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억 잭팟까지 터졌다…2030女 열광한 'BL' 뭐길래

1 day ago 2

사진=웨이브 오리지널 예능 '남의 연애3' 갈무리

사진=웨이브 오리지널 예능 '남의 연애3' 갈무리

BL(Boy’s Love)과 GL(Girl’s Love) 장르가 콘텐츠 흥행 공식으로 떠올랐다. 20~30대 여성 중심으로 한 탄탄한 팬층이 웹툰과 드라마를 넘어 예능 콘텐츠 인기를 뒷받침하면서다. 최근 콘텐츠 시장에선 이 같은 동성애 콘텐츠를 음지의 영역이 아니라 성공방정식으로 간주하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웨이브는 국내 최초로 여성 간 연애 이야기를 다룬 오리지널 예능 '너의 연애'를 공개한다. 제주도에서 첫 만남을 갖는 여성 출연진 사이의 로맨스를 담아내는데, 이 작품은 사실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제작된 예능이다. '너의 연애'는 남성 간 브로맨스를 그려낸 예능 '남의 연애' 제작진이 만들었다. '남의 연애'는 웨이브 전체 콘텐츠 중 신규 유료 가입자를 가장 많이 끌어모은 작품 1위에 오를 정도로 화제가 됐다. 이 같은 흥행에 힘입어 시즌3까지 제작된 바 있다.

이를 감안하면 '너의 연애'는 '남의 연애'가 거둔 흥행 성적을 그대로 이어받을 가능성이 크다. 두 작품 주 시청자층이 사실상 겹칠 것으로 보이기 때문.

'남의 연애' 시즌2~3 시청자는 여성 시청자 비율이 3명 중 2명꼴로 높았다. 성별과 연령을 종합하면 '남의 연애' 전체 시즌을 통틀어 시청층의 약 70~80%가 2030 여성으로 파악된다. BL이나 GL 같은 장르 팬층의 대다수가 '젊은 여성'이란 얘기다.

웨이브 오리지널 예능 '너의 연애'. 사진=웨이브 제공

웨이브 오리지널 예능 '너의 연애'. 사진=웨이브 제공

드라마 분야에선 일찌감치 동성애가 흥행 공식으로 자리를 잡았다. 최근 화제작으로 주목받은 걸그룹 걸스데이 출신 혜리 주연의 드라마 '선의의 경쟁'도 GL 코드를 담은 웹툰 원작으로 지난 2월 공개 이후 인기를 끌었다.

앞서 BL 드라마로 흥행몰이에 성공한 OTT로는 왓챠가 꼽힌다. 왓챠는 2022년 드라마 '시멘틱 에러'를 공개해 고정 팬층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시멘틱 에러'는 BL 웹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최근엔 드라마와 예능으로 콘텐츠도 다양화했지만 과거엔 '만화'가 중심이었다. GL보다 상대적으로 팬층이 두터운 BL 장르가 시초 격이다.

BL은 1970년대 일본 소녀만화의 하위 장르에서 시작된 문화로 한국에선 '팬픽'을 통해 입소문을 탔다. 그간 BL은 국내에서 음지 문화로 분류됐는데 유교·불교 영향이 큰 사회적 분위기 속에 억눌려 왔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BL 콘텐츠는 이후 웹소설과 만화, 웹툰 등으로 유형도 다양화됐다.

BL은 2016년을 기점으로 양지에 올라왔다. 김은정 한국외국어대 외국문학연구소 교수는 지난해 논문에서 "한국에선 음지 문화로 여겨졌던 BL은 2016년부터 e북·웹툰 플랫폼이 활성화되면서 독자적 카테고리로 분류되는 등 본격적인 양지 문화로의 진출이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사진=BL 웹툰 '원나잇 메이트' 갈무리

사진=BL 웹툰 '원나잇 메이트' 갈무리

BL 콘텐츠를 폭발적으로 확산시킨 웹툰(만화 포함)의 경우 10~30대 여성 이성애자 독자 비중이 가장 크다.

이를 바탕으로 BL 웹툰 작품 수가 계속 증가하는 추세. 네이버웹툰이 '네이버시리즈'를 통해 제공하는 BL 웹툰은 이날 기준 1만535개로 지난해 5월 8일(8938개)과 비교해 약 1년 사이 1597개 증가했다. 전체 웹툰 중 BL 장르가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19.4%에서 20.5%로 1.1%포인트 늘었다.

전자책 플랫폼 리디는 BL 웹툰 등 여성향 콘텐츠를 앞세워 2021년 매출 2000억원대에 진입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BL·GL 같은 '소프트 동성애' 코드가 먹히는 이유는 사회적 분위기가 변화한 영향이 가장 크다. 콘텐츠 시장에선 오히려 동성애를 흥행 보증수표로 인식할 정도다.

업계 관계자는 "OTT 가운데 왓챠가 오리지널 BL 콘텐츠를 처음 도전했을 때 굉장히 좋은 성적을 냈고 '남의 연애'가 처음 나왔을 때도 예상보다 부정적 반응이 덜했다"면서 "BL 위주에서 최근 '선의의 경쟁' 같은 드라마로 GL도 흥행하는 걸 보면 사회적 분위기가 많이 바뀐 영향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