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커리어에도 "두렵고 신중"…겸손·단단한 불혹의 '가수 임재범'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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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범, 데뷔 40주년 기념 기자간담회
신곡 발표 및 전국투어 콘서트 예정
"어릴 땐 겁 없이 달려들어…할수록 어려운 게 노래"
"이젠 잘난척 빼고 노래가 그냥 노래로 느껴지길"
"레전드 수식어는 아직 받을 만한 연륜 아냐"

가수 임재범 /사진=블루씨드엔터테인먼트 제공

가수 임재범 /사진=블루씨드엔터테인먼트 제공

가수 임재범이 데뷔 40주년을 맞아 다시금 활동에 박차를 가한다. 포효하는 '호랑이 로커'로, 단단하고 중후한 보컬리스트로 명성을 떨쳐온 그는 40년의 세월 앞에서 시종일관 겸손함을 잊지 않았다. 더 꼼꼼하고 신중하고 견고해진 가수 임재범으로서 새 출발 하는 40주년이 될 전망이다.

임재범은 17일 오후 서울 강남구 일지아트홀에서 데뷔 40주년 기념 앨범 발매 및 콘서트 개최 관련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진행은 작사가 김이나가 맡았다.

1986년 서울고등학교 동창인 신대철이 이끌던 헤비메탈 밴드 시나위로 활동을 시작한 임재범은 올해 데뷔 40주년을 맞았다. 솔로로 남긴 히트곡은 '이 밤이 지나면', '고해', '너를 위해', '비상', '위로', '사랑보다 깊은 상처' 등 숱하게 많다. 특히 '고해'는 남성들의 노래방 애창곡 1순위로 지금까지도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이날 무대에 오른 임재범은 "떨린다"며 긴장감을 드러냈다. 40년. 사람으로 치면 초·중·고등학교에 대학교까지 마치고, 사회인으로서도 어엿한 중년의 나이다. 40년간 노래했다면 가창에 있어서 만큼은 전문가 그 이상의 업력을 지닌 셈이다. 그런데도 임재범은 "더 조심스럽고 신중해진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 음악을 시작하던 어렸을 때는 겁도 없이 달려들어서 다 할 수 있을 거라는 착각을 했다. 10년, 20년, 30년 계속해서 시간이 지나가니까 음악뿐만 아니라 소리 내는 것 자체가 무섭고 두렵다. 내가 잘 하고 있는 것인가에 대한 점검도 하게 된다. 가면 갈수록 어렵다"고 고백했다.

이어 "어렸을 때는 노래를 건방지게 했다. 노래는 하면 할수록 책임감이 더 무거워지고, 장난처럼 해서도 안 되는 것 같다. 영혼을 갈아 넣어서 불러야 듣는 분들에게도 감정이 잘 전달되겠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이가 들어서 제 소리가 이전과 같지 못하다며 만족하지 못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노래에 대한 생각이 깊어진 게 표현에는 도움이 되지 않았나 싶다. 감성적인 부분이 플러스 됐다"며 미소 지었다.

가수 임재범 /사진=블루씨드엔터테인먼트 제공

가수 임재범 /사진=블루씨드엔터테인먼트 제공

데뷔 40주년의 포문은 이날 오후 6시 정규 8집의 선공개곡 '인사'가 연다. 2022년 10월 '세븐 콤마(Seven,)' 발매 이후 약 2년 8개월 만의 신곡이다. '인사'를 시작으로 하나씩 곡을 추가로 발매하며 최종적으로 정규 8집을 완성할 계획이다.

신곡 '인사'는 팬들에 대한 미안함과 감사한 마음을 담은 곡이다. 오랜 기간 함께하며 기다려 주고, 지지해준 팬들에게 진심 어린 마음을 전하는 팝 가스펠 스타일의 노래다.

곡에 대해 임재범은 "멜로디도 좋지만 가사가 너무 와닿았다. 노래를 녹음한 뒤에는 다른 곡을 위해서 가사를 다시 쳐다보진 않는데 '인사'는 녹음하고 나서 가사를 다시 돌아봤다. 사람을 울컥하게 만들더라. 40년간 옆에서 지켜준 팬들에 대한 감사, 신에 대한 감사, 그리고 어머니가 저희에게 준 무한한 감사에 대한 인사인 것 같았다"고 애정을 표했다.

간담회 도중 임재범은 '사랑'이라는 단어를 여러 차례 언급했다. 그는 '그대의 진짜 사랑에'라는 가사가 인상적이었다면서 "사랑이라는 단어가 쉽게 말하고 버리는 단어일 수도 있지만, 진짜 사랑을 느끼면 그에 대한 감사는 이루 말할 수가 없지 않나"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를 둘러싼 여러 사랑 가운데 '딸에 대한 사랑'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2017년 아내와 사별한 임재범은 딸을 언급하며 "이 녀석에게는 항상 감사하다. 엄마가 떠나서 많이 외로웠을 거다. 청소년기에 중요한 얘기를 엄마에게 많이 한다고들 하더라. 남자친구가 생겼다거나 고민이 있으면 엄마한테 주로 얘기하고 상담해야 할 텐데 엄마 없이 청소년기를 보내서 아빠로서 매우 미안하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소중했던 '인사'는 "딸이 처음으로 나에게 했던 '아빠'라는 말"이라고 덧붙였다.

'인사'는 임재범의 강인한 보컬, 따뜻한 메시지, 희망적인 사운드가 어우러져 매력적인 곡으로 완성됐다. 임재범은 곡의 분위기를 똑 닮아 있었다. 커리어에 과한 자신감을 갖지 않고 계속 자신을 낮추며 겸손하려 했다. 하지만 반대로 가수가 지녀야 할 욕심은 더 커져 있었다.

임재범은 "녹음실에 계신 분들에게 자문을 많이 구했고, 스스로 괜찮다고 생각해도 다시 한번 짚어보려고 했다. 녹음한 뒤에 후회가 되기도 했다. 다른 분들은 괜찮다는데 미련이 남는 거다. 가사 전달은 잘 되었는지 미련의 꼬리가 자꾸 길어지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어 "이전에는 힘으로 모든 걸 처리하려고 했던 것 같다. 이제는 잘난척하는 소리보다는 듣는 분들이 편안함을 느끼고, 노래가 그냥 노래로 느껴졌으면 하는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가수 나이로 불혹을 맞은 그답게 단단한 신념과 확신이 느껴지는 말이었다.

40년 커리어에도 "두렵고 신중"…겸손·단단한 불혹의 '가수 임재범' [종합]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고 했다. '레전드'라는 수식어에 대해서도 임재범은 "시간이 그렇게 만들어준 것 같다. 시간이 지났으니 인정해 주시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레전드라는 수식어는 아직 받을 때가 안 됐다. 조용필, 패티김, 윤복희 선배님들이 받아야 할 수식어다. 난 아직 그 수식어를 받을만한 연륜이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11월부터는 전국투어 콘서트에 돌입한다. 11월 29일 대구를 시작으로 인천, 서울, 부산 등에서 콘서트 '나는 임재범이다'를 진행한다. 임재범은 "지나간 40년에 대한 이야기들을 하나씩 펼쳐나갈 예정이다. 시나위 때부터 (솔로) 8집까지 노래했던 곡 중 여러분들에게 들려드리고 싶은 걸 하나하나 선정해서 꾸며보려고 한다"고 전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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