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신약 개발서 스타트업 창업까지? 지금 우리는 어디에 서 있나[맹성현의 AI시대 생존 가이드]

7 hours ago 3

인간 수준의 AI로 가는 5단계
“2028년 전후 인간 수준 AI 등장”… AI 진화 과정은 변화 읽어낼 단서
대화-추론형은 이미 활용도 높아… 전문영역선 인간 넘는 성과도 내
현 2단계 중, 3-4단계 부분 경험… 단순 사용자 아닌 기획

“인공지능(AI)이 인간을 따라잡는 날이 올까?” 이제 이 질문은 한가한 미래 담론이 아니다. 2028년 전후로 인간 수준의 지능을 갖춘 AI인 AGI(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가 등장한다고 오픈AI, 구글과 같은 빅테크들은 전망하고 있다. 스마트폰 속 AI 비서가 대화 맥락을 이해하고, 챗GPT 등 AI 챗봇이 검색 수고를 덜어 복잡한 보고서를 뚝딱 작성하며 한 번의 명령으로 놀라운 이미지를 창조한다. 이런 모습을 보면 이미 많은 영역에서 AI는 인간의 지능을 일정 정도 넘어섰다는 생각이 든다.


맹성현 KAIST 명예교수·태재대 부총장

맹성현 KAIST 명예교수·태재대 부총장
AI는 어떤 방향으로 고도화될까. 지난해 7월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오픈AI는 AGI로 가는 AI의 진화 과정을 5단계로 구분했다. 이는 단순히 기술 이정표에 그치지 않고 AI가 인간의 사고와 역할에 어느 수준까지 도달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일종의 지형도다. 또 각 단계는 이에 따라 우리 사회와 경제가 어떻게 변화할지 예측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1단계는 ‘대화형 AI’로, 현재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단계다. 오픈AI ‘챗GPT’, 구글 ‘제미나이’, 앤트로픽 ‘클로드’ 등을 떠올리면 된다. 이들 AI는 질문에 답하고 글을 작성하며 때로는 재치 있는 농담까지 건넨다. 이들은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고 생성하는 데 탁월할 뿐만 아니라 깊이 있는 맥락을 이해해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도록 도와준다. 뛰어난 언어능력을 갖추고 세상의 지식을 섭렵한 특급 비서와 같은 존재다. 여기에 이미지를 생성하는 능력도 가미됐다. 이미 많은 기업에서 이러한 AI를 고객 서비스와 콘텐츠 생성에 활용하고 있다.

2단계인 ‘추론형 AI’는 인간처럼 단계적으로 사고하며 문제를 해결한다. 오픈AI의 ‘GPT-4’나 앤트로픽의 ‘클로드 3.5 소네트’가 보여주는 연쇄추론(CoT·Chain of Thought) 기술은 제한적인 추론능력을 보여준다. 단순히 답을 내놓는 것이 아니라 ‘먼저 이렇게 생각해 보고, 그 다음에…’라는 식으로 사고 과정을 거치는 방식이다. 법률, 의료, 금융 등 전문 분야에서 이러한 추론능력을 갖춘 AI 활용이 늘고 있다.

3단계는 ‘에이전트형 AI’다. 이들은 질문에 답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목표가 주어지면 단계별로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다양한 도구와 정보를 능동적으로 활용한다. 예컨대 “이번 주 출장 준비를 해줘”라고 요청하면 AI가 이메일에서 회의 일정을 확인하고 항공편을 검색하며 회사의 출장 규정을 참조해 최적의 일정을 제안하고 항공권까지 예약하는 등 일련의 업무를 수행하는 식이다. AI가 인간의 의사결정을 보조할 뿐 아니라 복잡한 과정을 스스로 연결해 처리하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다.

4단계인 ‘혁신형 AI’는 단순한 자동화 도구가 아닌 창조적 문제 해결자 역할을 한다. 구글 딥마인드사의 ‘알파폴드’가 수십 년간 풀리지 않던 단백질 구조 예측 문제를 해결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로 인해 생명과학 연구에 지각변동이 일어났고 이 과제를 이끈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는 그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노벨화학상을 받았다. 이 단계의 AI는 과학 연구, 신약 개발, 제품 디자인 등 전문 영역에서 혁신적인 돌파구를 제시할 수 있다.

마지막 단계는 아직 도달해 보지 못한 ‘조직형 AI’다. 이 단계의 AI는 하나의 유기적인 조직처럼 기획부터 실행, 평가까지 전 주기를 운영하고 관리한다. 예컨대 창업가가 “내가 만들고 싶은 스타트업은 이런 거야”라고 말하면, AI는 시장 조사부터 제품 설계, 마케팅 전략, 자금 조달 계획까지 종합적으로 제시하고 실행할 수 있다. 아직은 상상의 영역이지만 현재의 발전 속도를 고려하면 그리 먼 미래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이러한 단계들은 순차적으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마치 파도처럼 중첩돼 발전한다. 추론형 AI(2단계)의 발전이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에이전트형 AI(3단계)가 소개돼 다양한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혁신형 AI(4단계)도 특정 과학기술 영역에서는 이미 인간을 크게 뛰어넘은 성과를 보이고 있다. 마치 스마트폰이 카메라, 내비게이션, 금융 등의 기능을 더하며 진화했듯 AI도 여러 단계의 역량이 동시에 발전하며 점차 통합하는 양상으로 나타난다. 우리 사회는 현재 2단계로 넘어가고 있는 가운데 3, 4단계를 부분적으로 경험하고 있다. 선도적인 기업들은 부분적으로 AI 에이전트를 실무에 투입하기 시작했으며 특정 분야에서는 전문가를 뛰어 넘는 혁신형 AI의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현기증이 날 정도로 빠르게 발전하는 AI 기술은 우리 삶을 송두리째 바꿔 놓을 기세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CEO, 허사비스 CEO 등 AI 업계 리더들은 향후 2∼5년 내에 AGI 개발이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에 주어진 과제는 이런 변화를 어떻게 균형 있게 수용할 것인가다. 이제 인간은 단순한 사용자나 감시자를 넘어 ‘기획자’이자 ‘설계자’로서 AI와의 공존 방식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맹성현 KAIST 명예교수·태재대 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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