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누가 고르고, 무엇으로 검증하는가

1 week ago 13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 연구진은 항생제 내성 유전자를 세균 사이로 옮기는 유전물질이 어떻게 종의 벽을 넘는지 10년에 걸쳐 밝혀냈다. 아직 발표하지 않은 이 문제를 구글의 인공지능(AI) 공동과학자에게 던지자 답은 이틀 만에 돌아왔다. 연구 결과는 지난해 국제학술지 '셀(Cell)'에 실렸다. 보통 여기까지 인용된다. 그런데 논문을 펼쳐보면 다른 대목이 있다. AI가 내놓은 것은 하나의 답이 아니라, 여섯 갈래의 가설과 연구 방향이었다. AI는 이들을 순위화했고, 그 점수에서 실제 정답에 해당하는 가설과 실험으로 주된 경로가 아님이 확인된 가설이 똑같은 점수를 받았다. 여섯 갈래 가운데 어느 것이 답인지 가려낸 것은 이미 실험으로 답을 확인해 둔 연구진이었다. 연구진은 자신들이 왜 늦었는지도 함께 밝혔다. 이런 유전물질은 바이러스에 전적으로 의존한다는 오랜 통념에 매여 다른 가능성을 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AI는 그 통념에 매이지 않았다. 사람과 AI는 서로 다른 것을 못 본다. AI는 가설의 순위를 매길 수는 있었다. 그러나 무엇이 과학적 답인지 판정하지는 못했다. 어느 것을 검증할지는 연구자의 몫이었다. 그래서 문제는 AI의 성능만이 아니라, 쏟아지는 가설을 누가 고르고 무엇으로 검증하는가로 옮겨간다. 올해 '네이처'에 실린 한 분석 글은 자연과학 논문 4130만편을 검토했다. AI를 활용한 연구자는 그렇지 않은 연구자보다 논문을 3.02배 많이 냈고, 인용은 4.84배 많았다. 반면 AI를 쓴 연구가 다루는 주제의 폭은 그렇지 않은 연구보다 4.63% 좁았고, 과학자들이 서로의 연구에 관여하는 정도는 22% 낮았다. 이유는 데이터에 있다. AI의 성과는 데이터가 풍부한 영역에서 더 쉽게 나타난다. 밤에 잃어버린 열쇠를 가로등 밑에서만 찾는 것과 비슷하다. 밝은 곳이라 잘 보이지만, 열쇠가 거기 있다는 보장은 없다. 그리고 데이터가 많은 영역으로 쏠리는 경향은 점점 강해지고 있다. 연구자 개인에게 AI 활용은 합리적인 선택이다. 그러나 그런 선택이 모이면 연구 전체의 다양성이 줄어들 수 있다. 개인의 선택만으로는 풀기 어렵다. 제도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제도의 출발점은 학회여야 한다. 물리학과 의학, 수학과 공학이 다루는 자료와 연구 방법은 서로 다르다. AI가 쓴 코드를 논문에 어떻게 밝힐 것인지, AI가 세운 가설의 공로를 어떻게 다룰 것인지, 같은 결과가 다시 나오는지를 무엇으로 확인할 것인지는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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