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정지원 기자] SBS '꼬꼬무 특집 : 더 리얼3'에 더 리얼한 이야기꾼으로 재심 전문 박준영 변호사가 출격해 사형수 오휘웅의 사건을 전하며 충격을 불러모았다.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는 이야기는 놀라움의 연속이었고, 오휘웅 유가족의 억울함은 시청자들을 눈물 짓게 했다.
지난 10일 방송된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연출 이큰별 이동원 고혜린, '이하 '꼬꼬무') 183회는 '특집 : 더 리얼' 3부작의 마지막 편으로, '사형수 오휘웅, 50년의 절규'를 주제로 사형당한 사형수 오휘웅의 이야기를 심도 있게 조명했다. 박준영 변호사가 스페셜 이야기꾼으로 나섰으며 장성규가 리스너로 변신했고, 또 다른 리스너로 에스파 윈터와 배우 류수영이 함께했다. 이와 함께 시청률 조사기관 닐슨 코리아에 따르면 이날 '꼬꼬무'의 시청률은 수도권 3.7%, 전국 3.7%, 2049 1.7%를 기록하며 올해 자체 최고 시청률을 돌파하며 승승장구했다. 특히, 2049 시청률은 동시간대 1위이자, 목요일 전체 예능, 교양, 드라마를 모두 포함해 1위를 석권하며 목요일의 절대 강자 타이틀을 당당히 지켰다.
!['꼬꼬무' 방송 화면 갈무리 [사진=SBS]](https://image.inews24.com/v1/e68d316c275d9d.jpg)
박준영 변호사는 "오늘 꼭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는 나 같은 법조인들 사이에서 전설과도 같은 이야기인데 일반인들은 잘 모른다"고 밝히며 시작됐다. 1974년 인천 신흥시장에서 쌀가게 주인 주정숙(가명)씨가 남편과 두 자녀의 시신을 발견했다. 남편과 두 자녀 모두 목이 졸린 흔적이 있었으나 침입 흔적은 없었고, 경찰은 남편 장 씨가 가족을 살해하고 자살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그러나 사건 당일 주 씨가 손에 피를 묻힌 채 양장점에 와 불안감을 토로했고, 시댁에 다녀온다는 말을 남긴 사실이 드러났다. 남편의 목에는 칼에 베인 흔적이 있었고, 남편이 술을 마시는 것을 싫어하던 주 씨가 소주를 구입한 점도 수상했다. 또 주 씨는 경찰 조사에서 "내가 애들은 죽이지 말라고 했는데"라고 말해 충격을 줬다.
이후 경찰은 주 씨와 친분이 있던 수도사업소 직원인 30세 오휘웅을 소환했다. 그는 주 씨와 연인 관계였다고 인정했고, 사건 당일 쌀가게를 두 차례 방문했다고 진술했다. 결국 두 사람은 범행을 공모했다며 자백하면서 충격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오휘웅은 곧 자백을 번복하며 "경찰에서 고문 때문에 허위 자백했다"고 밝혔다. 반면 주 씨는 오휘웅이 남편과 자식들을 살해했다며 그가 살인을 주도했다고 진술했다. 이들의 엇갈린 진술에 리스너로 참여한 에스파 윈터는 "누구도 믿을 수 없다"고 긴장을 높였다.
오휘웅의 귀가 시간과 범행 가능 시간이 사건의 쟁점이 됐다. 오휘웅이 집에 도착한 시간은 8시 30분이었는데, 범행을 저지르기엔 너무 짧은 시간이었다. 사건을 추적한 당시 조갑제 기자는 경찰 고문 의혹을 제기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로부터 오휘웅의 귀가 시간을 조작하라는 강요를 받았다는 목격자의 증언도 나왔다. 검찰 기록에 적힌 오휘웅의 귀가 시각은 9시 10분이었지만 이를 뒷받침할 물증은 없었고 오휘웅의 옷이나 손에서도 혈흔은 검출되지 않았다. 그러나 주 씨가 사건 직전 수면제를 다량 구입한 사실이 드러났고 그녀는 남편과 아이들에게 수면제를 먹였다고 자백했다.
문제는 수사 시점이었다. 경찰이 수면제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오휘웅이 이미 고문으로 자백한 뒤였다. 조갑제 기자는 "그때는 잘못됐다고 판단해도 되돌릴 수 없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리스너 류수영은 "인간이 무서운 게 조직이 생기면 그런 일을 벌일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극적인 전환은 주 씨가 교도소에서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 일어났다. 주 씨는 수면제 투여 사실은 인정했지만 사건의 전말과 오휘웅의 연루 여부는 끝내 밝혀지지 않았다. 주 씨의 죽음 후 재판은 오휘웅에게 불리하게 흘렀다. 주 씨의 사망으로 재판의 초점은 오휘웅에게 쏠렸다. 마지막 공판에서 재판부는 오휘웅의 범행 당시 복장과 장갑 소지 여부를 물었지만, 장갑에 대한 수사기록은 존재하지도 않았다.
'꼬꼬무' 제작진은 사건을 재조명하며 현장검증 당시의 사진 원본을 어렵게 확보했다. 사진 속 오휘웅은 맨손으로 검증을 받고 있었다. 이는 장갑 착용설과 배치되는 중요한 단서였다. 오윤성 교수는 "현장검증은 상황을 재현해야 한다. 오휘웅의 지문이 하나도 안 나왔다면 수사 자체가 뒤죽박죽"이라고 비판했다. 수사 초기부터 진술이 엇갈렸고 결정적인 물증은 존재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현재 기준으로 재판했다면 오휘웅이 무죄 판결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하지만 법원은 오휘웅에게 최종적으로 사형을 선고했고, 대법원도 원심을 유지해 사건 발생 1년 2개월 만에 사형이 확정됐다. 장성규는 "말도 안 된다", 류수영은 "무섭다", 윈터는 "잘못 없는 사람에게 사형을 내리는 게 죄"라 분노했다.
절망 속에서도 오휘웅은 재심을 청구하며 억울함을 호소했고, 이날 '꼬꼬무'에서는 그의 육성이 공개됐다. 그는 자신 같은 억울한 사람이 다시 나오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는데 장성규는 "답답한 상황이 전해진다"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오휘웅은 결국 1979년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그는 마지막 순간까지 "저는 절대로 죽이지 않았습니다. 이것은 하느님도 알고 계십니다"라고 무죄를 외쳤고, "검사, 판사도 정신 바짝 차려서 저와 같이 억울한 사람이 없도록 해달라"고 유언했다. 윈터는 "조금만 더 힘써줬다면 한 사람의 생명을 살릴 수 있지 않았을까"라고 안타까워했다.
지난 15년 동안 이 사건에 각별한 관심을 갖고 있던 박준영 변호사는 "증거로 사실을 판단해야 하지만, 이 사건은 억울함을 호소하는 목소리의 힘이 각별한 사건"이라며 "누군가는 그 한을 풀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해당 사건과 관련된 증거들이 모두 사라진 상황에 안타까움을 드러내며 "'꼬꼬무'라면 (사건의 단서를 찾을 수 있는) 오휘웅의 가족을 찾을 수 있을 거라는 희망으로 출연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제작진은 인천 신흥시장 일대를 무려 15일 동안 샅샅이 뒤진 끝에, 마침내 오휘웅의 둘째 동생 오태석 씨를 찾았다. 태석 씨는 형의 다정한 면모를 회고하며 "법무부 버스에서 하나의 관이 내려오는데 형이었다. 아버지가 통곡하셨다"고 형의 마지막 모습을 봤던 때를 떠올리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를 본 류수영은 "억장이 무너진다"고 했고, 윈터는 "너무 안타까워 말이 안 나온다"고 울컥했다.
박준영 변호사는 재심에 대해 "굳은 판결을 다시 펴는 건 쇠를 달구어 펴는 것처럼 어렵지만, 잘못 굳은 쇠를 펴본 적 있다"고 했다. 이어 오태석 씨 가족을 만난 박 변호사가 자신을 "사형수 오휘웅의 변호인"이라고 밝히자 장성규는 "전율이 일었다"며 감탄했다. 박 변호사는 자료와 제보를 공개적으로 요청했다.
'특집 : 더 리얼'의 더 리얼한 이야기꾼이 되어준, 프로파일러 표창원, 권일용, 그리고 박준영 변호사는, 군인으로서 명예회복이라는 숙제가 남은 맹호부대 염순덕 상사, '플러스 2'라는 살인의 진상을 밝힐 강호순의 곡괭이, 그리고 50년 절규를 끝내기 위한 사형수 오휘웅 사건 모두 '현재진행형'이라며 관심을 촉구했다.
한편 '꼬꼬무'는 세 명의 '이야기꾼'이 스스로 공부하며 느낀 바를 각자의 '이야기 친구'에게, 가장 일상적인 공간에서 1:1 로 전달하는 프로그램으로 매주 목요일 저녁 10시 20분에 SBS를 통해 방송된다.
/정지원 기자(jeewonjeong@joynews24.com)포토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