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안에 국산 신약 40호가 탄생할 전망이다. 큐로셀의 항암제 ‘림카토’와 SK바이오팜의 뇌전증 치료제 ‘세노바메이트’ 상업화가 임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11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큐로셀은 올해 하반기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림카토의 품목허가를 받는다는 목표로 제품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림카토는 한 번의 투여로 암세포를 대량 사멸할 수 있어 ‘기적의 항암제’로 불리는 키메릭항원수용체 T세포(CAR-T) 치료제다. 식약처 승인을 받으면 첫 국산 CAR-T 치료제가 된다. 림카토는 지난해 12월 보건복지부가 품목허가와 보험급여 책정을 동시에 하는 ‘허가-평가-협상 병행’ 시범사업으로 선정했다.
세노바메이트는 2019년 미국에서 먼저 허가를 받아 연 4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내고 있다. 세노바메이트는 국내 판권을 보유한 동아에스티가 올해 2월 품목허가를 신청했다. 동아에스티는 이르면 연내 식약처 승인을 받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산 신약은 지난 4월 GC녹십자의 탄저백신 ‘배리트락스주’까지 총 39개가 허가를 받았다. 식약처에 따르면 국내 의약품 시장 규모는 잇따른 신약 출시에 힘입어 2023년 31조4513억원으로 사상 처음 30조원을 넘어섰다.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이 지난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3233개의 신약 후보물질을 보유해 미국, 중국에 이은 세계 3위 신약 개발 국가다. 노연홍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은 “2030년까지 연 매출 1조원 신약이 다섯 개 이상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산신약 3총사, 年 매출 1조 눈앞…'K블록버스터 시대' 연다
美서 대박난 세노바메이트…SK 뇌전증 치료제 현지서 호평
“이 약을 먹은 이후 처음으로 발작이 멈췄다. 24년 만에 운전도 할 수 있게 됐다.”
SK바이오팜의 뇌전증 치료제 ‘세노바메이트’를 복용한 환자가 미국의 의약품 정보 포털에 올린 사용 후기다. 미국에서 ‘엑스코프리’라는 이름으로 판매 중인 이 약은 현지 의료진과 환자 사이에서 효능이 좋다는 입소문이 퍼지며 판매량이 빠르게 늘고 있다. 2020년 미국 출시 후 매출이 2022년 1692억원, 2023년 2708억원, 지난해 4387억원으로 수직 상승했다.
국산 신약이 해외에서 효능을 인정받으며 블록버스터(연매출 1조원 이상 의약품)가 탄생할 것이란 기대를 높이고 있다. 세노바메이트를 비롯해 유한양행의 항암제 ‘렉라자’, HK이노엔의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케이캡’ 등이 글로벌 시장 공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탁월한 효능 인정받은 K신약
11일 업계에 따르면 SK바이오팜은 기존 미국 캐나다 유럽 시장 외에 중국 일본 등 아시아 시장에 세노바메이트를 진출시킬 계획이다. 지난해 12월 중국에서 품목허가를 신청한 데 이어 일본에서도 연내 승인 절차를 밟기로 했다. 세노바메이트는 ‘간질’로 불리던 뇌전증 환자의 주요 증상인 발작을 줄이는 치료제다. 지난해 공개한 임상 결과에 따르면 세노바메이트를 복용한 환자 중 절반 이상(55%)이 발작이 줄어들었다. 열 명 중 세 명은 발작이 완전히 사라졌다. 기존 치료법으로는 기대할 수 없던 효과다.
SK바이오팜 관계자는 “회사가 참가한 미국의 한 바이오 행사에서 현지 의사가 찾아와 ‘이런 좋은 약을 개발해줘서 감사하다’고 인사한 사례도 있었다”고 전했다. 시장에서는 올해 세노바메이트 매출을 6600억~6900억원으로 전망하고 있다.
유한양행이 지난해 국산 신약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은 항암제인 렉라자도 유력한 블록버스터 후보다. 기존 치료법의 효능을 월등히 뛰어넘으면서 폐암 환자를 위한 표준치료제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커서다. 2018년 유한양행으로부터 글로벌 상업화 권리를 이전받은 존슨앤드존슨(J&J)은 렉라자와 항체 신약 ‘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이 향후 연 50억달러(약 7조원) 이상의 매출을 낼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치료법은 폐암 환자의 생존기간을 기존 3년에서 4년으로 늘려 폐암 치료의 새 지평을 열 것으로 기대된다.
◇세계 위장약 시장에 ‘도전장’
케이캡 역시 2027년께 미국 시장에 본격 진출하면 매출이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시장은 3조7000억원 규모로 형성돼 있다. 케이캡은 4조원 이상 규모의 세계 최대 시장으로 평가되는 중국에도 2022년 진출했다.
케이캡은 지금까지 미국 중국 동남아시아 남미 등 48개국과 계약을 맺고 15개 국가에서 출시됐다.
HK이노엔은 2028년까지 100개국에 진출해 2030년까지 글로벌 현지 매출 2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올해 4분기 미국 FDA에 품목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신약으로 실적 견인
블록버스터 의약품은 제약사 실적을 견인한다. 국산 블록버스터는 지난해 1조2680억원 매출을 달성한 셀트리온의 자가면역질환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램시마’가 유일하다. 국산 신약 중에서는 아직 블록버스터가 나오지 않았다.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따르면 상위 20개 글로벌 제약사에서 개발한 블록버스터 의약품이 이들 제약사 총매출의 7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판매되는 의약품인 미국 머크(MSD)의 항암제 키트루다는 지난해 295억달러(약 43조원)로 회사 전체 매출(642억달러)의 46%를 차지했다. 유한양행도 렉라자의 미국 판매 확대에 힘입어 올해 1분기 영업이익(별도 기준)이 전년 동기 대비 40.8% 증가했다.
김열홍 유한양행 연구개발(R&D) 총괄사장은 “압도적인 매출을 내는 블록버스터 약물은 R&D에 따른 제약사의 손실을 메우고 성공률이 낮은 신약 개발을 지속하도록 하는 원동력이 된다”고 말했다.
이영애 기자 0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