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재 우리나라는 매우 다양한 산업정책을 펼치는 국가 중 하나다. 글로벌 시장선점과 국가간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다양한 정책이 발표되고 있다. 세계 경제규모와 OECD 경제지표 등을 말할 때 산업이나 경제규모만을 이야기하지 않아도 우리나라는 항상 주목받는 국가다. 현재 우리나라는 산업경제가 제조업 중심의 전통산업에서 첨단산업과 서비스업이라는 선진국형 산업경제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글로벌 산업경제의 경쟁 속에서 세계 시장을 주도하는 것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일명 지구촌 경쟁체제에서는 제품의 질적인 면도 중요하지만 가격 경쟁력이 우선하고 있다. 우리나라 산업경제 발전은 모든 단계를 거치면서도 빠른 성장을 보여서 개발도상국이나 후발주자들에게는 아주 좋은 모델이 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우리는 점점 더 강력한 경쟁국가를 만나고 있는 듯하다. 신흥강국을 비롯해 아세안 국가들의 도전, 미국, 일본, 유럽연합(EU)이 선도하는 글로벌 산업경제 질서에 참여해야하는 어려움이 있다.
2024년말 정부가 발표한 '2023년도 연구개발활동조사 결과'에 의하면 연구개발(R&D) 총투자액은 119조원으로 발표됐다. GDP 대비 R&D 투자액 비중은 4.96%로 OECD 국가 중 2위를 차지했으며, 정부R&D 투자 규모도 세계 5위다. 글로벌 투자규모는 점점커지고 있고 우리의 정책적 대응방향 설정을 매번 수정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우리나라는 선진국이다. 기술, 제품 그리고 국내총생산(GDP) 등을 보면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특히 반도체, 자동차, 정보기술(IT) 산업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수출 중심의 산업경제 구조를 가진 우리로서는 앞으로가 더 부담이다. 세계 질서가 변화하고 있고, 수출품목에 대한 후발주자의 도전이 만만하지 않다.
미래 산업경제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은 쉽지 않다. 적은 투자로 큰 효과를 얻어야만 하는 우리나라 여건으로서는 참으로 어려운 숙제다. 그렇다고 경쟁을 피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기 때문이다. 대학의 연구자로서 산업경제에 이바지할 수 있는 길을 생각할 때, 하나는 '새로운 그리고 도전적 연구결과를 얻는 것'일 것이다. 기초에서 응용까지 다양한 분야의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고, 정책은 효율적 투자가 이루어지도록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새로운 것을 찾는 도전은 멈출 수는 없는 일이며, 연구란 '가지 않을 길을 가야하고' '무한도전이 필요한 일'인 것이다.
우리나라 연구 도전의 역사는 선진국에 비해 그리 길지 않지만 연구결과가 이룬 성과는 결코 작지 않다. 그러나 아직 해결해야 할 내용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기초연구에 대한 인식 전환, 실패와 성공의 기준, 중장기적인 연구의 방향, 정부출연연구소의 연구지원시스템, 국제공동연구와 협력시스템, 자율과 책임, 산학연구 활성화, 기업의 사회적연구책임 등 선진국이 오랜 시간에 걸려서 얻은 경험을 보완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많은 연구자들은 연구예산의 양적 성장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그러나 정부는 R&D 정책을 투자효과라는 측면에서 보아야 하는 정책적 어려움도 있다. 연구를 타 정책과 단순비교는 어렵지만, 미래를 예측하고 대비하며, 글로벌 경쟁에서 기술적 우위를 차지하면서, 글로벌 산업경제에서 우리나라가 차지해야만 하는 위치를 만들어 가는 것은 매우 중요할 것이다.
연구는 끝이 없는 항해와도 같다. 계획을 세우고 목표을 달성하면 다시 다른 목표를 수립하고 나아가야 한다. 새로운 연구 수요를 만들고 정책적 지원과 성과평가를 끊임없이 반복해야만 한다. 연구가 가져올 미래는 예측이 어렵고 기대보다 낮을 수 있다. 오랜 역사를 가진 선진국의 연구결과를 보면 우리나라도 언젠가는 그 성과를 높이 평가될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다. 선진국의 사례에서 보면 새로운 것을 찾는 우리의 연구도 여기서 멈출 수 없는 것이다. 연구의 작은 도전을 쉬지 않겠다고 다시 다짐해 본다.
신훈규 포스텍 교수·한국전기전자재료학회장·네이처플라워세미컨덕터 대표 shinhk@postech.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