류와 검토가 가능해졌다.
예를 들어 문서 자동화 시스템은 머신러닝 모델을 통해 문서 내 키워드 패턴을 식별하고, 데이터 마이닝 기법을 활용해 행정의 흐름을 분석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업무 처리 시간을 단축하고 인적 오류를 줄이며, 공무원이 고부가가치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 궁극적으로는 지자체의 대응 속도와 정확도를 높이는 핵심 수단이 될 것이다.
해외에서도 이미 행정영역에 AI를 도입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자연어 처리기반 지능형 챗봇을 활용하여 납세자를 위한 음성지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영국 정부는 'Consult'라는 AI 도구를 도입해 공공 의견 수렴과정을 자동화하고 있다. 이미 2000건 이상의 응답을 정확하게 처리하고 핵심 주제를 도출해냈으며, 연간 7만5000시간의 행정 시간을 절약하고, 2000만 파운드의 비용 절감 효과가 기대되고 있다.
또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시는 AI를 활용해 폐기물 수거 경로를 최적화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 시스템은 교통 및 통행 데이터를 분석해 수거 경로를 효율적으로 계획함으로써, 폐기물 수거 비용 45.4% 절감뿐만 아니라, 연료 소비 감소로 탄소 배출량도 줄이는 효과를 거뒀다.
AI는 대규모 데이터를 활용해 미래를 예측한다. 기존 경험과 직관에 의존하던 정책 결정 방식에서 벗어나 데이터 마이닝과 딥러닝 기반 예측 모델로 실시간 정책 시뮬레이션과 효과 분석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환경 및 기후 예측 시스템을 활용하면 대기오염 수준, 홍수 위험, 가뭄 가능성 등을 예측해 대응책을 수립할 수 있다. 특히 AI 기반 기후분석 시스템이 미세먼지 농도 상승을 감지하면, 지자체는 즉각적으로 대중교통 이용 활성화 정책 시행이나 산업체 배출 규제를 강화하는 등의 대응이 가능하다.
국립환경과학원 연구에 따르면, AI를 활용한 초미세먼지 예측 모델은 초미세먼지 예측 정확도를 최대 76% 향상시킬 수 있다고 한다. 이처럼 AI는 정책 수립 과정 전반에 정량적 근거를 제공하며 분석 도우미 역할을 한다.
AI는 주민 소득, 건강, 가족 구성 등 다양한 데이터를 분석해 맞춤형 행정 서비스를 설계한다.
AI 기반 복지 매칭 시스템은 취약 계층에 최적 복지 혜택을 추천하고 수요 변화를 실시간 감지한다. 이를 통해 획일적 정책에서 벗어나 실질적 지원을 신속 제공한다.
또, AI 기반 스마트 교통 시스템은 실시간 교통 데이터를 분석해 최적 경로를 제시한다. 출퇴근 시간 단축과 교통 체증 완화 효과가 기대되며, 대중교통 이용자에게는 기상 상황과 운행 패턴에 따른 최적 환승 경로 안내도 가능하다.
결과적으로, AI 기술을 활용한 서비스 맞춤화 및 개인화는 주민 편의성 극대화뿐만 아니라, 정책 효과성을 높이고 행정 효율성을 증대시킬 것이다.

2024년 기준으로 전국 243개 지자체 중 158곳인 약 65%가 최소 하나 이상 AI 행정서비스를 도입했다. 이렇듯 이미 여러 지자체에서 앞다퉈 AI 기술을 도입해 행정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먼저 서울시에서는 'AI 기반 민원 분석 시스템'을 구축해 민원 유형 자동 분류 및 대응 시간을 단축했고, AI 문서 자동 분류로 공무원 업무 부담을 줄였다.
인천광역시는 'AI 신호제어 시스템'을 통해 긴급차량에 연속 녹색 신호를 제공, 화재 현장 도착 골든타임 준수율을 80%에서 94%로 높였으며 긴급출동 중 교통사고를 방지했다.
또 동두천시는 AI 기반 사회적 약자 보호 플랫폼으로 독거노인, 장애인의 이상 행동을 실시간 감지해 신속 대응한다. 이는 AI가 단순 편의성 개선을 넘어 생명을 지키는 중요한 수단임을 보여준다.
AI 도입에는 개인정보 유출과 윤리적 리스크가 따른다. 딥페이크, 데이터 유출 사례가 부각 되면서 AI 데이터 관리와 윤리 문제에 대한 우려가 크다. 부정확한 데이터 학습은 잘못된 정책 결정으로 이어질 수 있고, AI 결과물에 대한 맹신은 행정 신뢰 하락 위험을 낳는다.
특히 개인정보 보호는 가장 민감한 사안이다. 방대한 데이터를 처리하는 AI가 시민 민감 정보를 유출하지 않도록 보안 대책이 필수다. 최근 딥시크 AI 개인정보 유출 우려로 관련 서비스 접속 차단 사례가 이를 입증한다.
또,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데이터 암호화, 접근 통제, 감사 시스템 강화 등의 기술적·제도적 조치가 병행돼야 한다. 이를 통해 AI 기술이 신뢰받는 방식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AI가 아무리 고도화되더라도 궁극적으로 기술을 활용하는 주체는 사람이다. 지자체 공무원이 AI를 정확히 이해하고 현장에 적용할 수 있도록 분야별 AI 역량 강화교육이 시급하다.
예를 들어, 회계·재정 분야는 AI를 활용한 예산 예측, 지출 패턴 분석, 이상 거래 탐지용 데이터 분석과 시각화 도구 교육이 필요하다. 정책기획 분야는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예측 모델 해석, 정책 시뮬레이션 활용법 교육이 중요하다. 또 복지·사회서비스 분야는 복지 수요 예측 모델 이해, 위험군 분류 알고리즘 적용 역량 증진이 요구된다.
이러한 교육은 단기 특강보다는 실습 중심의 단계적 커리큘럼으로 구성돼야 하며, 지자체별 직무 특성에 맞는 맞춤형 교육 콘텐츠 개발이 필요하다.
미국 노던일리노이대 AI연구 전문가인 데이비드 건켈 교수는 저서 '기계질문:AI, 로봇, 윤리에 대한 비판적 관점'에서 AI 기술발전에 따른 윤리적 고려는 결국 인간의 책임임을 강조한다.
AI는 지역 행정의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데이터 기반 선제적·과학적 행정을 실현할 수 있는 기술이다. 하지만 기술은 어디까지나 '도구'일 뿐이다. 기술이 발전한다고 해서 사람이 해야 할 역할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AI는 행정 효율성과 과학적 선제 행정을 가능케 하는 도구지만, 최종 판단과 책임은 인간에게 있다. AI를 맹신하기보다 지혜롭게 활용하며 인간과 AI가 조화를 이루는 행정 혁신만이 진정한 지역발전의 길이다.
박덕수 한국지역정보개발원장 depark@klid.or.kr
연세대 행정학과와 미국 시라큐스대학원 행정학과를 졸업했다. 1994년 제38회 행정고시를 통해 공직에 입문 후 국가정보자원관리원 운영기획관, 행정서비스통합추진단장, 공공서비스정책관, 공공데이터정책관 등 디지털 정책을 총괄하는 행정안전부 주요 직책을 두루 거쳤다. 이 시기 공공데이터 개방, 디지털 서비스 혁신, 지역정보화 기반 확산 등 디지털기술을 활용한 공공행정의 혁신에 앞장섰다. 또한 인천광역시 행정부시장으로 재직하면서 지자체의 정책 현장 일선에서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정책들을 추진하며 현장 행정 전문가로서의 역량을 발휘했다. 2024년 10월부터는 한국지역정보개발원 원장으로 재임 중이며, 전국 지자체의 디지털 전환을 지원하고, AI기반 행정 혁신 모델 확산에 앞장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