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씬에 본 적 없는 색깔의 걸그룹이 등장했다. 몸이 들썩이는 힙합 비트에 날카로운 랩을 내뱉는 멤버들의 눈빛은 강렬하다 못해 뜨겁다. 데뷔 한 달 만에 힙합·알앤비 기반의 곡으로 채운 앨범을 내놓은 VVS의 이야기다.
지난 4월 중독적인 신스 리드와 묵직한 808드럼이 인상적인 힙합 팝 트랙 '티(TEA)'로 데뷔한 VVS는 약 2주 뒤 역동적인 힙합 사운드와 랩으로 구성된 싱글 '퍼펙트(PURRFECT)'를 발표했고, 그로부터 10일 뒤 5개의 정규 트랙과 인트로, 인터루드, 아웃트로까지 무려 8트랙이 담긴 미니앨범 'D.I.M.M.'을 발매했다.
단순하게 흉내 내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닌, '진짜 힙합'을 표방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미니앨범의 타이틀곡 'D.I.M.M.' 역시 묵직한 808드럼과 어두운 신스 베이스, 강력한 랩 펀치라인이 두드러진다. 미국의 전설적인 힙합 DJ이자 프로듀서인 DJ 스크류를 오마주한 곡이다.
일반적으로 떠오르는 'K팝 걸그룹' 이미지와는 사뭇 다르다. VVS는 "힙합을 추구하는 그룹이다 보니 뮤직비디오나 트레일러에서도 피 칠갑한 모습이 등장한다. 뷰티컷에 치중된 게 아니라 우리만의 콘셉트나 매력을 담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VVS는 엑소 '러브 샷'·'코코밥', 태연 '파인', NCT U '일곱번째 감각', NCT 127 '삐그덕', 강다니엘 '파라노이아, 라이즈 '러브 119' 등에 참여한 유명 작곡가이자 MZMC의 대표인 폴 브라이언 톰슨이 제작했다. 미국인인 그는 K팝 업계에서 일하며 꾸준히 다져온 'K팝 DNA'로 VVS를 론칭했다.
라나는 "연습생으로 합류하기 전 오디션 때부터 회사에서는 '이런 음악을 하겠다'면서 노래를 들려줬다. 회사의 방향성을 다 알고 모인 멤버들이라 좋아하는 음악과 활동을 하고 있다고 보시면 된다"고 설명했다.
아일리는 "미국인 대표가 흔치 않지 않나"라면서 "연습생 때부터 '찐' 리얼 미국 힙합 혹은 알앤비에 대해 배웠다. 이 음악들의 원천, 문화 수업도 많이 해줬다. 최대한 오리지널리티를 살리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VVS로 합류하기 전 힙합에 대한 관심도는 어느 정도였는지 묻자 브리트니는 "깊게 알진 못했지만, 알앤비와 랩을 좋아했다. 회사에 들어와서 많은 걸 새로 알게 된 느낌이다"라고 답했다.
리원은 "원래는 힙합, 알앤비 음악을 잘 안들었다"라면서도 "회사에서 배우고 연습하다 보니까 이제는 이것만 듣는다"고 했다. 반면 라나는 "어렸을 때부터 힙합 댄스를 해서 힙합만 많이 들었다. 이제는 좋아하던 음악을 직접 하는 입장이 됐기 때문에 더 잘하고 싶더라. 공부도, 연구도 많이 했다"고 밝혔다.
지우는 "K팝을 많이 듣던 사람이었다"면서 "회사에서 문화 수업을 해줬다. 특히 힙합의 역사에 대해 알려주는 수업이 많았다. 배우다 보니 매력에 빠지게 됐다. 알앤비를 좋아하는데, 알앤비를 부를 때 느껴지는 감성에 꽂히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아일리 역시 "하다 보니 (장르에 대한) 애정이 더 생겨서 다양하게 들어보려고 했다. 원래는 여자 가수 알앤비도 들어보고, 외국 힙합에 국내 힙합까지 들으며 확장해 나갔다"고 자신들의 방향성에 만족감을 표했다.
이들은 강점으로 VVS로 내놓을 원천 콘텐츠가 많다는 점을 강조했다. 선보일 음악이 많다는 뜻이다. 폴 톰슨 대표가 실력파 작곡가인데다, 회사 자체가 음악 퍼블리싱 회사다. VVS가 데뷔 한 달 만에 미니앨범을 내놓았다는 점도 자신감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멤버들은 "데뷔를 준비하면서 18곡 넘게 녹음했다"고 전했고, 아일리는 "회사가 많은 곡을 보유하고 있다. 연습곡도 꽤 많다"고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브리트니는 "곡이 많으니 앞으로 보여드릴 다양한 음악과 퍼포먼스를 기대해 달라"고 당부했다.
활동기가 아님에도 연습엔 늘 매진하고 있다고 했다. 브리트니는 "운동하는 걸 빼면 하루에 8시간 정도 연습한다. 다음 앨범을 위해 또 새로운 노래 연습도 하고 있다"며 웃었다. 그는 "아이패드가 8개 정도 있는데 연습 영상이 너무 많아서 항상 용량을 비워야 한다. 새로운 곡 받는 것도 많아서 파일도 노래로 꽉 차 있다"고 말해 기대감을 높였다.
VVS의 팀명은 다이아몬드의 최상위 등급을 뜻한다. 이는 K팝 최상위 등급이 되겠다는 각오로 이어진다. 아일리는 "'신인답지 않은 퀄리티'라는 댓글이 기억에 남는다. 너무 뿌듯했다"면서 "많은 분께 이름을 알리고, 우리의 노래를 들려드릴 수 있게 열심히 활동하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더 구체적인 목표가 무엇인지 묻자 지우는 "월드투어도 좋고, 특히 코첼라 무대에 서보고 싶다. 블랙핑크 리사 선배님의 무대를 보고 너무 멋있다고 느꼈다"고 답했고, 브리트니는 그래미 수상과 미국 슈퍼볼 하프타임쇼 출연을 언급하며 "생각만 해도 가슴이 떨린다"고 설레했다.
"데뷔 때의 자신감을 잃지 않고 항상 저희가 하는 일에 자부심을 가지고 활동하는 아티스트가 되겠습니다. 팬들도 그런 부분을 좋게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2집 준비를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으니 많은 기대 부탁드려요."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