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제주 서귀포 테디밸리골프앤리조트(파72) 마지막 18번홀(파4). 직전 홀에서 2m 거리 파 퍼트를 놓쳐 이태희에게 공동 선두를 허용한 박상현의 세컨드 샷이 핀과 4.6m 거리에 떨어졌다. 버디를 잡지 못하면 승부가 연장으로 갈 수 있는 상황. 21년차 베테랑에게 두 번의 실수는 없었다. 퍼터를 떠난 공은 자로 잰 듯 굴러가 홀로 사라졌고 박상현은 두 주먹을 불끈 쥐며 포효했다.
이날 열린 한국프로골프(KPGA)투어 시즌 최종전인 투어챔피언십 4라운드에서 박상현은 1언더파 71타를 쳤다. 최종 합계 11언더파 277타를 적어낸 박상현은 단독 2위 이태희(10언더파 278타)를 한 타 차로 제치고 우승했다. 지난 8월 동아회원권그룹오픈 이후 약 3개월 만에 시즌 2승이자 KPGA투어 통산 14번째 우승이다. 우승상금은 2억2000만원(총상금 11억원).
◇제주 바람 이겨낸 베테랑 내공
1983년생으로 올해 마흔둘인 박상현은 2005년 가야오픈과 코오롱·하나은행한국오픈에서 우승한 최광수 이후 20년 만에 한 시즌 2승을 달성한 40대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누적 상금은 58억9372만원으로 KPGA투어 최초 통산 상금 60억원 돌파에도 한 걸음 더 다가섰다.
2타 차 공동 4위로 최종 라운드에 나선 박상현은 전반에 버디 2개와 보기 2개를 맞바꿔 타수를 줄이지 못했다. 이날 강한 바람이 불어 상위권 선수 모두가 고전했다. 그러나 산전수전 다 겪은 박상현은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후반 12번홀(파4)에서 5m 버디 퍼트를 떨어뜨려 단독 선두로 나섰다. 그는 17번홀(파3)에서 티샷 실수로 보기를 범해 이태희의 추격을 허용했으나 마지막 18번홀에서 까다로운 거리의 버디 퍼트를 성공해 승리의 마침표를 찍었다.
옥태훈(3승)과 문도엽(2승)에 이어 올 시즌 세 번째 다승자 반열에 오른 박상현은 “17번홀 보기로 연장전에 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마지막 홀 버디 퍼트가 애매한 거리라 붙이려고 했는데 그게 들어간 게 아이러니하다”고 웃었다. 그는 “우승은 하늘이 점지해 주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시즌 3승 옥태훈 개인타이틀 싹쓸이
지난주 제네시스 대상과 상금 1위를 확정한 옥태훈은 이번 대회 공동 29위(1언더파)에 그쳤지만 덕춘상과 톱10 피니시상까지 거머쥐었다. KPGA투어 역사상 대상과 상금왕, 덕춘상, 톱10 피니시상을 모두 휩쓴 건 김경태(2007년) 배상문(2009년) 장유빈(2024년)에 이어 옥태훈이 네 번째다. 옥태훈은 올 시즌 가장 많은 우승(3승)을 거뒀지만 다승왕은 KPGA투어 공식 시상 부문이 아니다.
대회를 마치고 만난 옥태훈은 “올해 꾸준하던 저 자신을 칭찬해주고 싶다”며 “올 시즌을 점수로 매긴다면 100점 만점에 200점을 주고 싶다”고 웃었다. 대상 특전을 통해 다음달 11일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퀄리파잉토너먼트(QT) 최종전에 출전할 예정인 옥태훈은 “5위 안에 들어 내년 PGA투어에 진출하는 게 1차 목표”라며 “DP월드투어 1년 시드도 꼭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대회를 끝으로 보너스 상금 5억원을 걸린 제네시스 포인트 톱10도 확정됐다. 대상 옥태훈을 비롯해 김백준 이태훈(캐나다) 최진호 배용준 문도엽 최승빈 송민혁 신용구(캐나다) 이정환이 톱10에 이름을 올렸다. 옥태훈은 보너스 상금 2억원을 받고 나머지 선수가 순위에 따라 3억원을 나눠 가진다.
서귀포=서재원 기자 jwse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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