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연 대중음악 작사가음악은 방송 콘텐츠의 핵심 요소 중 하나다. 음악 전문 프로그램은 물론 예능, 드라마, 오디션 등 다양한 장르에서 음악은 분위기를 이끌고 감정을 증폭시키며, 프로그램의 완성도를 결정짓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방송사와 창작자 간 음악 저작권료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채, 창작자들에게 불리한 구조가 고착화돼 있다. 방송 산업이 비약적으로 성장한 지난 20년 동안, 음악이 방송의 성공에 기여하는 비중은 커졌지만 그에 따른 대가는 제자리걸음이다.
2000년대 초반부터 지금까지 방송음악사용료 체계는 거의 변하지 않았다. 그 사이 방송 산업은 케이블, 종편, OTT 등으로 영역을 확장하며 급격히 성장했지만, 창작자에게 돌아가는 보상은 여전히 '커피 한 잔 값'에도 못 미친다. 황금시간대 인기 예능 프로그램에서 수차례 사용돼 대중에게 큰 호응을 얻은 음악이 단 몇백 원 수준의 대가에 그치는 현실은, 창작자들의 권리가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방송사는 광고와 콘텐츠 수출로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으나, 음악을 만든 이들은 그 성과의 열매를 거의 나누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음악사용내역조차 투명하지 않다는 점이다. 방송사들은 원곡을 그대로 쓰는 것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편곡이나 변형을 통해 음악을 활용한다. 하지만 정작 창작자들은 자신의 곡이 언제, 어떤 프로그램에서 사용됐는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는 방송사들이 음악사용내역, 즉 큐시트를 성실히 제출하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창작자들을 대신하는 '한국음악저작권협회'가 따로 모니터링 업체를 고용해 사용된 곡들을 찾아내는 비정상적인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
큐시트는 어느 창작자의 곡인지, 어떤 관리단체의 저작물이 사용됐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기본 자료다. 따라서 방송사들은 이를 정확히 작성하고 제출해야 하며, 법적으로 그 의무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기본을 강력히 잡아야 연계된 관리비율 및 분배 관련 문제점들도 명확히 해결할 수 있지 않겠는가. 기본 큐시트를 방치한 채 다른 어떤 방식과 책임을 묻는 것은 순서가 틀린 것이다.
방송에서는 음악이 끊임없이 사용되며, 음악이 없는 프로그램을 찾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이처럼 방송의 완성도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인 음악에 대해, 어떤 작품이 사용되었는지를 기록하는 일은 선택이 아닌 의무다. 인건비나 행정 부담을 이유로 이를 소홀히 하는 것은 정당한 사유가 될 수 없다. 방송사가 자신들의 프로그램을 소중히 여긴다면, 그 프로그램을 빛낸 음악의 사용 내역을 성실히 작성하는 것 또한 음악과 창작자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이자 예의일 것이다.
창작자들은 수많은 시행착오와 치열한 고민 끝에 심혈을 기울여 자식처럼 소중한 작품을 완성한다. 그 작품이 방송에 사용된다는 것은 분명 큰 기쁨이자 보람이어야 하지만, 이러한 현행 구조에서는 그 사용이 정당한 보상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정당한 대가가 주어지지 않는다면 창작 생태계는 점차 활력을 잃게 되고, 결국 더 나은 후속작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방송음악사용료 체계의 개선은 단순히 금전적 보상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창작자의 권리를 인정하고, 그들의 노동에 사회적 가치를 부여하는 최소한의 장치다. 공정한 보상 체계가 마련되어야만 재능 있는 신인 창작자의 등장도 활발해 질 수 있고, 안정적인 산업 전반의 창작 경쟁력 또한 강화된다. 방송사 역시 투명한 사용 내역을 기반으로 신뢰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이 문제는 더 이상 개별 창작자의 고충에 머물지 않는다. 한국 음악 산업의 지속가능성과 직결된 문제이며, K팝과 K컬처가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지금,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합리적 저작권료 체계 마련은 국가적 과제다. 해외 주요 저작권단체들과의 상호관리협약에서도 균형을 이루기 위해서는, 20여 년간 정체된 방송음악사용료 체계 개선과 큐시트 제출 의무 강화가 시급하다. 방송사와 창작자가 공정한 협의와 상호 존중을 바탕으로 새로운 기준을 세워 나갈 때, 한국의 방송음악 산업은 보다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이도연 대중음악 작사가 sopia032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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