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는 현재 인공지능(AI)과 휴머노이드 로봇에 몰입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많은 투자와 행사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AI와 로봇은 이제 우리의 삶에서 함께해야 하는 동반자가 됐고, 그 영향과 범위를 점차 빠르게 넓혀 나가고 있다. 이렇게 된 이유는 그동안 기술 개발의 성과이기도 하지만, 우리 사회가 이 기술이 필요한 구조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변화의 이면에는 경제적 가치가 중요한 결정을 했고, 현재의 AI와 로봇은 그 경제적 가치를 충분히 만들고 있다. 식당에서도 로봇을 활용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일할 사람을 구하기 어려울뿐만 아니라 경제적 가치도 점차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휴머노이드는 초기 단계이지만, 언젠가는 중요한 부분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선도국가와 벌어진 격차를 줄이는 노력이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뒤처진 로봇 산업을 빠르게 육성하기 위해 2008년에 세계 최초로 로봇산업육성법을 만들었다. 이를 근거로 3차 5개년 계획을 넘어서 현재는 4차 5개년 계획의 3년째를 맞이했다. 정부에서 4차 5개년 계획을 만들 때 가장 큰 목표는 2030년까지 로봇 100만대를 도입하겠다는 내용이었지만, 현재는 안타깝게도 쉽지 않아 보인다. 지난해 기준 로봇 사용량이 약 40만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연간 10만대씩 늘어나면 충분히 목표 달성이 가능하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몇 년전부터 성장이 주춤하게 되면서 로봇을 연간 3~4만대씩 도입하고 있다. 중국은 현재 연간 50만대 이상의 로봇을 도입하고 있다. 우리는 과연 이런 상황을 유지해도 괜찮은 것일까?
새로운 정부에서는 이 목표의 의미와 중요성을 재검토해주길 간곡히 부탁한다. 만일 2030년에 100만대의 로봇 도입 목표에 도달하게 된다면 우리나라 모든 산업 분야의 경쟁력이 세계 최고에 도달해 있을 것이다. 로봇 도입의 양이 중요한 이유는 그 산업과 서비스의 경쟁력이 세계 최고에 도달했는지를 나타내는 중요한 지표가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로봇 도입과 활용은 그렇게 쉽고 빠르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가장 큰 이유는 우리가 일하는 방식과 작업(제품과 서비스를 만드는 과정)이 로봇이 도입될 수 있도록 새롭게 디자인돼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로봇의 진정한 역할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그 가치를 최대한 활용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인간과 로봇 그리고 작업·환경·공간을 포함하는 인간로봇시스템으로의 전환을 로봇화나 로봇 트랜스포메이션(RX)이라고 하는데, 이 변화는 로봇 개발보다 훨씬 어려운 장벽이다. 이 장벽을 극복한 우리나라 자동차와 반도체 산업은 세계 최고가 돼 지속 성장할 수 있었다. 이제는 사회 전반에서 로봇화 요구는 광범위하게 늘고 있으며 이 요구에 맞는 대응 방안은 반드시 국가적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

100만대 로봇 도입을 위해서 정부에서 지원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로봇 활용을 다부처 사업으로 만드는 것이다. 모든 부처에서 로봇화를 적극 추진하고 로봇의 혁신 시장을 만드는 투자 계획을 세워야 한다. 국방부는 로봇 활용 핵심 부처가 돼야 하고, 국토교통부·행정안전부·환경부·농림축산식품부·보건복지부·해양수산부·과기정통부·산업통상자원부·중소벤처기업부 등에서도 로봇을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만들고 투자를 진행해주길 기대한다.
현재 일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로봇이 참여할 수 있도록 일하는 방식의 전환을 추진하는 건 정부 부처에서 법과 제도를 만들어야 가능하다. 전투에서 로봇은 어떤 역할을 담당하고 인간의 역할은 무엇인지, 건설에서 로봇을 활용하는 효과적이고 안전한 공법이 무엇인지, 화재 진압에서 인간과 로봇의 역할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 로봇화되지 못한 제조업 분야에서 로봇 도입을 통해서 어떻게 생산성을 높일 것인지 등은 로봇 개발보다 먼저 진행돼야 한다.
일하는 방식이 로봇화될 수 있도록 디자인화가 이뤄지고 로봇 역할이 정해지면 로봇 개발은 빠르게 구현될 수 있다. 그동안 발전 덕분에 로봇 기술은 더 이상 장벽이 아니다. 로봇 개발에 큰 투자가 필요하지도 않다. 이제는 로봇화에 집중할 때이고 모든 정부 부처, 공공 기관, 지방정부가 로봇화 혁신 시장을 만들어서 끝없이 도전하게 하는 것만이 바로 우리가 나아갈 길이다. 미국·일본·중국을 따라하는 것은 그만두고 로봇화에서 우리나라의 길을 찾아야 한다. 대한민국은 20년 내에 로봇화를 통한 10배 이상의 생산성 개선을 모든 사회 분야에서 확보해야만 지속 성장이 가능하고, 고령화와 인구 감소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이런 변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게 국가 사회에 보답하고자 하는 한국로봇산업협회의 가장 중요한 임무가 될 것이다.
김진오 한국로봇산업협회장 jinohkim@gmail.com
〈필자〉 김진오 한국로봇산업협회장은 미국 카네기멜론대에서 로보틱스 박사 학위를 받고, 삼성전자 로봇개발팀장과 로봇사업그룹장을 거쳐, 1999년부터 광운대 로봇학부 교수로 22년간 근무했다. 산업자원부 지능형로봇기획단장, 차세대성장동력추진특위 지능형로봇분야 실무위원장, 로봇산업정책포럼회장, 로봇융합포럼 실무위원장 등을 역임하며 정부 정책 입안에 많은 기여를 해왔으며, 세계 로봇산업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2008년 '로봇업계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조셉 엥겔버거 상을 수상했다. 1999년에는 반도체·바이오·덴탈 분야 로봇 전문 기업인 로봇앤드디자인을 설립해 회장을 맡고 있다. 2024년 2월에 한국로봇산업협회장에 취임, 로봇 산업 발전을 위해 봉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