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혹한 상속세'에 꺾인 넥슨…결국 中 자본에 넘어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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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텐센트가 한국 게임산업의 맏형 격인 넥슨 인수를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지자 중국 자본의 국내 콘텐츠산업 침투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텐센트가 지분을 보유한 국내 게임회사와 엔터테인먼트 기업은 10개를 훌쩍 넘는다. 일각에선 과도한 상속세 제도가 거대 중국 자본이 국내 알짜 기업들을 쇼핑할 길을 터줬다는 지적이 나온다. 넥슨만 해도 상속 과정에서 세금을 감당하지 못한 유족이 정부에 수조원 규모 지분을 상속세 대신 납부했다.

'가혹한 상속세'에 꺾인 넥슨…결국 中 자본에 넘어가나

◇20조원 규모 넥슨 인수설 현실화하나

13일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텐센트 측은 넥슨 인수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해 넥슨그룹 창업자인 고(故) 김정주 회장 유족과 접촉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회장 부인인 유정현 이사회 의장과 두 딸이 넥슨 지주회사 NXC 지분 약 67.6%를 보유해 경영권을 갖고 있다. NXC는 일본 상장사 넥슨재팬의 최대주주(44.4%)다. NXC 경영권을 확보하면 한국과 일본 게임사를 모두 품을 수 있는 구조다. 만약 지분 전량을 인수하면 투자 금액이 20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게 업계 추산이다.

유족들과 NXC가 인수 제안을 얼마나 긍정적으로 살펴보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텐센트가 유족 측과 접촉했다고 해도 매각이 현실화하기까진 갈 길이 멀어 보인다”며 “2019년 NXC가 지분 매각을 추진했을 때보다 넥슨의 재무 상황이 훨씬 좋아졌기 때문에 무리해 팔 이유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번 매각설을 단순한 해프닝으로 보지 않는 시각도 적지 않다. 유족들이 여전히 경영 전면에 나서지 않고 있는 데다 정부로서도 경영권 프리미엄이 없는 NXC 지분을 장기 보유할 이유가 없어서다. 텐센트는 정부가 NXC 지분(당시 4조7000억원 규모) 매각을 시도했을 때도 유력 후보로 언급되곤 했다. 넥슨 유가족의 주식 대납은 최고 60%에 달하는 가혹한 상속세 때문이다.

◇“텐센트 행보 더 노골적 됐다”

게임 등 국내 콘텐츠산업에서 텐센트의 영향력은 이미 턱밑까지 다다랐다. 국내 게임사 시가총액 상위 5개사 모두 텐센트와 지분투자, 게임 유통 등으로 얽혀 있다. 시프트업과 넷마블의 2대주주고, 크래프톤(13.86%) 카카오게임즈(3.89%) 지분도 들고 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텐센트는 그동안 중국 자본에 대한 국내 반감을 고려해 2대주주 자리를 확보하는 정도로 국내 게임사에 투자해왔다”며 “이번 인수설은 텐센트의 행보가 훨씬 더 노골적으로 바뀔 수 있다는 뜻”이라고 했다.

게다가 텐센트는 최근 K팝 등 엔터 영역으로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텐센트 산하 텐센트뮤직엔터테인먼트가 하이브로부터 SM엔터테인먼트 지분 9.66%를 2430억원에 사들여 지난달 SM엔터 2대주주로 올라섰다. 엔터업계 관계자는 “1대주주인 카카오그룹(41.4%)과는 아직 지분 차이가 크지만 SM엔터 인수전에서 시세조종 혐의를 받고 재판 중인 카카오가 지분 일부를 텐센트에 매각한다면 SM엔터의 주인은 곧바로 중국이 돼 버린다”고 우려했다. 텐센트는 자회사를 통해 YG엔터테인먼트(4.30%)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4.61%) 등 주요 엔터사 지분을 보유 중이다.

국내 문화산업에 문어발 영향력을 펼치고 있는 텐센트의 ‘야망’에 우려가 쏟아진다. 진입장벽이 높은 중국 게임·엔터시장은 단독으로 들어가기 어려워 국내 기업들이 텐센트에 과도하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텐센트는 중국 내 모바일 메신저 ‘위챗’,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 ‘QQ뮤직’, 영상 플랫폼 ‘텐센트 비디오’ 등 거대한 콘텐츠 인프라를 보유했다. 판호(현지 서비스 허가) 발급부터 K팝 음원 유통까지 텐센트가 퍼블리싱 역할을 하면 중국 진출 장벽이 확 낮아진다. 엔터업계 관계자는 “중국 진출에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중국 자본에 주도권을 아예 빼앗길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고은이/안정훈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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