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브랜드·상표 값이 억소리 난다…'상표가치평가 실무가이드'에 거는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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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형 한국발명진흥회 상근부회장김시형 한국발명진흥회 상근부회장

2007년, 스티브 잡스는 세상을 바꾼 아이폰을 처음 공개하며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과연 이 열광은 영원할 수 있을까?' 그가 경영 자문을 구한 인물은 다름 아닌 루이비통 모에 헤네시(LVMH) 회장인 베르나르 아르노. 두 사람은 짧지만 상징적인 대화를 나눴다.

“애플은 영원한 가치를 갖고 싶습니다. 30년 뒤에도 사람들이 아이폰을 쓸까요.” 잡스가 물었다. 이에 아르노 회장은 이렇게 답했다.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사람들은 여전히 우리의 샴페인, 돔 페리뇽에 취해 있을 겁니다”

이 짧은 대화는 잡스의 경영 철학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기술은 시대에 따라 진화하지만, 브랜드는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깊은 의미를 만들어 낸다는 통찰을 얻은 것이다.

이후 애플은 지속적인 기술 혁신과 더불어 자사의 브랜드 전략을 정교하게 다듬어 나갔다. 그 결과 브랜드 가치평가 컨설팅 업체 브랜드 파이낸스에 의하면 애플은 2025년 기준 5745억달러(약 820조원)라는 세계 최고 브랜드 가치를 기록하고 있다.

이처럼 상표는 단순한 이름이 아니다. 소비자와의 신뢰를 쌓고,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한다. 특히 최근 비즈니스 환경에서는 상표 하나만으로도 기업의 가치가 좌우되기도 한다. 스타트업, 중소기업은 물론 대기업에 이르기까지 상표를 전략적으로 관리하고 활용하는 일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한국발명진흥회는 상표권의 경제적 가치를 체계적으로 산정하려는 기업과 전문가들을 위한 길잡이로 '상표가치평가 실무가이드'를 발간했다.

본 가이드는 상표가치평가의 개념과 목적은 물론, 실제 평가 방법론과 다양한 접근법까지 폭넓게 다루고 있다. 상표 가치 평가를 위한 세 가지 핵심 접근법인 로열티공제법, 수익접근법, 원가접근법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있어 실질적인 업무에 바로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무엇보다도 이 가이드의 강점은 실제 평가 사례를 풍부하게 담고 있다는 점이다. 가이드는 평가 이론을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가상의 상표를 설정해 평가 시 고려 요소들을 구체적으로 설명함으로 독자가 평가 과정을 생생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단순한 이론서가 아닌 '실제 현장에서 어떻게 활용되는가'를 보여주는 다양한 실무적 조언을 포함하고 있어 많은 기업과 기관에 유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상표는 더 이상 법률 서류 속에 갇힌 자산이 아니며, 기업의 정체성과 시장에서 인식을 반영하는 핵심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기술, 디자인, 콘텐츠 분야 기업에 상표는 사업의 중요한 기반이 될 수 있다. 이처럼 상표가 기업 활동에 밀접하게 연관되는 만큼, 그 경제적 가치를 객관적이고 신뢰성 있게 평가하는 일의 중요성 또한 커지고 있다.

앞으로 더 많은 기업과 전문가들이 상표가치평가 실무가이드를 활용해 상표의 이름값, 즉 상표의 경제적 가치를 정확히 이해하고 이를 전략적 무형자산으로 만들어 나감으로써 우리나라도 애플과 같은 세계 최고의 브랜드가 이른 시일 내에 탄생하길 기대해 본다.

김시형 한국발명진흥회 상근부회장 iprshkim@ki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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