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걸출한 신인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 도전장을 내지만, 데뷔 첫해부터 투어 전체를 휩쓰는 파괴적인 존재는 드물다. 신인상에 더해 대상과 상금왕까지 독식한 사례는 투어 역사를 통틀어 단 네 번. 2006년 신지애를 끝으로 명맥이 끊긴 그 전설적인 기록에 김민솔이 바짝 다가섰다.
김민솔은 28일 강원 평창 버치힐CC(파72)에서 열린 KLPGA 투어 맥콜·모나 용평오픈 최종 3라운드에서 2언더파 70타를 쳤다. 최종 합계 12언더파 204타를 적어낸 김민솔은 최예림과 동타를 이룬 뒤 18번홀(파5)에서 치른 2차 연장에서 버디를 잡아 우승했다. 우승상금은 1억8000만원(총상금 10억원). 데뷔 9년 차에 생애 첫 우승을 노린 최예림은 파에 그쳐 또다시 우승 문턱을 넘지 못했다. 개인 통산 9번째 준우승이다.
2006년생 ‘슈퍼 루키’ 김민솔이 내셔널 타이틀(한국여자오픈)을 품에 안은 지 2주 만에 시즌 세 번째 트로피(통산 5승)까지 들어 올렸다.
가장 먼저 3승 고지를 선점하며 다승 부문 단독 선두에 오른 김민솔은 개인 타이틀 싹쓸이를 향해 본격적으로 가속 페달을 밟았다. 굳건한 1위를 지키던 신인상(1434점)과 상금(9억6309만원) 부문은 2위와의 격차를 한층 벌렸고, 대상 포인트 부문에서도 313점을 기록하며 1위 탈환에 성공했다.
◇연장 승부 끝 통산 3승
선두에 2타 차 단독 2위로 최종 라운드에 나선 김민솔의 출발은 매끄럽지 않았다. 5번(파4)과 6번홀(파3)에서 연달아 티샷이 흔들리며 연속 보기를 범해 한때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하지만 위기의 순간 정교한 퍼트가 빛을 발했다. 7번홀(파4)에서 3.6m 거리의 까다로운 버디 퍼트를 떨어뜨리며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특유의 위기관리 능력도 돋보였다. 10번홀(파5)에서는 274m에 달하는 장타를 날리고도 두 번째 샷이 그린 앞 벙커에 빠졌으나, 환상적인 벙커샷으로 공을 핀 2.6m에 붙여 기어코 버디를 잡아냈다.
이어진 12번홀(파3)에서도 날카로운 티샷을 핀 옆에 완벽하게 떨구며 타수를 줄여 본격적인 선두 경쟁에 불을 지폈다.
승기를 잡은 건 후반부였다. 14번홀(파4)에서 9m 거리의 롱 버디 퍼트를 떨어뜨렸고, 17번홀(파3)에서도 버디를 낚아채며 승부에 쐐기를 박는 듯했다. 하지만 우승은 쉽게 찾아오지 않았다. 마지막 18번홀에서 2.3m 거리의 파 퍼트가 홀을 살짝 스쳐 지나가며 뼈아픈 보기를 범했다. 그사이 경기하던 최예림이 18번홀 버디를 잡아내며 승부는 원점으로 돌아갔다.
결국 피 말리는 연장전이 이어졌다. 1차 연장에서 나란히 파를 기록해 승부를 가리지 못하자, 김민솔은 2차 연장에서 과감한 승부수를 띄웠다.
핀까지 227m를 남긴 페어웨이에서 우드를 쥐고 친 두 번째 샷이 그린 앞 벙커를 넘어 러프에 안착했다. 이어 러프에서 친 세 번째 샷을 핀 3.6m 거리에 붙였고, 이 까다로운 퍼트를 침착하게 챔피언 퍼트로 연결하며 기나긴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괴물 신인의 위대한 도전
김민솔은 지난해 KLPGA 투어에 혜성처럼 등장해 판을 뒤집었다. 드림투어(2부) 무대를 뛰던 지난해 8월, BC카드·한경 레이디스컵에 추천 선수 자격으로 출전해 덜컥 우승컵을 품에 안으며 정규투어 직행을 이뤄냈다. 돌풍은 일회성에 그치지 않았다. 두 달 뒤 두 번째 우승을 달성하며 자신의 이름 석 자를 투어에 확실히 각인시켰다.
대회 출전 기준(전체 대회의 50%)을 충족하지 못해 지난해 신인 자격을 받지 못한 김민솔은 올 시즌 전부터 목표를 크게 잡았다. 지난해 12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도 “신인상뿐만 아니라 대상, 상금왕 등 주요 타이틀을 한 번에 받는 선수가 되고 싶다”며 당찬 포부를 드러낸 바 있다. 스스로 한계를 지워버린 김민솔은 경주마처럼 내달렸고, 데뷔 1년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 벌써 5승을 쓸어 담으며 그 위대한 약속을 현실로 이뤄가고 있다.
KLPGA 투어 역사상 신인 선수가 신인상뿐만 아니라 대상, 상금왕을 모두 휩쓴 건 2002년 이미나, 2003년 김주미, 2004년 송보배, 2006년 신지애 등 네 번뿐이다. 20년 만에 대기록에 도전하는 김민솔은 남은 시즌 해외 대회에 나서지 않고 국내 대회에만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서재원 기자 jwse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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