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민 과학(Citizen Science)은 일반적으로 과학 연구가 전문가의 전유물이라는 인식을 극복하고, 일반 시민이나 학생들이 연구 과정에 직접 참여함으로써 과학에 보다 쉽게 접근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활동이다. 이러한 참여는 연구 설계, 실험 수행, 데이터 분석 등 다양한 과정을 포함하며, 참여자에게 과학적 사고력과 문제 인식 및 문제 해결 능력을 배양하는 동시에 과학에 대한 친근감을 제공한다. 시민 과학은 또한 다양한 연구 분야에서의 참여를 촉진함으로써 연구의 다양성과 포용성을 확대하는 역할을 한다.
오스트리아의 대표적인 시민 과학 프로그램 중의 하나인 스파클링 사이언스(Sparkling Science)는 과학기술 분야 연구를 지원하는 연구 프로그램으로, 대학과 연구소가 중·고등학교 교육기관을 넘어 가능하다면 산업계와 협력해 학생들이 실제 연구 프로젝트에 참여하도록 장려한다. 참여 학생들은 연구자들과 함께 연구 주제 선정, 실험 설계, 자료 분석, 결과 발표 등 연구 전 과정에 참여하며, 이를 통해 창의적 문제 해결 능력과 과학적 사고를 키우게 된다.
스파클링 사이언스는 2007년 당시 오스트리아 과학연구부에서 시작되었으며, 2007년부터 2019년까지 1단계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 1단계 프로그램에는 200개의 연구기관, 535개의 학교, 185개의 기업이 참여하였으며, 총 10만7000명 이상의 학생과 시민이 연구 활동에 참여하였다. 작년 가을에는 27개의 신규 프로젝트가 시작돼 프로그램의 범위와 참여가 확대되었다. 신규 프로젝트에는 연구기관은 외국기관 포함 148개, 외국회사 또는 외국 기관 포함 58개 기관, 220개의 학교가 참여한다. 프로젝트의 주제는 제한이 없고 프로젝트 기간은 최대 3년으로 제한되며 프로젝트당 최대 35만유로까지 지원된다
이 프로그램의 특징은 대학 교수와 연구원이 학생들을 멘토링하며, 팀 단위로 프로젝트를 수행하도록 함으로써 협업 능력과 자기주도적 연구 및 학습 능력을 동시에 향상시킨다는 점이다. 아울러 학생들에게 과학 연구에 대한 접근성을 제공하고 조기 연구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과학기술 영재 육성을 위한 모델로 평가된다. 이러한 점에서 스파클링 사이언스는 시민 과학을 통한 교육적·연구적 효과를 동시에 달성한 대표적 사례로 볼 수 있다.

현재 한국의 교육 시스템은 대학 입시에 집중돼 있어, 과학보다는 국어, 영어, 수학과 같은 주요 과목 위주로 학습을 한다. 또 학생이나 일반 시민이 과학을 접하고 경험해볼 기회 또한 상대적으로 적다. 아울러 과학분야가 실제 산업이나 실무에 어떻게 연계가 되는 체험할 수 있는 기회도 적어 과학에 쉽게 다가가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중·고등학교시절에 실험과 연구를 체험하며 인식을 변화시킬 체험 학습의 제공 등이 필요하며 연구 및 연구 환경 등에대한 이해를 위해 연구자들과의 직접적인, 더 나아가서는 이들의 연구를 가까이서 지켜 보는 것도 요구된다.
많은 학부모가 자녀의 진로에 대해 상담을 요청할 때, 필자는 늘 “학생이 원하는 것을 하도록 하세요”라고 조언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대부분의 학생은 스스로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분야에 흥미가 있는지를 정확히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학생이 자신의 관심과 적성을 발견하도록 돕는 경험 제공이 중요하다. 이러한 체험 활동은 학생이 단순히 이론을 학습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실제 경험을 통해 자신이 흥미를 느끼는 영역을 구체적으로 확인하고 장기적인 진로 선택에 필요한 판단 근거를 마련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이와 관련해, 오스트리아의 스파클링 사이언스 프로그램과 같은 참여형 연구·체험 교육은 매우 의미 있는 사례가 된다. 학생들은 실제 연구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문제를 탐구하고, 팀 활동을 통해 협업 능력을 기르며, 스스로 학습 목표를 설정하고 성취감을 경험할 수 있다. 이러한 경험은 학생이 자신의 흥미와 진로 방향을 탐색하는 데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으며, 추상적이고 단순한 진로 선택보다 훨씬 구체적이고 체험 기반의 판단을 가능하게 한다.
결국, 다양한 체험과 탐구 활동을 통해 자신이 흥미를 느끼는 영역을 구체적으로 확인하고 발견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며 추후 진로 설정의 핵심이며, 장기적인 진로 선택에 필요한 판단 근거가 될 수 있다. 스파클링 사이언스와 같은 프로그램은 이를 지원하는 좋은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인공지능(AI), 로봇, 바이오 등 각종 첨단 기술 또한 다양한 체험과 탐구 활동을 통해서 동기를 부여할 수 있다. 실제 경험이 연구를 지속할 수 있는 촉매제가 될 것이고 장기적으로 실질적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의 청소년들도 오스트리아 스파클링 사이언스와 같은 체험·탐구 활동에 관심을 돌려 과학기술에 흥미를 갖고, 장기적으로 유럽의 과학자들과 소통하며 글로벌 협업 기회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한국의 과학자들은 앞으로 호라이즌 유럽, 유레카 등 유럽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프로젝트 발굴 기회가 상당히 많을 것이다. 인류가 직면한 기후위기, 식량안보 등 다양한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과 유럽 과학자들의 스파클링 사이언스 연구성과가 실질적인 산업적 성과로 이어져 수 있길 기대한다.
한만욱 재오스트리아 한인과학기술자협회장 han@koseaa.org
〈필자〉오스트리아 빈 공과대학에서 기계공학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오클랜드대학교 로체스터 MI에서 공엽경영 석사학위를 받은 후 빈 공과대학에 돌아와 로봇공학 분야에서 연구하고 학생을 지도했다. 빈 공과대학에서 첨단 기술분야 경영학석사(MBA) 과정을 개발·운영하며 과학기술자들이 첨단기술과 경영 지식을 습득해 미래의 최고경영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현재 재오스트리아 과학기술자협회 회장으로 활동하며, 2010년, 2014년에 이어 올해 유럽-한국 과학기술 콘퍼런스(EKC) 총회 의장으로 한인 과학기술자들의 네트워크 구축과 학술·산업 협력 증진을 위해 노력했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 글로벌 기술협력지원단(K-Tag) 유럽 운영위원장으로서 한국과 유럽 간의 기술 협력과 혁신 파트너십 강화를 지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