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토류·철강 통제권 확보한 트럼프…이번엔 '칩 통수권자' 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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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인텔 지분 인수 추진은 반도체 등 핵심 전략 물자에 대한 정부의 영향력을 강화하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최근 철강과 희토류 등 기간산업 통제권을 확보한 데 이어 반도체산업도 손에 쥐려는 움직임이라는 해석이다. “칩 통수권자”(뉴욕타임스)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중국이 ‘무늬만 민영기업’에 막대한 보조금을 투입하며 전략산업을 키우는 것에 대한 대응 성격이 짙다.

희토류·철강 통제권 확보한 트럼프…이번엔 '칩 통수권자' 야심

◇궁지 몰린 탄, 딜 성공했나

14일(현지시간) 테크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와 립부 탄 최고경영자(CEO)의 관계는 불과 1주일 만에 급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일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서 “탄 CEO는 즉각 사임해야 한다”며 압박했다. 벤처투자자 출신인 탄 CEO의 투자 이력을 문제 삼았다. 투자 대상 기업 중 상당수가 중국 군부와 연계됐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다.

탄 CEO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공세는 11일 백악관 회동 이후 누그러졌다. 백악관에서 탄 CEO를 만난 트럼프 대통령은 “놀라운 성공 이야기”라며 180도 바뀐 태도를 보였다. 그러면서 “탄 CEO와 정부 구성원은 다음주 함께 시간을 보내고 내게 제안을 가져올 것”이라며 거래 가능성을 시사했다.

워싱턴 정가에서는 탄 CEO가 백악관 회동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유착 의혹을 적극 해명하고, 추가 거래를 제안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인텔 파운드리를 국익 관점에서 중시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하는 데 성공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탄 CEO의 사임을 요구한 것은 반도체법 등을 통해 막대한 정부 지원을 받고 있는 인텔의 수장이 중국과 유착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하지만 미 정부도 2022년 파운드리 재건을 선언한 인텔이 다시 파운드리를 포기하도록 내버려두기 어려운 상황이다. 인공지능(AI) 칩의 핵심 제조시설인 파운드리를 대만(TSMC), 한국(삼성전자) 등 동맹국에 전적으로 의존해야 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6일 샬린 바쉐프스키 등 전 인텔 이사회 임원들은 기고를 통해 “인텔의 파운드리 부문 철수는 AI와 첨단 전자제품 분야에서 미국의 리더십을 TSMC와 삼성전자 두 회사에 넘기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인텔 파운드리를 강화하기 위해 올해 초 엔비디아 등 미국 기업뿐만 아니라 TSMC에도 인텔에 대한 투자를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파운드리 사업을 유지하려는 탄 CEO 역시 트럼프 대통령과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프랭크 이어리 인텔 이사회 의장은 2022년 이후 줄곧 적자를 내고 있는 파운드리 사업부를 매각하려 하고 있다. 이에 맞서 탄 CEO는 공개적으로 “파운드리를 살려내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정학적 관점에서 인텔 파운드리 사업에 힘을 실어줄 경우 이사회의 압박을 받는 탄 CEO의 입지도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간산업’ 영향력 강화하는 트럼프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철강, 희토류 등 다른 기간산업에도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 6월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를 승인하며 미 정부가 ‘황금주’를 갖는다는 전제를 달았다. 본사와 생산설비 이전, 원자재·공급망 변경 등의 결정에 미 정부에 결정권을 부여한다는 내용이다.

지난달 10일에는 미 국방부가 미국 내 유일한 희토류 채굴업체인 MP머티리얼스에 4억달러(약 5500억원)를 투자해 지분 15%를 확보했다. MP머티리얼스는 2028년 완공되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패스 광산에서 채굴하는 희토류 자석을 10년간 국방부에 전량 공급하기로 했다. 인텔의 지분 인수 방식도 MP머티리얼스의 선례를 따를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행정부가 노골적으로 기업 경영에 개입하려는 의도를 드러내자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식 사회주의와 닮아가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간 미 정부의 기업 경영권 인수는 ‘챕터 11’로 불리는 파산 절차에 따랐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경영난에 처한 제너럴모터스(GM)와 크라이슬러 주식을 매입했으나 각각 이듬해와 2011년 모두 매각했다.

실리콘밸리=김인엽 특파원 insi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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