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Z플립7이 채용한 엑시노스는 내부적으로 테스트를 하고 여러 가지 성능 측면에서 평가를 했다. 배터리 사용이나 NPU(신경망처리장치) 성능까지 모든 측면의 성능이 전작들보다 대폭 업그레이드됐기 때문에 채용한 것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10일 오전 서울 중구 태평로빌딩 내 회사 기자실에서 진행된 미디어 브리핑을 통해 갤럭시Z플립7에 자사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엑시노스2500'을 탑재한 배경을 묻는 말에 이 같이 답했다. 삼성전자가 플래그십 폴더블폰에 자사의 엑시노스를 탑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관계자는 "성능이나 AI(인공지능) 부분에서 업그레이드가 많이 됐기 때문에 그런 측면에서 소비자들의 만족도가 올라가지 않을까 기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엑시노스2500, 성능 대폭 개선…갤럭시 AI 기능 뒷받침
삼성전자는 지난달 말 자사 홈페이지에 엑시노스2500의 세부 내용을 공개했다. 엑시노스2500은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을 맡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의 시스템LSI사업부가 설계하고 삼성 파운드리가 생산한다. 최첨단 공정인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기반 3나노(nm·1nm는 10억분의 1m) 공정으로 만든 제품이다. 삼성전자가 3나노 공정으로 만든 모바일 AP는 엑시노스2500이 최초다.
모바일 AP는 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하는 반도체다. 엑시노스2500은 갤럭시 AI 기능을 문제없이 지원할 수 있도록 뒷받침할 만큼 성능을 끌어올렸다. 최대 초당 59조회(TOPS·초당 1조회 연산)의 연산 능력을 지원하는데 이는 전작인 엑시노스2400과 비교해 39% 향상된 것이다.
AI 기반의 이미지 편집 기능과 최대 320메가픽셀(MP)에 이르는 초고해상도 카메라도 지원한다. 또 8K 해상도에서 각각 60fps(초당 프레임 수), 30fps의 비디오 녹화·재생을 뒷받침한다. 최신 암(Arm) 아키텍처 기반의 데카 코어(코어 수 10개) 중앙처리장치(CCPU)로 전작보다 15% 성능을 끌어올렸다. 그래픽처리장치(GPU) 성능도 28% 향상됐다.
삼성전자는 그간 갤럭시Z 시리즈에 주로 퀄컴의 스냅드래곤 AP를 사용해 왔다. 지난 1월 출시한 갤럭시S25 시리즈에 엑시노스2500을 채용할 계획이었지만 성능·수율 문제를 해소하지 못하면서 스냅드래곤 AP를 탑재했다.
갤럭시Z플립7과 함께 공개한 보급형 모델 갤럭시Z플립7 FE는 엑시노스2400을 사용한다.
"2조원대 적자"…시스템LSI·파운드리 실적 개선 '촉각'
업계에선 엑시노스2500을 탑재한 갤럭시Z플립7을 발판 삼아 삼성전자 시스템LSI와 파운드리가 실적을 개선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이들 사업부는 올 2분기에만 약 2조원대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는 이들 사업부에서 5조~7조원대 적자가 발생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해외에서도 엑시노스2500을 향한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정보기술(IT) 매체 샘모바일은 "일각에선 스냅드래곤 칩셋이 탑재되지 않은 점을 우려할 수 있지만 성능에 대한 걱정은 과장된 면이 있다"며 "삼성의 3나노 엑시노스2500 칩셋과 12GB 램(RAM) 조합은 이 기기의 모든 기능을 충분히 소화할 강력한 성능을 제공한다. 애니메이션은 부드럽고 멀티태스킹도 쾌적한 데다 모든 조작에서 지연 현상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고 평했다.
엑시노스2500 채용으로 비용 부담도 덜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모바일 AP 매입 비용으로만 10조9326억원을 썼다. 연도별로 보면 2021년 6조2116억원, 2022년 9조3138억원, 2023년 11조7320억원으로 해마다 증가세를 보였다. 올 1분기엔 4조7891억원을 들여 모바일 AP를 매입했다.
다만 엑시노스2500이 삼성전자 반도체 성적표를 획기적으로 반전시키거나 모바일 AP 매입 비용을 대폭 낮출 정도는 아니란 평가가 우세하다. 당장 성능이 입증된 제품을 선보이면서 고객사 수주 가능성을 확대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는 관측이다.
갤럭시Z플립7 흥행 성적, '20대 여심'에 달려
엑시노스2500의 흥행 성적은 사실상 '2030세대 여심'에 달렸다. 갤럭시Z플립 모델은 20~30대, 특히 여성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기기 디자인과 셀피에 최적화된 기능으로 이 세대 여성 사용자들을 사로잡았단 분석이다. 20대 여성들의 경우 아이폰 사용자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편인데 갤럭시Z플립 시리즈가 이들 중 일부를 갤럭시로 유입시킨 흐름도 포착됐다.
전작인 갤럭시Z플립6의 사전 개통 첫날 서울 주요 삼성스토어엔 20대 여성들이 몰렸다. 이들은 당시 "카메라 기능과 디자인의 매력에 빠졌다", "SNS 업로드 전 사진 보정을 많이 하는데 AI 기능이 기대된다", "해외도 자주 가고 셀피도 많이 촬영하는데 AI 통여 긱능과 카메라 성능에 대한 기대가 크다"는 등의 반응을 나타냈다.
갤럭시Z폴드7은 퀄컴의 갤럭시용 스냅드래곤 8 엘리트를 탑재했다. 이 칩셋은 전작과 비교해 NPU 41%, CPU 38%, GPU 26%씩 성능을 끌어올렸다.
삼성전자는 갤럭시Z플립7을 공개한 이후 자신감을 드러냈다. 노태문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부문장 직무대행 사장은 "콤팩트한 디자인에 강력한 모바일 AI 기능을 결합했다"며 "커버 스크린 중심의 혁신적 상호작용을 통해 사용자의 생활을 보다 스마트하게 만들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